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RBOB 휘발유 선물 가격이 2월 중순 급등세를 보이며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3월물 WTI(CL H26)는 목요일 종가 기준으로 +1.24달러(+1.90%) 상승했고, 3월물 RBOB 휘발유(RB H26)는 +0.0386달러(+1.96%) 상승 마감했다. 원유는 목요일 6.5개월 만의 고점을 기록했고, 휘발유는 1주일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6년 2월 19일, 나스닥닷컴(바차트)의 보도에 따르면, 중동에서 고조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유 가격을 강하게 밀어올리고 있다. 유엔 핵 감시 기구는 미군의 중동 군사력 증강으로 인해 이란과의 외교적 합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9일 이란을 “핫 스팟“이라고 표현하고 향후 10일이 이란과의 합의 성사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더해 미국의 주간 EIA(에너지정보청) 재고가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목요일 원유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었다.
중동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단기적으로 공급 우려를 증대시킬 수 있다. Axios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란 핵합의에 관한 외교적 돌파구를 보여주는 증거는 없으며,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이 발생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작전 가능성이 높고 이는 지난달 베네수엘라에서의 미국 작전보다 수주 간 지속되고 광범위할 수 있다고 보도되었다. 미 교통부는 최근 항해 안전 권고문을 통해 미국 국적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해역을 최대한 피할 것을 권고했다. 이란은 OPEC 내에서 네 번째로 큰 산유국이며, 미국의 군사 공습이 현실화될 경우 일일 약 330만 배럴(bpd)의 생산 차질과 함께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또한 공급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수요일 제네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미국 중재 회의는 조기 종료되었고,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전쟁을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문제 해결 없이는 장기적 합의의 희망이 없다고 밝히며, 영토 요구를 관철하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약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가격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제공한다.
그러나 공급 측면에서의 일부 완화 요인도 존재한다. Vortexa의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유조선에 약 2.9억 배럴(290 million bbl)의 러시아·이란산 원유가 부유(플로팅) 저장 중이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는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차단 및 제재로 인해 발생한 현상이다. 다만 Vortexa는 2월 13일로 끝난 주간에 ‘최소 7일 이상 정박한 채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전주 대비 -8.2% 감소한 86.95 million bbl로 집계됐다고 보고했다.
한편,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증가는 글로벌 공급을 늘려 가격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로이터 통신은 1월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12월의 498,000 bpd에서 1월에는 800,000 bpd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EIA는 지난주(2월 13일 기준) 미국 관련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EIA는 2026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지난달의 13.59 million bpd에서 13.60 million bpd로 소폭 상향했고, 2026년 미국 에너지 소비 전망치는 95.37 quadrillion btu에서 96.00 quadrillion btu로 상향 조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2026년 글로벌 원유 잉여분 추정치를 381.5만 bpd에서 370만 bpd로 하향 조정했다.
OPEC+는 2월 1일 성명을 통해 2026년 1분기까지 증산 중단 계획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OPEC+는 2025년 11월 회의에서 12월에 137,000 bpd 증산을 발표했으나, 이후 나타나는 글로벌 원유 잉여에 대응해 2026년 1분기에는 추가 증산을 보류하기로 했다. OPEC+는 2024년 초 도입한 220만 bpd 규모의 생산 감축분을 원상회복하려는 과정에서 아직 120만 bpd를 더 복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OPEC의 1월 원유 생산량은 -23만 bpd 감소한 28.83 million bpd로 5개월 만의 저점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공격과 제재도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최소 28개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해 러시아의 정제·수출 역량을 약화시켰다. 11월 말 이후에는 발틱해에서 러시아 유조선에 대한 공격도 증가해 드론과 미사일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공격받았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새로운 대(對)러시아 제재가 더해지며 러시아산 원유 수출은 추가적인 제약을 받고 있다.
주간 EIA 재고 보고서가 시장에 미친 영향
목요일 공개된 EIA 주간 재고 보고서는 원유와 정제품 모두에 대해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EIA는 원유 재고가 예상된 165만 배럴 증가 대신 -901만 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으며, 휘발유 재고는 -320만 배럴로 예상치(-33.2만 배럴)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경유(디스틸레이트) 재고도 -457만 배럴로 예상(-195만 배럴)보다 더 큰 감소를 보였다. 또한 WTI 인도지점인 커싱(Cushing) 지역의 원유 재고는 -110만 배럴 감소했다.
EIA 보고서는 또한 (1)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6.0% 수준, (2) 휘발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3.3%, (3) 경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5.8%임을 밝혔다. 주당 미국 원유 생산량은 2월 13일로 끝난 주에 전주 대비 +0.2% 증가한 13.735 million bpd를 기록했으며 이는 11월 7일 주의 기록적 고점 13.862 million bpd에는 소폭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Baker Hughes는 2월 13일로 끝난 주의 미국 가동 중인 유정 수가 전주 대비 3곳 감소한 409기이며 이는 2024년 12월 19일 기록된 406기(4.25년 최저)에 근접한 수치라고 보고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 유정 수는 2022년 12월의 627기(5.5년 최고치)에서 크게 줄어든 상태다.
용어 설명(독자 이해를 위한 보충)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미국 텍사스에서 생산되는 원유로, 국제 원유 가격을 가늠하는 대표적 벤치마크다. RBOB(레포머·블렌디드 휘발유의 약자)는 미국 내 휘발유 선물의 표준 지표로, 주로 정유 및 운송 연료 수요를 반영한다. 플로팅 스토리지(부유 저장)는 선박에 원유를 싣고 해상에 머무르며 저장하는 방식을 말하며, 제재·운송 차질 시 재고 축적 방식으로 활용된다. 커싱(Cushing)은 오클라호마 주의 원유 허브로 WTI 선물의 인도지점이며, 재고 변동이 WTI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시장 영향 및 향후 전망
종합하면 현재 원유시장은 상승 요인(중동·이란 리스크, EIA 재고 급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제약)과 하락 요인(부유 저장에 축적된 러시아·이란산 재고, 베네수엘라 수출 증가, 일부 생산 전망 상향)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주간 재고의 큰 폭 감소가 가격 상방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나 이란에 대한 군사적 긴장이 현실화될 경우 즉각적인 공급 충격과 가격 급등이 불가피하다.
중기적으로는 OPEC+의 증산 보류 정책과 러시아 공급 제약이 구조적 상방 압력을 제공하나, 플로팅 스토리지의 해소 여부, 베네수엘라 수출의 지속성, 미국과 기타 산유국의 생산 반응에 따라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재고 데이터, 항로 안전 권고, OPEC+ 회의 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개 상황 등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정제·운송업체, 트레이더, 정책 담당자들에게는 리스크 관리와 대체 공급망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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