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국제유가 상승세 지속

3월 WTI와 3월 RBOB 휘발유 선물 가격이 모두 급등

3월물 WTI 원유(CLH26)는 수요일 장에서 +2.86달러(+4.59%)로 마감했으며, 3월물 RBOB 휘발유(RBH26)는 같은 날 +0.0536달러(+2.80%) 상승 마감했다. 이 같은 급등은 지정학적 리스크의 고조가 시장 심리에 반영된 결과다.

2026년 2월 18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이 원유 가격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쟁이 지속될 경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약이 계속 유지되며 글로벌 공급을 제한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중동 원유 흐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유가를 지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경제의 상대적 탄력성 신호는 에너지 수요와 유가에 추가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관련 경제지표가 에너지 수요 전망을 뒷받침

미국의 경제지표는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와 에너지 수요에 긍정적 신호를 보였다. 12월의 비방위 항공기 부품을 제외한 자본재 신규주문(자본지출의 대리지표)은 전월 대비 +0.6% m/m로 시장 예상치인 +0.3% m/m를 상회했다. 12월 주택착공은 전월 대비 +6.2% m/m 증가해 5개월 만에 최고인 140.4만호를 기록했고, 이는 예상치 130.4만호를 웃돌았다. 1월 제조업생산도 전월 대비 +0.6% m/m로 예상치 +0.4% m/m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1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국제 외교·군사 이슈가 공급 리스크로 작용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재 회담은 조기 종료됐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길게 끌고 있다고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토 요구를 철회하지 않는 한 장기적 합의의 기대가 낮다는 취지다. 이러한 전망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제약이 계속될 것이라는 시장 인식을 강화해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장기적 해결책을 기대할 수 없다.” — 러시아와의 협상 관련 발언(요지)

이란 관련 불확실성도 유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Axios 보도에 따르면 이란 핵협상과 관련해 외교적 돌파구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만약 군사작전이 단행된다면 미·이스라엘의 공동 작전 형태로 수주간 지속될 수 있고, 지난달의 베네수엘라 작전보다 훨씬 광범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은 원유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더해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이란산 원유를 실어나르는 일부 유조선 압류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으며, 미 해군은 핵협상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 중동에 두 번째 항공모함 타격단을 추가로 파견했다. 미 교통부는 최근 해상 안전 권고를 통해 미국 국적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이란 수역에서 가능한 한 멀리 운행할 것을 당부했다.

이란은 OPEC 내에서 생산량이 큰 국가로, 하루 약 330만 배럴(bpd)의 원유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될 경우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경로가 봉쇄될 수 있어 공급 충격이 예상된다.


공급 측면의 복합적 요인 — 부정적(재고·선적)과 긍정적(OPEC 정책)의 혼재

공급 측면에서는 상반된 신호가 공존한다. 한편으로는 러시아·이란산 원유가 유조선에 장기 저장되는 이른바 플로팅 스토리지(floating storage)가 늘어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매도 요인이다. Vortexa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와 이란의 원유 약 2.9억 배럴(290 million bbl)이 유조선에 저장돼 있는데, 이는 1년 전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반대로 최근 유조선들 중 7일 이상 정체 상태로 저장된 원유는 2월 13일로 끝나는 주에 전주 대비 -8.2% 감소한 86.95 million bbl로 집계되어 일부 단기적 재배치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증가도 글로벌 공급을 늘려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다. 로이터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12월의 498,000 bpd에서 1월에는 800,000 bpd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국제 기구와 통계도 일부 수급 전망을 바꾸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2026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기존 13.59 million bpd에서 13.60 million bpd로 상향 조정했고, 2026년 미국 에너지 소비 전망은 95.37 쿼드릴리언 btu에서 96.00 쿼드릴리언 btu로 상향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 잉여(서플러스) 추정치를 지난달의 3.815 million bpd에서 3.7 million bpd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OPEC+의 정책 기조도 유의미한 변수다. OPEC+는 2월 1일 발표에서 2026년 1분기까지 증산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2025년 11월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12월에 +137,000 bpd를 증산했으나 이후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OPEC은 2024년 초 시행한 생산 삭감분 220만 bpd의 전면 복구를 시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120만 bpd의 증산 여지가 남아 있다. OPEC의 1월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230,000 bpd 감소해 28.83 million bpd로 5개월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전쟁과 제재가 러시아의 수출 능력을 제약

우크라이나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은 최근 6개월 동안 최소 28개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러시아의 정제 및 수출 가동 능력을 제약해 글로벌 공급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11월 말 이후로 우크라이나는 발트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을 표적으로 하는 공격을 감행하는 등 탱커 위협을 고조시켰다. 이와 함께 미국과 EU의 러시아 석유 기업·인프라·유조선에 대한 새로운 제재는 러시아의 수출을 추가로 제약하고 있다.

주간 재고와 생산 지표

시장 합의(컨센서스)는 목요일 발표될 주간 EIA 원유 재고가 +1.65 million bbl 증가하고 휘발유 재고는 -332,000 bbl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선 수요일 발표된 EIA 보고서에 따르면 2월 6일 기준으로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의 계절성 기준에서 -3.4%였고, 휘발유 재고는 +4.4%로 5년 평균을 상회했으며, 중질연료(distillate) 재고는 -3.3%로 5년 평균을 밑돌았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은 전주 대비 +3.8% w/w 증가해 13.713 million bpd를 기록, 최고치인 13.862 million bpd(2025년 11월 7일 주)에 근접한 수준을 보였다.

한편 Baker Hughes의 보고서는 2월 13일로 끝나는 주에 미국의 활동 중인 석유 시추 장비 수가 409기로 전주 대비 -3기 줄어들었으며, 이는 2025년 12월 19일 기록된 406기(약 4.25년 최저)와 유사한 수준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의 시추 장비 수는 2022년 12월의 최고치 627기에서 크게 감소했다.


용어 설명(독자 이해 보조)

본 기사에서 자주 나오는 일부 용어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WTI는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est Texas Intermediate)를 의미하는 대표적인 원유 선물 표시 단위다. RBOB는 휘발유 규격의 한 종류로, 선물시장에서는 RBOB 휘발유로 표기된다. bpd는 하루 배럴(barrels per day)을 뜻하며 원유 생산·수출량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플로팅 스토리지는 유조선에 원유를 장기간 저장하는 것을 말하며, 재고가 육상 저장시설이 아닌 선박에 쌓여 있는 상황을 뜻한다. EIA는 미국 에너지정보청(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IEA는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OPEC+는 OPEC 회원국과 비회원 산유국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의미한다.


시장 전망과 시사점 — 불확실성의 동시 존재

종합하면 현재 유가에 작용하는 요인은 크게 두 갈래다. 지정학적 요인(러·우 전쟁 장기화, 미·이란 긴장, 호르무즈 통과 리스크 등)은 공급 제한과 리스크 프리미엄을 통해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고, 반면에 플로팅 스토리지 증가와 베네수엘라의 수출 증가, 그리고 일부 기관의 공급 잉여 전망 등은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유가의 급등 가능성이 크며,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제한 또는 이란에 대한 군사적 충돌 발생 시 글로벌 원유 수송 차질로 인한 가격 폭등 위험이 존재한다. 반면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계속 강하게 유지되고 생산·시추 활동이 회복되면 수요 증가와 맞물려 유가가 추가 상승할 여지도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OPEC+의 증산 정책, 러시아·이란의 제재 해소 여부, 베네수엘라 생산 변화, 그리고 글로벌 경제 성장 흐름이 유가 방향을 결정할 주요 변수다. 투자자·정책결정자는 지정학적 이벤트의 전개와 함께 각국의 재고 동향, 유조선에 적재된 원유량 변화, 그리고 주요 산유국의 생산계획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기타 고지

본 기사에 인용된 수치와 사실은 원문 보도 및 공개된 자료를 기준으로 정리한 것이며, 기사 작성 시점인 2026년 2월 18일의 공개 자료를 반영했다. 원문 기사 작성자 Rich Asplund는 본 기사에 언급된 증권에 대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본문 내용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판단의 참고 자료로만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