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미국 재고 감소로 유가 상승…WTI 6.5개월 만에 최고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3월물 선물은 목요일 마감 기준으로 +1.24달러(+1.90%) 상승했으며, 3월물 RBOB 휘발유 선물은 +0.0386달러(+1.96%) 상승했다. 원유 가격은 수요일의 급등세를 이어 받으며 WTI는 6.5개월 만의 최고치로 올랐고, 휘발유는 1주일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6년 2월 20일, Barchart(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고조와 미국의 예상외 재고 감소가 유가를 강하게 떠받치고 있다. 유가 상승 배경에는 유엔(UN) 핵감시기구의 우려 표명, 미국과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하는 군사적 긴장 가능성, 미국 교통부의 해상 주의보, 그리고 주간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재고지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지정학적 요인이 가장 큰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엔 핵감시기구는 미군의 중동 병력 증강으로 인해 이란이 핵활동 문제에 대해 외교적 합의를 도출할 기회가 좁혀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목요일에 이란을 “핫스팟(hot spot)“이라고 지칭하면서 “향후 10일이 이란과의 합의 성사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한 Axios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이란과의 핵 협상에 대한 외교적 돌파구를 확인할 만한 증거는 없으며,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작전 형태로 수주간 지속될 수 있고, 범위도 지난 달의 베네수엘라 작전보다 훨씬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교통부는 최근 해상안전 권고문을 발행해 미국 깃발을 단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할 때 가능한 한 이란 해역에서 멀리 떨어져 항해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이란이 OPEC 회원국 중 제4위의 산유국이라는 점과 연관된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일일 330만 배럴(3.3 million bpd)로 추정되며,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항로가 위협받을 경우 글로벌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불확실성도 유가 상승 압력을 지속시키는 요인이다. 미국 중재로 수요일 제네바에서 열린 전쟁 종결을 위한 회의는 조기 종료되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장기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토 문제(territorial issue)”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영토 요구가 관철되기 전까지 장기적 합의 전망이 희박하다고 밝혔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은 러시아 원유에 대한 제약을 유지시키는 요인이며, 이는 유가에 대해 상방 요인으로 작용한다.

유통·저장 측면의 상반된 신호도 관찰된다. 다만, 유조선에 저장된 부유(浮遊) 재고(floating storage)의 증가는 중기적으로는 유가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에너지 데이터업체 Vortexa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 약 2억 9천만 배럴(290 million bbl)이 유조선 부유저장 상태에 있으며, 이는 1년 전보다 5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그러나 Vortexa는 2월 13일로 끝나는 주에 7일 이상 정체되어 있는 유조선의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8.2% 감소해 86.95 million bbl로 집계되었다고 보고했다.

공급 측면의 또 다른 변수로는 베네수엘라의 수출 증가가 있다. 로이터는 지난 월요일 보도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12월의 498,000 bpd에서 1월에는 800,000 bpd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을 늘리는 요인으로 단기적으로는 유가의 하방압력을 제공할 수 있다.

수요·공급 전망과 정책적 변수도 유가 향후 흐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2026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을 기존의 13.59 million bpd에서 13.60 million bpd로 소폭 상향 조정했으며, 같은 시점의 미국 에너지소비 전망도 95.37에서 96.00(쿼드릴리언 Btu)로 상향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잉여(단기적 공급 초과) 추정치를 지난달의 3.815 million bpd에서 3.7 million bpd로 소폭 축소했다.

OPEC+의 정책도 주목할 만하다. 2월 1일 OPEC+는 2026년 1분기까지 추가 생산 증가를 중단하기로 계획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OPEC+는 2025년 11월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12월에 +137,000 bpd를 증산하되 이후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OPEC+는 2024년 초 시행한 220만 bpd 규모의 생산 감축을 점차 되돌리고자 하나, 아직 120만 bpd의 증산 여지가 남아 있다. 한편 OPEC의 1월 원유 생산은 -230,000 bpd 감소해 28.83 million bpd로 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안보공격과 제재의 영향도 공급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은 지난 6개월간 최소 28개 이상의 러시아 정유 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러시아의 정제·수출 능력을 제한했고, 11월 이후에는 발틱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신규 대러시아 제재가 더해지며 러시아산 원유의 수출 제한 효과를 강화하고 있다.

주간 EIA 재고 보고서의 시사점은 단기적으로는 매우 강한 매수 신호를 제공했다. 목요일 발표된 EIA 주간 재고 보고서에 따르면 2월 13일 종료 주의 미국 원유 재고는 시장의 1.65 million bbl 증가(빌드) 기대와 달리 -9.01 million bbl 급감했다. 휘발유 재고는 -3.2 million bbl 감소해 예상(-332,000 bbl)보다 큰 감소폭을 기록했고, 중유·디젤 계열의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4.57 million bbl으로 예상(-1.95 million bbl)보다 더 큰 감소를 보였다. WTI 선물의 인도지점인 커싱(Cushing) 창고의 원유 재고도 1.1 million bbl 감소했다.

EIA는 2월 13일 기준으로 (1)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6.0% 낮고, (2) 휘발유 재고는 +3.3% 높으며, (3)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5.8% 낮다고 보고했다. 동일 기간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으로 +0.2% 증가해 13.735 million bpd를 기록했으며, 이는 11월 7일 주의 기록적 수준 13.862 million bpd에 근접한 수치다.

시추 활동을 보여주는 지표도 주목된다. 베이커휴즈(Baker Hughes)는 2월 13일 종료 주의 미국 내 가동 중인 유정(오일 리그) 수가 3기 감소해 409기가 되었다고 보고했다. 이는 12월 19일의 4.25년 최저치 406기와 근접한 수준이며, 2년 반 전인 2022년 12월의 고점 627기에서 크게 축소된 수치다.

중요 인용
트럼프 대통령: “이란은 지금 hot spot이며, 향후 10일이 이란과의 합의 여부를 판단할 것”

용어 설명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미국 텍사스주 기준 원유의 한 종류로, 국제 원유 가격의 대표 지표 중 하나다. RBOB 휘발유는 미국 휘발유 선물의 표준 규격 명칭으로, 정제 후 휘발유를 의미한다. 부유 재고(floating storage)는 유조선 등에 저장된 채 항해 중이거나 정체된 원유 재고를 뜻하며, 유가에 대해 단기적 과잉여력을 의미할 수 있다. 커싱(Cushing)은 오클라호마 소재의 원유 저장 및 배달 중심지로 WTI 선물의 인도지점이다. 디스틸레이트(distillate)는 경유·중유류를 포함하는 정제제품군을 말한다.


전망 및 시장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고조와 EIA의 예상외 재고 감소가 결합해 유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위협,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 러시아산 원유 제재 지속 등 공급 차질 요인이 현실화되면 국제유가는 급등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부유 재고의 증가와 베네수엘라의 수출 확대는 상반된 하방 요인으로 작용해 가격 급등을 제약할 수 있다.

중기적 관점에서는 OPEC+의 생산정책과 주요 산유국의 복구 능력, 미국 셰일업체의 투자·시추 회복 속도가 핵심 변수다. OPEC+가 증산을 지연하거나 추가 감산을 단행하면 공급 긴축이 심화돼 유가가 중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글로벌 수요 둔화나 비전통적 공급(부유 재고 해소·베네수엘라·이란 증산)이 확대되면 상방이 제한될 수 있다.

투자자·산업계는 다음 항목을 주시해야 한다: (1) 중동에서의 군사적 충돌 발생 여부 및 호르무즈 해협 항로위협 수준, (2) 주간 EIA 재고 추세의 지속성, (3) OPEC+ 회의에서의 감산·증산 결정, (4) 러시아·이란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변화, (5) 미국 셰일업체의 시추·생산 회복 속도 및 베이커휴즈 리그 수의 추이. 이러한 변수들이 결합해 단기적 변동성과 중장기적 추세를 동시에 형성할 것이다.

끝으로, 본 기사에 인용된 수치와 견해는 보도일인 2026년 2월 20일 기준의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된 것이다. 원유 시장은 지정학적·정책적 요인에 매우 민감하므로 관련 데이터와 발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 본문에 인용된 주요 수치와 자료 출처는 EIA, IEA, OPEC+, Vortexa, Baker Hughes, 로이터, Axios, Barchart 보도 내용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