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와 수요 낙관에 국제유가 상승

국제유가가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와 경제 회복 기대감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6년 1월물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은 전일 대비 +0.28달러(+0.50%) 상승했고, 2026년 1월물 RBOB 휘발유 선물은 +0.0006달러(+0.04%) 올랐다. 시장에서는 원유와 휘발유 가격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2025년 1219,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지정학적 리스크의 고조주식시장 랠리로 인한 경기 전망 개선이 에너지 수요에 대한 낙관을 높여 유가를 지지하고 있다. 다만 달러인덱스(DXY)가 1주일 만의 고점으로 오르면서 상승폭은 제한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 공급에 대한 약세 시각도 유가 상단을 억제하고 있다.

시장 내부 요인

주목

정유 마진을 나타내는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가 금일 6개월 최저로 하락한 점은 원유 수요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크랙 스프레드 약화는 정유업자들이 원유를 매입해 휘발유 및 경유로 정제하려는 유인을 떨어뜨려 원유 수요를 제한한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기사 원문 표현에 따른)는 화요일 밤 늦게 베네수엘라로 들어오거나 나가는 모든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해 “완전하고 전면적인 봉쇄(total and complete blockade)”를 명령했다.

또한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합의를 거부할 경우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에 대한 제재 강화와 함께 그림자(섀도) 유조선(fleet of shadow tankers) 및 수출을 촉진하는 트레이더들을 표적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조치 가능성은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제한할 수 있어 국제 공급 측면에서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 변동과 재고 지표

주목

화요일에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에 대한 우려와 전 세계적인 원유 과잉 전망으로 인해 근월물 기준 유·휘발유 가격이 약 4년 9개월(4.75년) 만의 저점까지 하락한 바 있다.

벡터사(Vortexa)는 12월 12일로 끝나는 주간에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량이 전주 대비 +5.1% 증가한 1억 2,023만 배럴(120.23 million bbl)로 집계됐다고 월요일에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 측면에서의 누적 재고 축적을 시사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수요일 보고서는 12월 12일 기준으로 (1) 미국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보다 -4.0% 낮고, (2) 휘발유 재고는 -0.4% 낮으며, (3) 증류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5.7% 낮다고 전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원유 생산은 12월 12일 마감 주간에 전주 대비 -0.1% 하락한 1,384.3만 배럴/일(13.843 million bpd)로, 11월 7일 주의 기록치 1,386.2만 배럴/일(13.862 million bpd)에 근접한 수준이다.

정치·군사적 요인과 공급 제약

지난 3개월 동안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러시아 내 최소 28곳의 정유시설을 타격해 연료 부족을 악화시키고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제한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신규 대러 제재로 러시아의 석유기업·인프라·유조선에 대한 제약이 심화되어 러시아산 원유의 글로벌 공급이 줄어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OPEC+의 공급 정책과 전망

OPEC+는 11월 30일 Q1 2026(2026년 1분기) 중 생산 증가를 일시 중단하기로 한 기존 계획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11월 2일 회의에서 OPEC+는 12월에 +137,000 배럴/일의 생산 증가를 공지했으나, 이어 2026년 1분기에는 증가를 중단하기로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0월 중순에 2026년 기록적인 전 세계 원유 잉여량 400만 배럴/일(4.0 million bpd)을 전망했다.

OPEC+는 2024년 초 시행한 220만 배럴/일(2.2 million bpd)의 감산을 복원하려 했으나, 아직 복원하지 못한 생산량이 120만 배럴/일(1.2 million bpd) 남아 있다. OPEC의 11월 원유 생산은 -10,000 배럴/일 하락한 2,909만 배럴/일(29.09 million bpd)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OPEC는 3분기(7~9월) 글로벌 석유시장 전망을 적자에서 잉여로 수정했다. OPEC는 3분기 글로벌 시장을 50만 배럴/일(500,000 bpd) 잉여로 예상하며, 이전의 40만 배럴/일(400,000 bpd) 적자 전망에서 상향 조정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이전의 13.53 million bpd에서 13.59 million bpd로 상향 조정했다.

시추 활동과 설비 동향

베이커 휴즈(Baker Hughes)는 12월 12일 마감 주간 기준 미국의 가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 수가 전주 대비 +1대 증가해 414대로 집계됐으며, 이는 11월 28일 보고된 4년 저점 407대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라고 지난 금요일 발표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의 시추 장비 수는 2022년 12월의 627대에서 급감했다.


전문가적 해석 및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고조유가를 지지하는 재고·생산 지표가 혼재하는 상황이다. 베네수엘라 봉쇄 조치와 대러 제재 가능성은 공급 차질 우려를 증폭시켜 유가 상승 요인이지만, 달러 강세와 크랙 스프레드 약화, 그리고 유조선에 쌓인 원유량 증가는 상승 폭을 제한하는 대항력으로 작용한다.

중기적으로는 OPEC+의 생산 정책과 IEA 및 OPEC의 수급 전망이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OPEC+가 추가로 생산을 억제하거나 감산 복원을 늦출 경우 공급 긴축 우려가 부각되어 가격 상승 압력이 강화될 수 있다. 반대로 글로벌 수요 둔화 신호가 지속되고 미국 등 주요 산유국의 생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 2026년 예상되는 대규모 공급 잉여(IEA의 400만 배럴/일 예상)가 현실화되며 가격 하락 압력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 및 정책 담당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실용적 시사점이 있다. 첫째, 지정학적 이벤트(제재·군사행동 등) 발생 시 변동성이 증대하므로 리스크 관리를 위한 헤지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정제마진(크랙 스프레드)과 유조선 재고 지표는 원유 수요의 단기 강도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이므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셋째, OPEC+의 회의 일정과 회원국의 실제 생산 데이터, 미국의 주간 재고·생산 통계는 가격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정보 소스다.

용어 설명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으로 전환할 때의 마진을 뜻한다. 마진이 낮아지면 정유사는 원유를 매입해 정제할 유인이 줄어들어 원유 수요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RBOB: 휘발유 선물상품 중 하나로, 대체로 미국 동부지역에서 거래되는 휘발유의 근월물 선물 가격을 의미한다.

달러 인덱스(DXY): 주요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달러 강세는 원유 등 달러 표시 상품의 매수 비용을 높여 가격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림자(섀도) 선박(shadow fleet):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선주나 등록을 숨기고 운항하는 유조선 집단을 뜻하며, 이들이 타깃이 될 경우 기존의 수출 루트가 차단될 수 있다.


부가 정보

원문 기사 작성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기사 게시 시점에 본 기사에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본문의 견해는 기사 작성자 개인의 관점이며 반드시 다른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