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가 국제유가를 지지한다

3월 인도분 WTI 원유(심볼 CLH26)는 수요일 장에서 종가 기준 +0.67달러(+1.05%) 상승으로 마감했으며, 3월 RBOB 가솔린(RBH26)종가 기준 +0.0197달러(+1.01%) 상승으로 마감했다. 이날 국제 유가와 휘발유 선물은 상승 마감했으며, 원유는 약 1.5주 만의 최고치, 휘발유는 약 2.7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6년 2월 12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가 원유 가격의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을 압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고, Axios는 핵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이 중동에 두 번째 항공모함 타격단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같은 수요일 발표된 주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원유·휘발유 재고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자 장중 가격은 최고치에서 일부 하락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구체적 요인

중동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되면서 원유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더해져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 압류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Axios는 미국이 핵 협상 결렬 시 군사행동 준비를 위해 추가 항모 전단 파견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교통부는 월요일 해상 주의보를 발령해 미 국기(american-flagged) 선박들은 가능하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이란 관할 해역에서 멀리 항행할 것을 권고했다. 이란은 OPEC의 네 번째 대형 산유국이며, 미국의 공격은 이란의 일일 약 330만 배럴(bpd)1 생산을 교란하고,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부분적 또는 전면적 봉쇄 가능성을 높인다.

수요를 지지하는 요인

수요 측면에서는 수요일 발표된 미국의 월간 고용보고서가 예상보다 강한 것으로 집계돼 에너지 수요 전망과 유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1월 비농업 고용은 +130,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인 +65,000명을 크게 상회했고, 이는 13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또한 1월 실업률은 예측과 달리 0.1%포인트 하락해 4.3%로 집계되며 노동시장 강세를 시사했다(예상치는 4.4% 유지).

공급 요인과 혼재된 신호

공급 측면에서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증가가 글로벌 공급을 늘려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주 월요일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12월 49.8만 배럴/일에서 1월 80만 배럴/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불확실성은 러시아 원유에 대한 제약을 지속시켜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크렘린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에서 “영토 문제(territorial issue)”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영토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장기적 해결책을 달성할 희망이 없다(no hope of achieving a long-term settlement)”고 언급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 및 수출 제약이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 기관의 수치와 시장 재고

국제 및 국내 기관의 최근 수정 전망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EIA는 2026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을 13.60백만 bpd로 지난달의 13.59백만 bpd에서 소폭 상향 조정했으며, 2026년 미국 에너지 소비 전망은 96.00 쿼드릴리언 Btu로 지난달의 95.37에서 상향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2026년 글로벌 원유 잉여 전망치를 381.5만 bpd에서 370만 bpd로 하향 조정했다.

원유를 장기 체선한 탱커의 고정 재고를 집계하는 업체 Vortexa는 2월 6일로 끝난 주에 7일 이상 정체된 탱커의 원유 재고가 주간 기준 -2.8% 감소해 1억 155만 배럴(101.55 million bbl)로 집계됐다고 보고했다.

OPEC+ 결정과 산유량 조정

OPEC+는 2월 1일 회의에서 2026년 1분기까지 증산 중단 계획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OPEC+는 2025년 11월 회의에서 12월에 +137,000 bpd를 증산하되, 이후 글로벌 잉여가 형성됨에 따라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OPEC+는 2024년 초 채택한 일일 220만 bpd 생산 감축분을 복원하려는 과정에서 아직 120만 bpd를 더 복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OPEC의 1월 원유 생산은 -23만 bpd 감소해 5개월 만의 저점인 2,883만 bpd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과 제재가 미치는 영향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지난 6개월간 최소 28개 러시아 정유시설을 목표로 삼아 러시아의 정제·수출 능력을 제한했고, 11월 말 이후에는 러시아 탱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 발트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새로운 제재는 러시아의 석유 기업·인프라·유조선에 대한 제약을 강화해 러시아산 원유 수출을 억제했다.

주간 EIA 재고 보고서(2월 6일 기준 주간)

수요일 공개된 주간 EIA 보고서는 원유 및 석유제품 측면에서 혼재된 결과를 보였다. 디스틸레이트(경유 등) 재고는 -270만 배럴로 예상(-170만 배럴)보다 큰 폭으로 감소해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원유 재고는 +853만 배럴 증가해 8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시장 예상치(-24,000 배럴 감소)와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휘발유 재고는 +116만 배럴 증가해 5.5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집계되어 예상(+84만 배럴)보다 큰 증설을 보였다. WTI 선물의 인도지점인 커싱(Cushing) 원유 재고는 +107만 배럴 증가해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EIA는 2월 6일 기준으로 (1) 미국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3.4%였고, (2) 휘발유 재고는 +4.4%로 5년 평균보다 높았으며, (3)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3.3%로 5년 평균보다 낮았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 +3.8% 증가해 1,371.3만 bpd로 집계돼 기록적 수준인 13,862,000 bpd(11월 7일 주)에는 소폭 못 미쳤다.

시추 장비(리그) 동향

Baker Hughes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월 6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의 가동 중인 유정(오일 리그) 수는 +1대 증가한 412대로 집계됐다. 이는 2025년 12월 19일 주에 기록한 406대의 4.25년 저점보다 약간 높은 수치다. 지난 2년 반 동안 리그 수는 2022년 12월의 627대(5.5년 고점)에서 크게 감소했다.

전문가 배경 고지

기사 작성 시점에 원문을 작성한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본 기사에 언급된 증권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본문의 모든 데이터와 수치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고를 의미하지 않는다.


용어 설명(독자를 위한 보충 설명)

WTI : 서부 텍사스산 원유(West Texas Intermediate)의 약자로 미국 내 대표적인 경질 원유 가격 기준이다.
RBOB : 휘발유의 한 형태인 RBOB(무연 휘발유 소매용 블렌드)의 선물 가격을 의미한다.
bpd1 : barrels per day(배럴/일)의 약자로 하루 생산 또는 수송되는 원유량 단위다.
EIA : 미국 에너지정보청(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디스틸레이트(distillate) : 경유 및 난방유 등 원유 정제 후 얻는 중간유분을 말한다.
커싱(Cushing) : 오클라호마주 커싱은 WTI 선물의 공식 인도지점이다.
OPEC+ :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의 협의체를 의미한다.
Vortexa : 선적·해상 재고를 추적하는 민간 데이터 제공업체.
Baker Hughes : 에너지 분야의 장비·서비스·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리그 카운트 수치를 공개한다.


시장 영향 및 전망(분석)

종합하면 현재 유가에는 상승 요인(지정학적 리스크, 강한 고용 지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러시아 공급 제약, OPEC+의 증산 중단)하락 요인(미국과 글로벌 원유 재고의 예상보다 큰 증가, 베네수엘라 수출 확대)이 혼재한다.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리스크 프리미엄이 유지되며 유가 상방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군사적 긴장 심화 또는 유조선 압류·공격 등 사건 발생 시 공급 차질 우려로 급등이 촉발될 수 있다.

반면 재고 데이터가 개선되고 미국 원유 생산이 회복세를 보이며 유통 재고가 계속 쌓일 경우, 특히 커싱 및 휘발유 재고의 추가적 증가는 가격의 추가 상승을 제약할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OPEC+의 증산 복원 속도와 러시아의 수출 제약 지속 여부, 그리고 미국·유럽의 제재 영향이 공급 밸런스를 결정할 핵심 변수다.

투자자와 업계 참여자 관점에서는 다음의 시나리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정학적 긴장 고조·군사 충돌 가능성 확대 시 급격한 수급 불균형으로 유가가 단기 급등할 수 있다. 둘째, 재고 증가와 베네수엘라·기타 비OPEC 공급 증가는 상방 압력을 일부 완화해 횡보 또는 하방 조정 리스크를 키운다. 셋째, 러시아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고 OPEC+가 증산을 지연하면 구조적 서플러스 축소로 중장기 유가 상승 압력이 강화된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유가 흐름은 지정학적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재고·생산 통계에 의해 단기 변동성이 증폭되는 국면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군사·정치 동향, EIA·IEA의 재고·수급 통계, OPEC+의 정책 움직임, 그리고 러시아·베네수엘라·미국의 생산·수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