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주 라이커밍 크로싱 쇼핑센터 외부에 걸린 타깃(Target)의 과녁(bullseye) 로고가 보인다. 사진: 폴 위버 | 라이트로켓 | 게티이미지
타깃은 한때 대형 유통업체 중에서도 반짝이는 매장 운영의 표본으로 꼽혔으나, 최근 몇 년간 정돈되지 않은 진열대, 길어진 계산대 대기줄, 잠금 진열 상품, 잦은 품절에 대한 고객 불만이 이어지며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이러한 매장 경험 악화는 고객 충성도와 방문 빈도 하락으로 직결되며, 회사의 실적 회복 과제의 중심에 ‘매장 정상화’가 떠올랐다.
2025년 11월 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타깃은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는 해법을 택했다. 바로 온라인 전략의 전면 조정이다. 매장 직원이 온라인 주문을 직접 선별·포장해 발송하는 타깃 특유의 ‘매장=허브(Stores as Hubs)’ 방식이 현장 인력과 재고를 과도하게 소모해왔다는 판단에서다.
새 전략의 골자는 모든 매장이 아닌 일부 지정 매장만을 ‘배송 박스(Ship-to-Home) 출고 거점’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매장은 해당 업무를 중단하는 것이다. 회사는 10월 말 기준 60개 마켓(권역) 중 36개 마켓으로 확대 적용했으며, 시카고 지역의 성공적 파일럿 이후 2026년에 추가 확대할 계획이라고 그레첸 맥카시(Gretchen McCarthy) 공급망·물류 책임자가 밝혔다.
매장이 곧 ‘물류허브’였던 타깃, 비용 효율과 자본 경량화의 그림자
타깃은 2017년, 아마존과 달리 대규모 풀필먼트 센터가 아닌 전국 매장을 온라인 비즈니스의 동력으로 쓰겠다고 선언했다. 그 결과 최근 분기 기준 온라인 주문의 약 98%주문 비중를 매장에서 선별·포장해 처리했고, 미국 내 거의 2,000개에 달하는 매장이 곧 작은 풀필먼트 허브가 됐다. 마이클 피델키(Michael Fiddelke) 최고운영책임자(COO, 2025년 2월 CEO 취임 예정)는 미니애폴리스 본사 인터뷰에서 이 전략이 비용 효율적이고 자본 경량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팬데믹을 거치며 타깃의 디지털 매출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20회계연도(2020년 초 종료) 약 $66억에서 2025회계연도(2025년 초 종료) $210억에 근접했다. 그러나 성장의 이면에서는 현장 운영의 복잡성이 높아졌고, 매장 고객 대응과 온라인 주문 처리라는 이중 과업이 매장 관리자와 직원의 역량을 분산시켰다.
피델키는 “지금 매장 관리자는 오프라인 고객을 지원하는 동시에, 상당한 규모의 풀필먼트 비즈니스를 운영한다”라며 “두 가지를 모두 잘해내야 하고, 예전보다 훨씬 복잡해졌음을 이제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 복잡성을 어떻게 덜어낼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델키는 향후 최우선 과제로 고객 경험 개선, 타깃의 스타일·디자인 경쟁력 회복, 기술을 통한 운영 효율화를 제시했다. 이는 4년 가까이 연평균 매출이 사실상 정체된 흐름을 끊고 반등을 모색하기 위한 행동 계획의 일부다.
“박스는 줄이고, 운영은 예측 가능하게” — 시카고 파일럿이 보여준 변화
맥카시에 따르면 타깃은 5월 시카고권에서 배송 전담 매장을 지정하는 파일럿을 시작했다. 대시카고권 약 100개 매장 모두가 갈색 박스를 포장하는 대신, 소수 거점으로 집중했다. 그 결과 18개 매장은 배송 전담 업무를 전면 중단했고, 6개 매장은 배송 역량을 확대했다. 현재 5개 거점 매장이 시카고권 배송 물량의 약 30%를 처리하고 있다.
모든 매장은 여전히 커브사이드 픽업(차량으로 들러 직원이 실어주는 방식)과 매장 내 픽업 주문은 처리한다. 맥카시는 “매장은 여전히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의 허브”라면서도, “모든 매장과 공급망 네트워크를 쓰는 방식을 더 정밀하고 정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송 거점 선정 기준에는 박스 포장 공간과 매장 트래픽이 고려됐다.
변화의 효과는 구체적이다. 배송 트럭의 매장 정차 횟수가 줄어 운송 시간·비용이 절감되고, 배송 전담 매장은 인력 배치를 더 계획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또 익일 배송 주문 마감 시간이 정오에서 오후 6시로 연장돼 고객 편의가 개선됐다(시카고 사례).
무엇보다 매장 경험의 지표가 나아졌다. 시카고에서 박스를 더 이상 포장하지 않는 매장에서는 품절 개선, 매장 내 매출 증가가 확인됐고, 매장 청결과 직원 응대 품질에 대한 고객 설문이 10% 상승했다. 커브사이드·매장 픽업 만족도 역시 개선됐다.
시카고권 대부분 매장을 총괄하는 마이크 다일(Mike Deyle) 그룹 부사장은 “직원들이 오프라인 경험과 디지털 경험 모두에 더 집중할 여력을 갖게 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맥카시는 여전히 박스를 포장·출고하는 매장에서 동일한 수준의 개선이 나타나지 않은 점을 “풀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사진: 버지니아주 메리필드 USPS(미국 우정국) 물류센터에 적재된 타깃 박스. 블룸버그 | 게티이미지
아직 남은 숙제 — 발길이 줄어든 매장, 잠금 진열, 계산대 대기
타깃의 풀필먼트 재편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Placer.ai에 따르면 2월 이후 거의 매주 타깃의 매장 방문자 수가 감소했다. 이는 식료품 가격 상승 등 거시경제 압박과, 상품력 약화·경쟁 심화·DEI(다양성·형평성·포용)에 대한 고객 반발 같은 기업 고유 요인이 복합 작용한 결과다.
매장 내 잠금 진열도 고객 불만 요인이다. 타깃은 일상 필수품 잠금 매장 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다수 매장은 전자제품 등 고가 품목만 잠근다고 밝혔다. 계산대 운영에서도 유인 계산대와 셀프 계산대 간 균형을 모색 중이며, 2024년 3월에는 대부분 셀프 계산대에 10개 이하 품목 제한을 도입해 처리 속도와 고객 경험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고객 경험 데이터 업체 HundredX의 조사에 따르면, 타깃은 대형마트·창고형 경쟁사 대비 매장 분위기/청결에서 여전히 우위이나 그 격차가 2021년 10월 +35포인트에서 2025년 10월 +20포인트로 축소됐다. 반면 상품 가용성에서는 경쟁사 대비 열세를 보였다. 직전 6개월 평균 기준, 타깃의 가용성 호평 비율은 43%로 47%인 경쟁사 합산치에 미달했다. 지난 12개월간 4만3,000명+의 고객이 조사에 참여했다. 호평 고객은 매장 접근성과 픽업 주문의 재고 가용성을 장점으로 꼽았고, 부정적 응답자는 매장 내 재고 일관성을 최우선 불만으로 제시했다.
고객 목소리 — “계산 줄은 길고, 의류 매대는 혼잡”
유타주 레하이(Lehi)에 사는 에밀리 헤लेक(Emily Haleck)은 세 자녀를 둔 경영 컨설팅업 대표다. 자녀가 어릴 때는 타깃을 자주 찾았지만, 최근에는 의류 코너의 어수선함과 정리되지 않은 행거가 눈에 띄어 방문 빈도가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월마트에 매주 들러 식료품을 사고 가격 메리트를 느낀다고 했다.
약 일주일 전, 그는 아메리칸 포크(American Fork) 매장에서 아들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딸과 방문했다. 챔피언 물병과 스타버스트 캔디, 아들 욕실용 발매트, 딸의 메이크업과 컨디셔너, 딸 방용 $3 크리스마스트리, 그리고 본인을 위한 티셔츠 2장을 샀으나 티셔츠는 반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날 경험을 “최근 몇 년과 다르지 않았다”며 긴 계산 대기줄과 ‘의류 섹션의 혼돈’을 지적했다.
투자와 운영 딜레마 — “비용만 줄여서는 번영할 수 없다”
타깃은 회사 전체 인력의 약 8%에 해당하는 본사 감원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트루이스트(Truist) 리테일 애널리스트 스콧 치카렐리(Scot Ciccarelli)는 가격 경쟁력과 매장 운영(인력 충원·기술 도입 포함) 강화를 위해 더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치카렐리는 “비용을 계속 줄일 수만은 없다”며 “절감만으로는 번영에 이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타깃이 투자를 확대하지 않으면 시장점유율을 계속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델키는 “우리는 항상 매장에 적정 인력 수준이 무엇인지 살피고 있으며, 인건비를 늘리기보다 복잡성 감축으로 직원의 여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고 밝혔다. 또한 신규 출점과 리모델링 투자 기조는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부 지표상 인스톡(in-stock) 수준이 지난 3개 분기 연속 개선됐고, 자주 구매되는 상품의 재고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성수기 동안 고객은 전년 대비 더 나아진 재고 상태를 기대해도 좋지만, 연휴 이후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음을 인정했다.
용어 설명 — 현장 이해를 돕는 핵심 개념
– 매장=허브(Stores as Hubs): 매장을 소형 풀필먼트 센터처럼 활용해 선별·포장·출고까지 수행하는 운영 모델이다. 타깃은 이를 통해 물류 시설 투자(자본)를 줄이는 대신, 기존 매장 인력·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왔다.
– Ship-to-Home(직배송): 고객 자택으로 택배 발송되는 주문 유형이다. 이번 전략에서 일부 매장만 이 역할을 전담한다.
– 커브사이드 픽업: 고객이 차량으로 매장 외곽까지 오면 직원이 주문 상품을 차에 실어주는 서비스다. 모든 매장이 계속 제공한다.
– 셀프 계산대 10개 제한: 2024년 3월부터 대부분 매장에서 셀프 계산대의 한 번에 결제 가능한 품목 수를 10개 이하로 제한해 체류 시간 단축과 혼잡 완화를 노렸다.
–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다양성·형평성·포용을 의미한다. 일부 고객 반발이 방문 감소 요인으로 거론됐다.
전문가 시각 — 타깃 반등의 관건과 실행 리스크
분석: 이번 배송 거점 집중화는 매장 현장의 업무 혼합(comingle)을 줄여 재고 정확도와 청결·동선을 되살리는 데 직접 기여할 수 있다. 트럭 정차 감소와 주문 마감 연장은 물류 효율성과 고객 만족의 동시 개선을 시사한다. 다만 여전히 박스 포장을 수행하는 거점 매장의 매장 경험이 개선되지 않는 ‘이중 구조’는 남은 리스크다. 해당 매장에는 공간 재배치, 근무 동선 최적화, 피킹 전담 셔틀 인력 등 미세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재고 가용성이 경쟁사 대비 약점으로 드러난 만큼, 수요 예측과 SKU 단위 재고 정확도 개선 없이는 매장 경험 회복이 반쪽에 그칠 수 있다. 본사 감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현장 기술 도구(예: 실시간 재고 스캐닝·피킹 최적화)와 매장 운영 표준화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가 더욱 중요해진다. 요컨대 ‘복잡성 감축’이라는 경영 기조를 현장 설계·인력 배치·기술 도입으로 치환하는 실행력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아마존이 대형 풀필먼트 센터 중심의 모델로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해온 것과 달리, 타깃은 매장 중심으로 라스트마일 효율을 도모해왔다. 타깃의 전략 전환은 두 모델의 중간지점을 모색하는 움직임으로, 선별된 매장에 물류 역량을 집중해 예측 가능성과 현장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단기적으로는 청결·응대·대기시간 지표가 개선될 수 있으나, 상품력(스타일·디자인)과 가격 경쟁력 보강 없이는 방문 회복이 제한될 수 있다. 피델키가 강조한 스타일·디자인 회복과 기술 기반 효율화가 현장 개선과 정합성을 이룰 때, 타깃은 브랜드 경험과 재무 성과의 선순환을 만들 잠재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