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구글)이 AI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했다는 신호가 주식시장에 포착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분기 동안 알파벳과 그 반도체 파트너인 브로드컴 주가가 신형 생성형 AI인 제미니(Gemini) 3 공개를 계기로 급등한 반면, 비상장사 오픈AI의 간접 수혜주로 여겨지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것이다.
2025년 12월 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한때 AI 후발주자로 평가받던 구글은 지난달 제미니 3 AI 모델을 공개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 모델은 업계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ChatGPT 및 GPT 계열 모델의 여러 기능을 상회하거나 맞추는 성과를 보였다는 점이 강조된다.
구글은 또한 11월, 자사 설계의 최신 커스텀 실리콘 칩인 7세대 텐서 프로세싱 유닛(TPU) ‘아이언우드(Ironwood)’를 공개했다. 이후 구글 클라우드를 넘어 다른 기업에도 TPU를 개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검색·광고 외 추가 매출원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한편 엔비디아와 오픈AI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는 오픈AI의 ChatGPT 구동에 널리 쓰이며, 양사는 최소 10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최대 100억 달러 수준의 엔비디아 투자가 포함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새로운 영리법인 구조에서 거의 3분의 1을 보유한 대규모 투자자다. 그러나 11월 18일 구글의 제미니 3 공개 이후, 알파벳이 AI 리더라는 쪽으로 증시의 심리가 기운 모습이다.
웰스파고의 수석 주식전략가 Ohsung Kwon(권오성)은 이번 주 고객 노트에서 이러한 괴리를 지적했다. 권 전략가는 상대적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을 비교한 결과, 오픈AI-ChatGPT 및 엔비디아 GPU에 연동된 종목군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할인 거래를 받고, 반대로 구글 제미니 및 구글의 TPU에 연동된 종목군은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제미니/TPU 연동주들은 거의 10년 만에 처음으로 ChatGPT/GPU 동종 종목 대비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은 GOOGL이 AI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권은 썼다.
‘코드 레드(Code Red)‘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도 시장의 메시지를 감지한 듯한 행보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올트먼은 월요일 직원들에게 ChatGPT 품질 개선에 총력을 다하는 ‘코드 레드‘를 선포하고, 그 노력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일부 제품의 출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사용자가 급증하는 제미니의 압박도 받고 있다. 제미니의 월간 사용자 수는 7월 약 4억5천만 명에서 10월 약 6억5천만 명으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 역시 구글의 자체 칩에 대한 우려와 맞서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구글 TPU가 엔비디아 칩의 지배력을 잠식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엔비디아의 대형 고객사 중 하나인 메타가 데이터센터에 구글 칩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뒤, 엔비디아 주가는 한때 3% 하락했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최근 X(옛 트위터) 게시글에서
"우리는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다"
며 구글보다 더 강력한 칩을 보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반적으로 GPU는 대규모 병렬 연산에 널리 쓰이며, TPU는 특정 AI 연산에 특화된 칩으로 활용된다.
권 전략가는 "열광이 과도할 수는 있지만, AI가 더 이상 모두를 떠받치는 만능의 순풍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래는 점점 더 정교하고 개별적이 되고 있다. 나스닥 100지수 구성 종목 간 평균 쌍대 상관관계는 사상 최저인 14%로 급락해 승자와 패자가 갈리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고 덧붙였다.
알파벳의 주가는 11월에 ‘매그니피센트 7’ 동종 대형 기술주 대비 두드러진 초과수익을 기록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연초 대비 66% 이상 상승했으며, 이번 분기에도 약 30% 오름세다.
투자자들은 브로드컴의 랠리에서도 TPU 수요 급증의 신호를 읽을 수 있다. TPU는 어플리케이션 특화 집적회로(ASIC)의 일종이다. 브로드컴은 오랫동안 구글 칩의 설계·제조를 지원해 왔으며, 맞춤형 ASIC 시장에서도 지배적 지위를 차지한다. 브로드컴 주가는 연초 대비 약 65% 상승 중이다.
GOOGL, NVDA, AVGO의 1년 주가 흐름을 비교하면 이러한 온도차가 드러난다. 엔비디아는 2년간의 폭발적 상승 이후 최근 압력을 받는 모습이다. 해당 종목은 연초 대비 약 35% 상승했지만, 이번 분기에는 2% 이상 하락했다.
핵심 용어 설명과 맥락
프록시(Proxy) 주식: 비상장사인 오픈AI처럼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기업의 성과를 가장 잘 반영한다고 여겨지는 상장사를 통해 우회 투자하는 개념을 가리킨다. 본문에서는 엔비디아(모델 학습·추론용 GPU 공급)와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대규모 투자자)가 오픈AI의 프록시로 언급된다.
GPU·TPU·ASIC의 차이: GPU는 원래 그래픽 연산용이지만, 병렬 처리 성능 덕분에 AI 학습·추론에 널리 쓰인다. TPU는 구글이 AI 연산에 특화 설계한 칩으로, 특정 종류의 텐서 연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최적화돼 있다. ASIC은 특정 목적에 맞춰 설계된 칩의 총칭으로, TPU는 AI 특화 ASIC의 한 형태다.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 향후 12개월 등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현재 주가가 고평가인지 저평가인지 가늠하는 지표다. 본문은 제미니/TPU 연동주가 ChatGPT/GPU 연동주 대비 프리미엄으로 거래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상관관계 14%: 나스닥 100 구성 종목 간 평균 쌍대 상관관계가 사상 최저인 14%로 하락했다는 지표는, AI 테마 내에서도 종목별 차별화가 커지고 선별적 투자 환경이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10GW와 단계적 투자: 데이터센터 전력·연산 인프라의 규모를 나타내는 단위로, 10GW급은 방대한 AI 인프라 확충 의지를 시사한다. 엔비디아의 최대 100억 달러 규모 단계적 투입 계획은 AI 수요의 구조적 장기성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다.
기자 해설: 무엇이 달라졌나
첫째, 밸류에이션 축이 GPU 중심에서 TPU·커스텀 실리콘까지 확장되고 있다. 브로드컴의 강세는 고객 맞춤형 AI 칩 전쟁에서 대체·보완재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모델 경쟁력이 사용자 기반으로 직결되는 속도가 빨라졌다. 제미니 사용자의 급증은 생태계 전환 비용에 대한 기존 가정을 재점검하게 만든다.
셋째, 리더십 재편의 신호가 뚜렷하다. 2016년 이후 이어져 온 GPU 일극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소프트웨어-하드웨어 동시 혁신을 이룬 기업군에 프리미엄이 이동하는 양상이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1) 벤치마크 성능과 실사용 지표(사용자·잔존율) 간 괴리, (2) 칩 공급망에서의 커스텀 ASIC 확대 속도, (3)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이종 칩 병행 채택(멀티-실리콘 전략)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AI가 더 이상 모든 보트를 띄우는 조류가 아니라는 권 전략가의 진단과 궤를 같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