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 — 세계 주요 재무 당국자들이 이번 주 워싱턴에 모인다. 중동 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세 번째 대규모 충격을 가하며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2022년)에 이은 추가적 위험 요인이 되었다.
2026년 4월 12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의 고위 당국자들은 지난주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물가상승률 전망을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혼란으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당 보도는 안드레아 셀랄(Andrea Shalal) 기자의 기사에 기초한다.
전쟁 발발 이전인 2월 28일까지, 양 기관은 세계 경제의 회복력 때문에 성장률 전망을 상향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은 성장 회복과 인플레이션 억제를 모두 지연시키는 연속적 충격을 야기했다.
세계은행의 기본 시나리오는 2026년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의 실질 성장률을 3.65%로 전망해 10월의 4%에서 낮아진 수치를 제시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이 수치는 최악의 경우 2.6%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들 국가의 물가상승률은 2026년에 4.9%로 이전 전망치인 3%보다 높아졌고,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6.7%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세계은행은 밝혔다.
IMF는 전쟁이 지속되어 비료 수송에 차질이 이어질 경우 약 4,500만 명의 추가 인구가 심각한 식량 불안정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금융 대응과 자금 동원
IMF와 세계은행은 취약국을 지원하기 위해 신속한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IMF는 저소득국 및 에너지 수입국을 대상으로 한 단기 긴급 지원 수요를 $200억~$500억으로 추정했다. 세계은행은 위기 대응 수단을 통해 단기적으로 $250억을 동원할 수 있으며, 필요시 6개월 내 최대 $700억까지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시민의 물가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내놓는 조치는 타겟형·일시적이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광범위한 보조책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리더십이 중요하다. 우리는 과거의 위기를 극복해왔다. 그러나 이번은 시스템에 대한 충격이다.” — 세계은행 총재 아제이 방가(Ajay Banga)
정책적 난제와 국제 협력의 제약
각국은 인플레이션 관리와 성장 유지, 그리고 2035년까지 개발도상국에서 노동연령에 진입할 인구 12억 명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장기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또한 국제무대에서는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어 있고, 주요 20개국(G20)의 공조 능력도 제약을 받고 있다. 미국이 현재 G20 순환 의장을 맡고 있으나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한 구성국들과의 관계가 복잡하고, 최근 미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참여를 배제한 사실이 그룹의 위기 대응 조율을 어렵게 만들었다.
“지금 세계에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합의가 없다. 합의 기반으로 운영하려 하면 작동하기 어렵다.” — 조시 립스키(Josh Lipsky), 애틀랜틱카운슬 국제경제 의장
립스키는 IMF와 세계은행 등 다자개발은행(MDB)들이 피해국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발표가 시장을 달래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민간 채권자들에게 보내는 신호다. 위기에 빠진 국가들을 떠나면 안 되며, 이들에 대한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취약국의 구조적 약점과 요구되는 개혁
전 미 재무부 고위 관료 출신으로 현재는 글로벌개발센터(Center for Global Development) 소속인 메리 스벤스트럽(Mary Svenstrup)은 많은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이 몇 년 전보다 더 취약한 상태로 이번 위기에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완충자산(buffer), 재정 건전성, 외환보유고 측면에서 약화되어 있다.
스벤스트럽은 위기가 IMF 이해관계자들로 하여금 취약국 지원 방식 전반을 재고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성장과 개발을 희생하며 버퍼를 다시 쌓도록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새 자금 지원은 더 야심찬 개혁과 함께 제공되어야 하고, 필요하면 광범위한 채무 경감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IMF 전략책임자 출신의 마틴 뮬하이젠(Martin Muehleisen)은 IMF가 공여국들과 협력해 채무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차입국들이 채무 사이클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신규 대출은 신뢰할 수 있는 채무 감축 로드맵에 연동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록펠러재단(Rockefeller Foundation)의 부사장 에릭 펠로프스키(Eric Pelofsky)는 저소득·하위 중소득 국가들이 2025년 채무 상환에 있어 코로나 이전보다 두 배의 비용을 지불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교육, 보건 등 핵심 사회 프로그램 여력을 축소시키며 절반이 넘는 국가들이 현재 채무 부담 위험권에 있거나 근접해 있음을 의미한다(과거 몇 년 전에는 약 4분의 1 수준).
용어 해설
국제통화기금(IMF): 국제 금융 안정을 목표로 각국의 경제정책 자문과 긴급 자금 지원을 하는 다자간 기구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개발도상국의 장기적 성장과 빈곤 감소를 목표로 프로젝트 자금과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국제금융기구다.
여기서 에너지 수입국은 석유·가스 등 에너지를 외국으로부터 수입해 국내 소비를 충당하는 국가들을 의미한다. 이들 국가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에 더 큰 취약성을 가진다.
또한 비료 수송 차질은 농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식량 가격 상승과 식량 불안정으로 직결될 수 있다. 비료는 기후와 토양 조건을 고려할 때 많은 개발도상국의 식량 생산에 필수적이다.
시장·물가·성장에 미칠 전망 분석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를 재부각시킬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우선시하며 금리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올릴 유인이 생기는데, 이는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의 성장 둔화 압력을 증대시킨다. 특히 외화부채 비중이 큰 개발도상국은 금리 인상과 통화약세의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채무 부담 증가와 재정 여력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공공투자와 사회복지 지출을 제약할 수 있다. 이는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며, 노동연령 인구의 흡수 능력이 약화될 경우 실업과 사회 불안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시장 측면에서는 다자개발은행과 IMF의 지원 약속이 민간 채권자들에 대한 신호 역할을 해 자본 유출을 억제하고 일부 취약국의 긴급 유동성 위기를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지원 규모와 신속성, 채무 리스케줄링의 실효성 여부가 관건이다.
결론
중동 전쟁은 글로벌 거시환경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투입했으며, 특히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의 회복 경로를 위협하고 있다. IMF와 세계은행의 신속한 자금 동원과 더불어 채무 구조조정, 타겟형 재정완화, 구조개혁 연계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단기적 위기는 장기적 저성장과 채무 부담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러한 점에서 국제 공조의 복원과 다자 차원의 실효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