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에너지 인프라 겨냥 위협에 유가 상승…호르무즈 봉쇄·산유국 우회수송으로 혼조세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은 소폭 상승(+0.11달러, +0.11%)으로 마감한 반면, 4월 RBOB 휘발유 선물은 하락(-0.0249달러, -0.80%)으로 마감했다. 원유와 휘발유는 이날 급등 이후 차익실현과 복합적 수급요인으로 혼조세를 보였다. 휘발유는 장중 3년 반(3.5년) 최고치까지 급등했으나 이후 조정됐다.

2026년 3월 18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내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의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함에 따라 장 초반 원유가격이 급등했다.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즉각적으로 시장에 반영되며 에너지가격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장중 사우디아라비아의 우회 수출 확대 발표로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사우디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지 않는 레드시(홍해) 야누브(Yanbu) 서부항으로 연결되는 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우회 수송하고 있으며, 최근 5일간 평균 일일 약 4.19백만 배럴(bpd)을 야누브로 선적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쟁 이전 사우디가 총 약 7.0백만 bpd를 수출하던 수준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또 다른 상승요인으로는 정제마진(크랙스프레드)이 3.75년 만의 최고치로 급등한 점이 있다. 정제마진의 확대는 정유사들이 원유를 매수해 휘발유와 경유 등 제품으로 정제하려는 유인을 제공해 원유 수요를 지지한다.

상세 내용(주요 사건·수치)

이날 발표·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 및 이스라엘의 이란 내 사우스 파르스(South Pars) 가스전아살루예(Asaluyeh) 석유 산업 시설에 대한 공습에 대해 보복 성격의 타격을 예고했다. 이에 대한 불안이 원유시장을 자극했다.

한편 이라크는 쿠르드 지역과 터키의 지중해 항구 제이한(Ceyhan)을 연결하는 송유관을 통해 원유수출을 재개하겠다고 밝혀 호르무즈 의존도를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또한 사우디는 3월 2일 이란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됐던 라스 타누라(Ras Tanura) 정유시설(일일 처리능력 55만 배럴)의 조업을 재개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사실상 봉쇄 상태에 가깝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저장시설 포화로 생산을 약 6% 가량 줄여야 했으며, 호르무즈 해협은 통상 세계 석유의 약 5분의 1(20%)을 처리한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를 통한 유출이 3월까지 계속 위축된다면 유가는 2008년의 기록인 배럴당 약 150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급·재고·정책 관련 지표

OPEC+는 3월 1일 4월 생산을 기존 예상보다 많은 일일 206,000 bpd 증산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중동 전쟁으로 인해 산유국들이 실제로 생산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 계획은 달성되기 어려워 보인다. OPEC+는 2024년 초 약 2.2백만 bpd 감산분을 복원하려는 가운데 아직 약 1.0백만 bpd의 복원분이 남아 있다. OPEC의 2월 생산은 전월대비 +640,000 bpd 증가해 29.52백만 bpd로 3년 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정적 요인으로는 선적 대기 중인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 증가가 있다. Vortexa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 약 2.90억 배럴(290 million bbl)이 현재 유조선의 부유 저장(floating storage)에 있으며, 이는 1년 전보다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동시에 3월 13일로 끝난 주간 기준 7일 이상 정체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는 8,928만 배럴(89.28 million bbl)로 전주 대비 -0.4% 감소했다.

미국의 EIA(에너지정보청) 주간 보고는 혼조였다. 휘발유 재고는 -5.4 million bbl로 시장 예상(-2.0 million bbl)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고, 증류유(distillates) 재고도 -2.5 million bbl으로 예상(-1.5 million bbl)보다 큰 감소를 보였다. 반면 원유 재고는 예상을 깨고 +6.16 million bbl 증가하며 1.75년(약 21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WTI 근월물의 인도지점인 커싱(Cushing) 재고는 +944,000 bbl 증가해 1.5년 최고치를 보였다.

EIA는 2월 10일 발표에서 2026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을 지난달의 13.59백만 bpd에서 13.60백만 bpd로 소폭 상향 조정했으며, 2026년 미국 에너지 소비 전망도 95.37쿼드릴리언BTU에서 96.00쿼드릴리언BTU로 상향했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2026년 글로벌 원유 과잉공급 전망을 지난달의 3.815백만 bpd에서 3.7백만 bpd로 하향 조정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확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지속은 러시아 원유에 대한 제약을 유지시키며 유가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최근 미중재 회의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러시아가 전쟁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조기 종결에 실패했다. 러시아는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장기적 합의 가능성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와 수출 제약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개월간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최소 28개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깃으로 삼아 러시아의 정제·수출 능력을 약화시켰고, 11월 이후 발틱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추가로 미국·EU의 대러 제재도 러시아의 수출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용어 설명(초심자 안내)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해협으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한다. 이 지역의 봉쇄 또는 통행 제한은 글로벌 원유공급에 즉각적인 충격을 준다.

크랙스프레드(crack spread):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휘발유·경유 등)으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정제마진을 뜻한다. 수치가 크면 정유사의 제품 생산 유인이 커져 원유 수요와 가격을 지지한다.

부유 저장(floating storage): 유조선 등에 원유를 장기간 저장하는 방식으로, 수송 차질·제재·수요 부족 등으로 항구에 내리지 못한 원유가 유조선에 머무르는 현상이다. 유조선 저장량 증가는 단기적으로 현물시장에 과잉공급 신호를 줄 수 있다.

RBOB 휘발유(RBOB gasoline): 미국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선물 규격 중 하나로, 휘발유 가격 변동성의 대리변수로 자주 사용된다.


시장 영향 분석 및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긴장(이란의 보복 위협, 호르무즈 통행 차질)이 가격 상방을 지지하고 있다. 특히 이란이 언급한 사우디·카타르·UAE 시설 타깃화와 호르무즈 봉쇄 지속은 공급 충격 우려를 강화해 유가 변동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 골드만삭스의 경고처럼 호르무즈 통로가 장기간 위축되면 유가는 단기적으로 과거 고점(2008년 약 150달러) 수준을 재시도할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반면 사우디·이라크의 우회 수출 재개와 유조선 부유저장 물량 증가는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우디의 야누브 송유관을 통한 일평균 약 4.19백만 bpd의 우회 선적과 이라크의 제이한 경유 수출 재개는 호르무즈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공급 충격을 완화할 여지가 있다. 또한 EIA의 원유재고 증가(+6.16 million bbl)와 커싱 재고 증가(+944,000 bbl)는 단기적 재고 누적에 따른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다음 변수들이 유가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1)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통행 정상화 여부, (2) OPEC+의 추가 증산 계획 이행 가능성(잔여 복원분 약 1.0백만 bpd), (3) 러시아·이란 제재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공급 제약, (4) 글로벌 수요 회복세와 재고 수준 변화(IEA·EIA 지표). 만약 호르무즈 통항이 장기간 제한되고 제재로 인한 대체 공급이 충분치 않다면 유가는 상승 압력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우회수송 확대와 재고 증가가 이어지면 가격은 안정화되거나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다.

실무적 시사점

정유사·원유 트레이더·투자자는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뉴스와 EIA·IEA·OPEC+의 발표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정제마진(크랙스프레드)의 확대는 정유사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므로 정유업체의 매입 확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반면 선박에 보관 중인 부유 저장량 증가는 현물시장 과잉을 시사하므로, 재고 데이터와 유조선 위치 데이터를 함께 모니터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주: 본 기사에 포함된 수치와 사건 설명은 Barchart의 2026년 3월 18일 보도를 바탕으로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