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장기화 우려에 국제 유가 급등…WTI 4.2% 상승

국제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중동발 공급 차질 우려에 급등했다.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CLM26)는 16일 장에서 배럴당 4.25달러(4.20%) 오른 채 마감했고, 6월 인도분 RBOB 휘발유(RBM26)는 0.0962달러(2.67%) 상승 마감했다. WTI는 이날 1주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종식되지 못한 채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혀 글로벌 원유 공급이 더 빡빡해질 수 있다는 점에 반응했다.

2026년 5월 16일, 바차트의 보도에 따르면, 유가는 미국과 이란이 10주째 이어지는 충돌을 끝내기 위한 최신 평화안을 서로 거부한 뒤 상승세를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평화 제안을 두고

“쓰레기 한 조각(piece of garbage)”

이라고 표현하며 현재 휴전 상태가 “생명유지장치(life support)”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은 합의하든가, 아니면 초토화되든가 할 것”

이라고 말했으며, 월요일에는 미군 해군과 공중 지원을 동원해 이번 주 안에 상업용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지원하는 작전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전략적 해상 통로로,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이 이 해협을 지나간다. 따라서 이곳의 통항 차질은 국제 유가뿐 아니라 정제유, 운송비, 에너지 전반의 가격 구조를 흔드는 핵심 변수다. 일반 투자자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원유 선물은 미래 특정 시점에 원유를 사고팔기로 약속한 계약이며, RBOB 휘발유 선물은 미국 휘발유 도매가격의 기준이 되는 상품이다. 두 상품이 함께 오르면 통상 정유 마진과 주유소 가격에도 상방 압력이 커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수요일 월간 보고서에서 전 세계 확인된 석유 재고가 3월과 4월에 하루 약 400만 배럴(bpd) 감소했다고 밝히고, 갈등이 다음 달에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severely undersupplied)”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가격은 미국과 이란 전쟁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지지를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 원유 생산이 약 1,450만bpd 줄었고, 이번 차질로 전 세계 원유 비축분이 거의 5억 배럴 감소했으며 6월에는 1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현지 저장시설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폐쇄 여파로 생산을 약 6% 줄일 수밖에 없었다. IEA는 지난 목요일에도 분쟁 동안 80곳이 넘는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으며, 복구에는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가에는 약세 요인도 존재한다. OPEC 대표들은 목요일, 카르텔이 향후 수개월 동안 석유 생산쿼터를 순차적으로 더 늘려 9월 말까지 중단했던 생산을 완전히 되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OPEC은 이미 2023년 단행한 하루 165만 배럴 규모 감산의 약 3분의 2를 공식적으로 복원하기로 합의했으며, 이후 세 차례의 월별 단계에 걸쳐 나머지 물량도 되살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OPEC+는 5월 3일 6월 생산량을 하루 18만8,000배럴 늘리겠다고 했고, 5월에도 20만6,000배럴 증산했다. 그러나 중동 전쟁으로 인해 주요 산유국들이 오히려 생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인 만큼 실제 증산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OPEC의 4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42만 배럴 감소한 2,055만 배럴로, 35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해운 시장에서는 재고 흐름도 긴장의 대상이다. 탱커트래커 업체 보텍사(Vortexa)는 월요일, 7일 이상 정박 상태였던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5월 8일 종료 주간 기준 전주 대비 33% 감소한 1억390만 배럴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해상 저장 물량이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하며, 단기 공급 압박을 더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유럽 전선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원유시장에 상방 압력을 더했다. 미국이 중재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제네바 회담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조기 종료됐다. 러시아는 여전히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영토를 자국 요구에 맞춰 받아들이지 않는 한 장기적 타협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와 수출 제약이 이어지는 한, 시장은 공급 위축을 우려하며 유가에 강세를 부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은 지난 10개월 동안 러시아 정유시설 최소 30곳을 타격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제한하고 세계 공급을 줄였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4월에는 러시아 정유소, 수출 터미널, 송유관 인프라를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최소 21건 있었고, 이로 인해 러시아의 평균 정유 가동률은 하루 469만 배럴로 낮아졌으며 이는 16년 만의 최저치였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원유 기업, 인프라, 탱커에 대한 제재도 수출을 억누르고 있다. 즉, 중동과 동유럽의 두 전선이 동시에 에너지 공급망을 압박하면서 국제 유가의 하단을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원유 재고와 생산은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수요일 보고서에 따르면 5월 8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보다 0.3% 낮았고, 휘발유 재고는 4.3% 낮았으며, 증류유 재고는 9.4% 낮았다. 증류유는 경유, 난방유 등 보다 무거운 정유 제품을 뜻한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1.0% 증가한 하루 1,371만 배럴로 집계됐으며, 이는 11월 7일 주간 기록한 하루 1,386만2,000배럴의 사상 최고치에는 소폭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추 활동도 소폭 늘었다. 베이커휴즈(Baker Hughes)는 5월 15일 종료 주간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장비 수가 5기 증가한 415기로 집계됐다고 금요일 발표했다. 이는 12월 19일 주간 기록한 406기의 4년 3개월 만의 최저치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원유 시추장비 수는 2022년 12월에 기록한 627기의 5년 반 만의 최고치에서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이는 셰일 업계의 투자 속도 조절과 가격 변동성, 자본 효율성 중시 기조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종합하면, 이번 국제 유가 급등은 단순한 단기 반등이 아니라 중동 전쟁 장기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 러시아 제재, 재고 감소가 겹친 복합적 공급 불안에 뿌리를 두고 있다. 향후에도 중동에서 협상 진전이 없고 해협 봉쇄가 이어질 경우 유가는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OPEC+의 증산 기조와 미국의 원유 생산 회복이 강해질 경우 상승 폭은 제한될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세계 석유 시장이 구조적으로 빠듯한 상황에 놓여 있어, 원유·가솔린·정제마진 전반의 변동성이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