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및 휘발유 선물가격이 하락했다. 5월 인도분 WTI(클락스버지 코드 CLK26)는 수요일 종가 기준으로 -1.26달러(-1.24%) 하락 마감했고, 5월 인도분 RBOB 휘발유(RBK26) 선물은 -0.1125달러(-3.51%) 하락 마감했다. 시장은 중동에서의 적대행위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유와 휘발유 가격이 급락했다. 추가적으로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 2.75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한 점도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2026년 4월 2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은 미국이 2~3주 내로 이란과의 전쟁을 종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란이 휴전을 요청했다고 말했으며, 호르무즈 해협이 “open, free and clear“(열려 있고, 자유롭고 명확한 상태)가 될 때 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별도의 발언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닫혀 있는 상태에서도 전쟁을 끝낼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주된 목표가 이란 해군과 탄도탄 재고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히고, 외교적 압박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재개를 촉구하면서 적대행위는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런 외교적 압박으로 해협이 재개되지 않으면, 미국은 유럽 및 걸프 동맹국들에게 수로 개방의 주도권을 맡기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의 대통령 마수드 페제스키안(Masoud Pezeskhian)은 자국이 전쟁을 끝낼 ‘필요한 의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전제 조건으로는 모든 전선에서 적대행위가 중단되어야 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 인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페제스키안의 발언은 중동 정세의 향후 협상 조건을 분명히 하는 대목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 상태는 여전히 글로벌 공급을 제약하고 있어 원유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지역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약 6%에 달하는 생산 감축을 강요받았다. 통상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20%)을 처리한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요일 보도에서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 및 다른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무력으로 개방하는 데 협조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전쟁의 확대 가능성 또한 원유 시장에는 상방 압력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군에 킹파드(King Fahd) 공군기지 접속을 허용했고, UAE는 이란 국적자의 입·경유를 금지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해 인근 여러 국가의 표적을 타격했으며, 이로 인해 중동 이웃국들은 이란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월요일, 중동 9개국에서 40곳 이상의 에너지 시설이 “심각하거나 매우 심각하게” 손상되어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인프라 피해는 전쟁 종결 이후에도 공급 복구 지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급 측면의 비관적 요인과 낙관적 요인
약세 요인으로는 OPEC+가 3월 1일 발표한 4월 증산 계획이 있다. OPEC+는 4월에 일평균 206,000 배럴(bpd)의 증산을 발표했는데, 이는 시장 추정치인 137,000 bpd를 웃도는 수치였다. 다만 중동의 생산자들이 전쟁 영향으로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해당 증산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OPEC+는 2024년 초에 단행한 총 220만 bpd의 감산분을 복원하려 하고 있으며, 아직 복원하지 못한 물량은 약 100만 bpd가량 남아 있다. OPEC의 2월 원유 생산은 +64만 bpd 증가해 3.25년 만의 최고인 29.52백만 bpd를 기록했다.
반면 약세 요인이자 공급 과잉 신호로 해석되는 요소도 존재한다. 선적 중(유조선 상) 저장(floating storage)으로 보유된 원유량이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데이터업체 보렉사(Vortexa)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및 이란산 원유 약 2억9천만 배럴(290 million bbl)이 유조선에 떠 있는 상태로, 이는 1년 전보다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보렉사는 3월 27일로 끝난 주간(주간 집계) 기준으로 최소 7일 이상 정박 중인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전주 대비 +47% 증가한 136.13 million bbl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부유 저장 증가는 시장에 단기적으로 공급 과잉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재고·생산 지표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보고서는 원유 및 제품 시장에 혼재된 신호를 제시했다. 약세로 작용한 지표는 다음과 같다. EIA 집계에서 원유 재고는 +545만 배럴(+5.45 million bbl) 증가해 2.75년만의 최고를 기록했으며, 이는 시장 예상치인 +200만 배럴(+2.0 million bbl)을 크게 상회했다. 또한 휘발유 재고는 -58.6만 배럴(-586,000 bbl) 감소했으나 이는 예상치인 -237만 배럴(-2.37 million bbl)보다 적은 감소폭이었다. Cushing(WTI 인도지점) 재고는 -520,000 bbl 변동을 기록해 20개월 최고 수준으로 보고되었다. 한편 호의적인 측면으로는 디스틸레이트(중유류) 재고가 -210만 배럴(-2.1 million bbl) 감소해 예상치 -53,000 bbl를 크게 밑돌았다.
EIA는 3월 27일 기준으로 미국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보다 +1.4% 높고, 휘발유 재고는 +4.2% 높으며,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2.2% 낮다고 집계했다. 한편 같은 주의 미국 원유 생산은 13.657백만 bpd로 전주 대비 변동 없이 유지되어 11월 7일의 최고치 13.862백만 bpd보다는 소폭 낮은 수준이었다.
시추·운송 관련 데이터
베이커 휴즈(Baker Hughes)는 3월 27일자로 집계한 미국 가동 중인 석유 시추 장비 수가 -5대 감소해 409대가 되었다고 보고했다. 이는 4.25년(약 51개월) 최저였던 406대(2025년 12월 19일 기준)에 근접한 수치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시추 장비 수는 2022년 12월의 627대에서 크게 줄어들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관련해서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이 중재를 시도한 회담이 조기 종료되었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난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장기적 평화 정착의 희망이 낮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전망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와 유통 제한을 계속 유지시키는 요인이 되어 원유 시장에 상승 압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지난 8개월간 최소 28개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해 러시아의 정유·수출 역량을 제한해왔고, 발트해에서는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미·EU의 새로운 대(對)러시아 석유 기업·인프라·유조선 제재가 더해지며 러시아산 원유 수출은 억제되고 있다.
용어 설명
• WTI(웨스트 텍사스 인터미디어트):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를 대표하는 가격 지표다.
• RBOB: 휘발유 선물의 한 종류로, 소매용 휘발유의 원재료 가격 지표다.
• EIA: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미국의 공식 에너지 통계 기관이다.
• IEA: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분석을 담당한다.
• OPEC+: OPEC 회원국에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이 포함된 협의체로 산유량 정책을 조정한다.
• bpd: 배럴 퍼 데이(barrels per day), 하루 생산·수송 단위이다.
• Floating storage(부유 저장): 유조선에 원유를 싣고 항해 중이거나 정박한 상태로 저장하는 방식으로 단기적 공급 회피·회전 효과를 낸다.
시장 전망 및 경제적 영향분석
단기적으로는 중동에서의 긴장 완화 기대가 실제 협상·휴전 합의로 이어지면 호르무즈 해협의 부분적·전면적 재개가 가능해져 글로벌 원유 수급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 이 경우 선물 가격은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해협이 완전 재개되지 않거나, 인프라 복구가 지연되어 공급 병목이 지속될 경우에는 현재의 변동성 장세가 장기화되어 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중기적 관점에서는 다음 요소들을 주시해야 한다. 첫째, OPEC+의 증산 의지와 실제 증산 가능성이다. 현재의 군사적 리스크로 중동 생산자들이 증산을 하지 못하면 시장은 공급 부족 우려를 유지할 것이다. 둘째,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 및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인한 정유·수송 차질은 대체 공급원을 찾게 만들어 유가의 상방 리스크로 작용한다. 셋째, 부유 저장의 규모가 크면 단기적으로는 물량을 시장 외부로 유도해 가격 하락을 제한하지만, 이러한 재고는 결국 시장에 복귀할 경우 가격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에너지 가격의 완만한 하락은 인플레이션 완화에 기여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중동 리스크의 재고양은 에너지·운송 비용 상승을 통해 실물 경기 둔화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정제마진(정유사의 제품 생산 수익성)과 석유제품 수급(특히 디스틸레이트의 경우 재고가 부족한 점)은 계절적 수요·공급 요인과 결합해 지역별로 상이한 가격 움직임을 유발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가격 하락은 중동 긴장 완화 기대와 EIA의 재고 증가라는 단기적 요인에 기인한다. 그러나 인프라 손상,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 러시아 관련 리스크 등 다수의 구조적·정치적 요인이 여전히 상존해 있어 원유 시장은 단기간 내에 안정화되기 어렵다. 시장 참가자들은 재고 지표, 호르무즈 해협 상태, OPEC+ 행동,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의 변화, 부유 저장 수치 등의 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기사 작성·자료: 바차트(Barchart) 보도 자료 및 공개 데이터(EIA, IEA, OPEC+, Vortexa, Baker Hughes) 기반. 원문 저자: Rich Asplu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