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OSCO 제외 시 230억 달러 규모 파나마 항만 매각 저지 압박

중국 정부가 국영 해운사인 COSCO(코스코)의 참여가 배제될 경우, 230억 달러(약 31조 7,000억 원) 규모의 파나마 운하 항만 매각 거래를 좌초시키겠다고 경고하면서 글로벌 항만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25년 7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홍콩 소재 CK 허치슨 홀딩스가 보유한 전 세계 40여 개 해상항만, 그중에서도 파나마 운하 인근의 핵심 항만 두 곳을 서방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매각금액은 약 230억 달러로 평가되며,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NYSE:BLK)과 스위스/이탈리아계 해운사 Mediterranean Shipping Co.(MSC)이 2025년 3월에 예비 협약을 체결해 독점 협상권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COSCO가 양사와 동등한 지분을 획득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며, 배제될 경우

“국가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

는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이해당사자 및 협상 구조

WSJ(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CK 허치슨, 블랙록, MSC는 COSCO의 부분 참여 가능성에 원칙적으로 열려 있지만, 7월 27일 만료되는 독점 협상 기간이 종료되기 전에는 공식 합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독점 기간 이후 협상판이 재구성될 경우, COSCO가 “3자 동등 지분 구조”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으며, 기존 투자자들은 이를 두고 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의 핵심 자산세계 교역량의 약 5%가 통과하는 파나마 운하의 전략적 항만 두 곳을 포함한다. 이 지역은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과 맞물려 “21세기 신(新) 해상 실크로드”의 요충지로 평가된다.


미·중 갈등의 또 다른 화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거 “파나마 운하는 미국이 역사적으로 통제해야 할 전략 자산”이라며 중국계 자본의 관여를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COSCO 지분 참여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안보 이익 침해를 이유로 추가 제재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편, 베이징은 CK 허치슨이 중국 기업을 배제한 채 서방과 단독 거래를 추진했다는 이유로 크게 반발했다. 중국 규제 당국은 “국유 기업은 CK 허치슨 및 모기업(홍콩 재벌 리카싱 일가)과의 신규 거래를 잠정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이는 사실상 재무·물류·건설 등 중국 국영 계열사의 “보이콧” 선언으로 해석된다.


협상 전선 확대: 스위스 무역협상장에서 등장한 항만 카드

WSJ는 2025년 5월 스위스에서 진행된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 대표단이 “파나마 항만 매각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고 전했다. 이는 기존의 관세·기술 통제를 넘어 “인프라·해운 쟁탈전”까지 협상 범위가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측은 또 한 번 CK 허치슨·블랙록·MSC에 공식 서한을 보내 “COSCO 배제 시 거래 무산”을 재차 경고했다. 백악관 역시 내부 브리핑을 통해 “중국의 항만 확장을 국가 안보 위험으로 간주”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협상 지형은 다층적인 지정학적 ‘줄다리기’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전문가 해설: COSCO·CK 허치슨은 누구인가?

COSCO(China Ocean Shipping Company)는 중국 국무원이 직속 관리하는 세계 3위 해운·항만 운영 기업으로, 컨테이너선 시장 점유율 약 12%*알파라이너 2025년 1월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CK 허치슨 홀딩스는 홍콩 재벌 리카싱 일가가 지배하는 다국적 기업이며, 통신·인프라·부동산·항만을 포괄한다. 항만 부문은 전 세계 27개국에서 50여 개 터미널을 운영해왔다.

이처럼 글로벌 해운·항만 업계의 ‘빅 플레이어’ 간 동맹과 견제는 코로나19 이후 재편된 공급망·물류 패러다임과 결합되며, “공급망 블록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

① 7월 27일 독점 협상 만료 이후 주요 지분 구조 변화 여부
② 미국의 CFIUS(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심사·제재 카드 발동 가능성
③ 파나마 정부의 항만 운영권 승인 절차와 채널 통제권 논쟁
④ 동남아·남미 해상 물류 노선에서 COSCO-MSC 간 전략적 협업 확대 가능성

시장 참여자들은 “평화로운 M&A”보다는 “전략 자산 쟁탈전”에 가까운 이번 협상을 두고, 미·중 패권 경쟁이 해상 물류 네트워크로 본격 확전되는 신호탄으로 분석하고 있다. 독점 협상 종료까지 보름 남짓 남은 시점에서, 거래구조·지분율·규제 변수 등을 둘러싼 초대형 ‘삼파전’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