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8월 신규 대출 소폭 회복…예상치에는 크게 못 미쳐

베이징발—중국 인민은행(PBoC)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8월 중국 상업은행들의 신규 위안화 대출 규모는 5,900억 위안(약 828억4,000만 달러)으로 집계됐다. 이는 7월 500억 위안 순감소라는 20년 만의 이례적 위축세에서 반등한 수치지만, 로이터 통신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8,000억 위안)에는 크게 못 미쳤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산업 과잉 설비 해소 캠페인이 여전히 대출 수요를 제약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권 유동성은 공급되지만 실물경제로의 전이 속도가 둔화되는 모양새다.

중국 은행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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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부 지표 분석

인민은행은 월별 세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로이터는 1~8월 누적 지표(13조4,600억 위안)와 1~7월 지표를 비교해 8월 수치를 추정했다. 1~8월 누적 신규 대출은 전년 동기(14조4,300억 위안) 대비 6.7% 감소했다.

순이자마진(Net Interest Margin, NIM) 압력도 지속된다. 중국 4대 국유은행은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대출 수요 부진이 올해 하반기 수익성을 더욱 갉아먹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금융당국은 기업·가계 지원을 위해 저리 대출상환 유예를 독려하고 있어, 은행권의 이익 폭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대출 금리를 계속 낮추는 상황에서 수익 유지가 쉽지 않다” — 중국 대형 국유은행 관계자

2. 경기 둔화 배경

중국 공장지대 전경

중국 경제는 3분기 초반부터 성장 모멘텀 약화 조짐을 보였다.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소매판매 증가세도 급격히 둔화됐다. 8월 제조업 PMI는 5개월 연속 위축국면(< 50)을 이어갔으며, 수출 증가율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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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미국과 중국은 8월 말 관세 휴전(truce)을 90일 추가 연장하기로 했지만, 근본적 무역합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시적 관세 완화에 힘입어 나타났던 수출 반짝 효력도 8월 들어 빠르게 소멸됐다.


3. 통화·신용 지표

8월 광의통화(M2)는 전년 대비 8.8% 확대돼 시장 예상치(8.7%)를 상회했다. M2 증가는 7월과 같은 속도다. 반면 협의통화(M1)6.0% 증가해 7월(5.6%)보다 개선됐으나 여전히 낮은 한 자릿수를 유지했다.

총사회융자(TSF)1 잔액은 전년 동월 대비 8.8% 증가했는데, 7월(9.0%)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TSF는 IPO, 신탁대출, 회사채 등 은행권 외부 자금을 포함해 실물경제로 유입되는 총 신용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1 TSF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TSF(Total Social Financing)는 중국 특유의 광의 신용지표로, 은행 여신 뿐 아니라 그림자금융·채권·주식발행 등 다양한 자금조달 경로를 포괄한다. 금융시장의 실질 유동성을 가늠할 때 활용되는 핵심 지표다.


4. 정책 대응 및 시장 전망

베이징은 8월 가계·기업 대출 이자보조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정책은 9월부터 시행돼 차주(借主)들의 실질 조달비용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씨티(Citi) 이코노미스트들은 보고서에서 “보조금 시행 전 대출이 미뤄지면서 8월 수요가 일부 지연됐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또한 정부는 ‘공장 가동률을 떨어뜨리는 저가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반(反)인벌루션(anti-involution)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과잉 공급된 업종의 생산능력을 감축해 만성 디플레이션 위험을 해소하려는 장기 계획의 일환이다.

중국 위안화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경기 둔화와 규제 부담이 맞물리면서 대출 수요 위축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지급준비율(RRR) 인하 등 비전통적 완화 카드가 검토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5. 전문가 심층 의견

본지 취재에 응한 복수의 중국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조정이 끝나지 않은 한, 은행권의 자산건전성 우려와 대출 수요 부진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공급측 개혁과 수요진작을 동시에 추진하는 양손잡이 정책을 쓰고 있지만, 정책 파급경로가 과거보다 지연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M1 증가율이 여전히 낮다는 점은 기업 심리지표가 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면서, “정책 신뢰 회복가계 소득 안정이 병행돼야 소비·투자의 선순환이 재가동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관전 포인트로는 ▲부동산 부양책의 구체화 ▲미중 무역협상 진전 ▲추가 통화·재정 완화 여부가 꼽힌다. 시장에서는 올 4분기 신규 대출이 계절적 요인으로 9~10월에 일시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다만 실물 수요 회복 없이 공급확대 일변도의 정책이 지속될 경우 레버리지 누적 및 금융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경계심도 공존한다.


6. 용어 해설 · 참고 정보

순이자마진(NIM): 은행이 대출·투자 등으로 벌어들인 이자수익에서 예금·차입 등 이자비용을 뺀 뒤 운용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낮아질수록 은행의 수익성은 악화된다.

M0·M1·M2: 통화지표로써, M0는 현금통화, M1은 M0+요구불예금, M2는 M1+저축성예금을 포함한다. M2 상승세는 유동성 확대를 의미하지만, 실물경제로 자금이 흘러갔는지는 M1·신용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반(反)인벌루션: 인벌루션(involution)이란 과도한 경쟁으로 구조적 효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중국 정부는 ‘반인벌루션’ 전략을 통해 과열 경쟁 업종의 설비투자를 억제·정비하고, 장기적 가격 안정 및 질적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