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Reuters) – 중국 은행권의 7월 신규 위안화 대출이 전월 대비 급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17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한 로이터 설문이 보여줬다. 이는 성장 지원을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신용 수요 약화와 계절적 특수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2025년 8월 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은행들은 7월 한 달간 약 3,000억 위안(약 410억 달러)의 순(純) 신규 위안 대출을 공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6월의 2조2,400억 위안과 비교해 87%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7월은 2분기 말 실적 관리를 위해 대출이 급증하는 6월 직후이기 때문에 대출 공백이 발생하기 쉽다. 조사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들은 “계절적 요인 때문만이 아니라, 최근 제조업·소비 부진으로 기업과 가계의 실질적인 차입 수요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광의 통화·신용 지표도 둔화… 정부·기업 채권 발행이 버팀목
글로벌 투자은행 노무라는 연구노트에서 사회융자총량(Total Social Financing·TSF) 증가율이 6월 8.9%에서 7월 9.1%로 다소 높아졌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정부 국채와 기업 회사채 발행 확대가 기여한 결과다.
TSF는 은행 대출뿐 아니라 기업공개(IPO), 회사채, 신탁대출 등 비(非)전통적 자금조달을 포함하는 중국 고유의 광의 신용지표다.
경제학자들은 “정부 주도 채권 발행이 없었다면, 실물경제로 흘러가는 민간 부문의 신용 흐름은 더 크게 둔화됐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반면 M2 통화량(현금 유통액 + 기업·가계 예금 등)은 전년 동월 대비 8.2%로, 6월(8.3%)에 비해 소폭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금융기관의 예금 증가세도 주춤했음을 시사한다.
정책·산업 지원책 발표… “수요 창출이 관건”
중국 국무원은 2주 전 곡물 및 주요 농산물 공급 안정을 위해 농업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이번 주에는 중·장기 대출을 통해 통합회로(IC) 등 첨단 제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개월 연속 수축 국면(<50)에서 머문 가운데, 미국과의 무역 마찰 완화를 위한 90일간 휴전 연장 논의도 진행 중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관세 유예가 확정되면 정부가 소비 진작 및 투자 확대를 위한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여지가 커진다”고 평가한다.
향후 일정 및 전망
중국 정부는 8월 8~15일 사이에 7월 대출·통화 지표를 공식 발표한다. 설문에 따르면 잔액 기준 위안 대출 증가율은 6월 7.1%에서 7월 7.0%로 소폭 둔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7월 TSF 순증 규모는 1조5,000억 위안으로, 6월(4조2,000억 위안)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경기 모멘텀이 약한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만으로는 실물경제 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수요 측면을 자극할 구조적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용어 설명
M2: 한 나라 시중에 풀려 있는 현금 + 수시입출금·정기 예금 등을 합친 광의 통화지표다. 통상 경제 전반의 유동성 평가에 쓰인다.
사회융자총량(TSF): 중국 인민은행이 발표하는 광의 신용 지표로, 은행권 대출·회사채·신탁대출·주식발행 등 모든 형태의 자금조달을 아우른다. 중국의 특수한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핵심 데이터로 인정받는다.
순 신규 대출: 해당 월 신규 대출액에서 만기 상환액을 차감한 순증 규모를 의미한다. 실제 시중에 추가 유입된 자금 규모로 해석할 수 있다.
환율 정보: 1달러 = 7.1803위안(기사 작성 시점 인용)
시장 관계자들은 8월 중 발표될 7월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지준율(RRR) 인하나 정책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