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0%를 기록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반면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3.6% 하락해 시장 전망(−3.3%)보다 낙폭이 컸다. 이는 부진한 내수와 미·중 간 교역 불확실성이 소비·기업 심리에 계속해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음을 방증한다.
2025년 8월 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장 출하가격은 2년 넘게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정부가 가격 경쟁 완화에 나섰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되자 당국은 철강·자동차 등 핵심 산업의 과잉설비(over-capacity)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다만 10여 년 전 전면적으로 시행됐던 이른바 ‘공급 측 개혁’에 비하면 이번 조치는 규모와 강도가 모두 축소된 버전으로 평가된다.
1. 7월 물가 지표 세부 내용
CPI는 전월(0.1% 상승)보다 둔화해 전년 대비 0.0%를 기록, 로이터 사전 조사치였던 −0.1%보다 소폭 양호했다.
품목별로는 식품 가격이 1.6% 하락하며 물가 전반을 끌어내렸다. 특히 돼지고기·채소 가격 약세가 두드러졌다. 6월 식품 가격 낙폭은 −0.3%였다.
월간 기준으로는 6월 −0.1%에서 7월 0.4% 상승으로 전환됐다. 이는 시장 예상치 0.3%를 소폭 웃도는 결과다.
근원물가(Core CPI)는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지표로, 7월 0.8%를 기록하며 6월 0.7%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2. PPI와 산업별 동향
PPI는 전년 대비 3.6% 하락해 동일한 낙폭을 기록한 6월과 같은 수준이지만, 이는 2023년 7월 이후 최저치로 집계된다. 공장문 앞에서 책정되는 가격이 장기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기업 수익성 악화와 재고 소진 압력이 여전히 크다는 뜻이다.
“가격 경쟁을 완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양극화된 업종별 가격 전쟁은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전기차·태양광 패널·배터리 산업에서의 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3. 기상 악재와 경기 불확실성
7월 한 달 동안 중국 동부 연안 대부분 지역이 40℃ 안팎의 폭염에 시달렸고, 동시에 동아시아 몬순이 북·남부에 정체하며 평년보다 강한 집중호우가 빈번했다. 이러한 기상 악재는 물류 차질과 농산물 수급 불안을 야기해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미국과의 ‘취약한 휴전’ 상태인 무역 협상 역시 소비·투자 심리를 꺾고 있다. 현지 투자은행들은 주택 미분양, 일자리 불안 등을 이유로 가계 지출이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4. 정책적 시사점과 전망
중국 정부는 대규모 경기부양책 투입 대신 자동차·배터리·전자 상거래 등 주요 산업에서의 ‘무질서한 경쟁’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정책의 직접 수요 진작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결국 최종 수요(f inal demand)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한다.
경제학자들은 CPI가 0% 부근에 머무는 현 상황을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단계로 분류하며, 수요가 더 위축될 경우 본격적 디플레이션(deflation)으로 전환될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4분기 중 통화정책 완화, 제한적 재정 투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나, 당국은 “일률적 경기부양은 부채 부담만 키울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다.
5. 용어 설명초심자용
CPI(Consumer Price Index)는 소비자가 실제로 구입하는 상품·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해 생활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PPI(Producer Price Index)는 원재료·중간재·완제품 등 생산 단계에서 형성되는 가격 변화를 나타낸다. 공장·도매 단계의 물가지표로, 통상 3~6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
공장 출하가격(factory-gate price)은 제조업체가 제품을 출하할 때 책정하는 가격으로, 세금·운송비·도소매 마진이 포함되기 전 금액을 뜻한다.
과잉설비(over-capacity)는 시장 수요 대비 생산능력이 과도하게 큰 상태로, 단기적으로는 가격경쟁·이윤 하락·재고 누적을, 장기적으로는 구조적 공급과잉과 투자 비효율을 초래한다.
6. 기자의 시각
이번 수치는 중국 경제가 ‘정책의 무게’와 ‘시장 자생력’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PPI의 장기 하락은 기업들이 가격 인하를 통해서라도 판매량을 확보해야 하는 현실을 드러낸다. 소비가 살아나기 전까지는 기업 수익성·임금·고용이 동반 압박을 받는 디플레이션 악순환 위험이 상존한다.
이에 따라 3분기 후반부터는 지방정부 특수채 확대, 인프라 프로젝트 재개, 소비 쿠폰 지급 등 ‘핀셋형 부양책’이 추가로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위안화 약세와 부동산 채무 문제 등을 감안하면 정책 당국은 선별적·단기적 처방을 택할 공산이 높다. 시장은 ‘빅 스플래시’보다는 ‘스몰 스텝’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