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 달러화 표시 국가채권(달러채)을 두 개의 트랜치로 나눠 총 40억 달러 규모로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양국 정상이 한국에서 회동해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나온 움직임이다.
2025년 11월 5일, 로이터의 용어설명서(텀시트) 확인에 따르면, 중화인민공화국은 3년물 달러채와 5년물 달러채로 구성된 두 트랜치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3년물은 동일만기 미 국채 수익률에 약 25bp(베이시스포인트)를 가산하고, 5년물은 5년물 미 국채 수익률에 약 30bp를 가산하는 수준으로 최초 금리 가이던스가 제시됐다고 전했다.
핵심 수치 — 발행 한도: 40억 달러(상한) | 주문(오더북): 650억 달러 이상 | 3년물 스프레드: T+25bp | 5년물 스프레드: T+30bp
텀시트에 따르면 거래 규모는 최대 40억 달러로 상한이 설정돼 있다. 그러나 로이터가 열람한 한 북러너(bookrunner)의 메시지에 의하면, 오더북(수요 주문)은 이미 650억 달러를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공급 대비 대규모 초과수요를 시사한다.
중국 재정부는 로이터가 보낸 질의 팩스에 대해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통신사는 전했다. 당국의 공식 코멘트가 없는 가운데 시장은 텀시트와 북러너 메시지를 통해 윤곽을 가늠하고 있다.
무역 긴장 완화와 발행 타이밍
중국과 미국 사이의 무역 갈등은 지난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서 만나 무역 합의를 논의한 이후 유의미하게 완화된 상태다. 발행 추진 소식은 이러한 완화 국면에 맞물려 투자심리 개선과 수요 증대를 반영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관세 조치 변화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수요일 발표에서 미국산 상품에 부과한 추가 24% 관세를 1년간 일시 중단하되, 10% 관세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세계 최대 농산물 수입국인 중국은 11월 10일부터 일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해 최대 15%의 관세를 인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측도 지난주 발표를 통해, 양국 간 광범위한 합의의 일환으로 대중 관세율을 약 10%포인트 낮춰 47% 수준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호 조정은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달러채 발행과 같은 대외 조달에 긍정적 배경을 제공한다.
스프레드, 텀시트, 북러너 — 무엇을 의미하나
베이시스포인트(bp)는 0.01%포인트에 해당하는 금리 단위다. 예컨대 T+25bp란 동일만기 미 국채(Treasuries) 수익률에 0.25%포인트를 더한 수준에서 이자율을 책정한다는 뜻이다. 미 국채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사실상의 무위험 기준금리로 활용되기 때문에, 국가·기관 발행물의 금리는 대개 미 국채 대비 가산금리(스프레드) 형태로 제시된다.
텀시트(term sheet)는 발행 조건의 핵심 골격을 모아놓은 문서로, 만기, 통화, 금리 가이던스, 발행 규모 상한 등 투자 판단의 초기 기준을 제공한다. 반면 북러너(bookrunner)는 투자은행들 중 주관업무를 총괄하며, 기관투자가들의 주문을 집계해 오더북을 형성하고, 최종 금리 및 배정 물량 결정을 주도한다.
이번 사안에서 40억 달러 상한에도 불구하고 오더북이 650억 달러를 넘겼다는 점은, 발행규모 대비 약 16배 이상의 수요가 잠재적으로 형성됐음을 시사한다. 통상적으로 이 같은 과열 주문은 최종 금리 스프레드를 가이던스 대비 낮추는(타이트닝)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나, 최종 가격결정은 북러너와 발행자의 전략, 실수요 구성이 종합 반영되어 확정된다.
맥락과 해석: 왜 지금 달러채인가
무역 긴장 완화 신호가 뚜렷해진 시점에서의 주권 달러채 발행은 정책 신뢰도와 시장 접근성을 동시에 시연하는 역할을 한다. 해외통화 조달은 외환보유, 재정운용의 유연성 확대, 벤치마크 곡선 형성 등 다양한 목적을 갖는다. 3년·5년물과 같이 중단기 만기를 선택하는 것은 수요가 두터운 구간을 겨냥함과 동시에, 금리 변동성에 대한 만기구조 분산 효과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국가 신용의 안전성과 달러 표시라는 통화 이점이 결합된 상품에 대해, 미 국채 대비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거시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국면에서는 고품질 채권으로의 자금 유입이 빠르게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유의해야 할 점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는 텀시트와 북러너 메시지에 기반한 것으로, 중국 재정부의 공식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최종 발행규모, 확정 금리, 배정 내역은 가격결정(pricing) 시점에 변동될 수 있다. 또한 관세 정책의 구체적 이행과 내외부 거시지표의 변화는 투자심리와 스프레드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용어 간략 해설
– 트랜치(Tranche): 동일 발행에서 만기나 조건이 다른 분할 채권을 의미한다.
– 오더북(Order book):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의향 주문을 집계한 표로, 수요 강도를 나타낸다.
– 스프레드(Spread): 기준물 금리(여기서는 미 국채) 대비 추가 가산되는 금리 차를 뜻한다.
– bp(베이시스포인트): 0.01%포인트 단위의 금리 측정값이다.
정리
중국은 3년·5년물 달러채로 구성된 40억 달러 상한의 외화채 발행을 추진 중이며, T+25bp와 T+30bp의 초기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오더북은 650억 달러 이상으로 파악돼, 수요 초과가 확인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 회동 이후 관세 완화 조치가 발표되는 등 무역 긴장 완화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최종 조건은 가격결정 절차를 통해 확정되며, 재정부의 공식 설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