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2026~2030년을 아우르는 15차 5개년 계획(이하 ‘계획’)의 주요 방향을 제시하며, 기술 자립과 소비 진작을 핵심 축으로 삼았다. 이는 지정학적 긴장과 구조적 과제 속에서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려는 전략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2025년 11월 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계획을 통해 ‘속도’보다 질적 성장(high-quality growth)을 중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산업 고도화와 혁신 주도형 경제로의 전환을 앞세워 부동산 경기 둔화, 디플레이션 압력, 그리고 미국의 첨단 기술 접근 제한 등 대외 변수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1만4,000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2035년까지 2만5,000~3만 달러로 끌어올려 ‘중등 선진국’ 지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연평균 4.5% 안팎의 성장률을 전제로 하며, 과거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고성장 시대와 대비되는 ‘성숙 경제’의 현실을 반영한다.
1 기술 자립 (Tech Self-Sufficiency)
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중국은 연구·개발(R&D) 지출을 연평균 7% 이상 늘려 2030년까지 GDP 대비 3.2%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작년 비중은 2.7%였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계획이 ‘예상치에 부합하나, 공급·수요 균형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다소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 3단계 기술 전략
당국은 ① 기초 연구 내실화, ② AI·디지털 인프라 확대, ③ AI 응용 분야 다변화라는 세 축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클라우드 컴퓨팅·데이터 센터 확충, 양자 기술·바이오 제조·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 첨단 영역을 육성해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광업·화학·조선·섬유 등 전통 제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이동(upgrading)도 추진된다. 이는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장기 목표와 궤를 같이한다.
▶ 소비 확대 전략
중국 경제는 오랜 기간 투자·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계획은 가계 소비 비중을 “상당 폭” 높이겠다고 명시했으나, 구체적 수치는 2026년 3월 최종안 발표 때 공개될 예정이다.
정부는 교육·의료·아동 및 노인 돌봄 분야에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 ‘저축 성향이 강한’ 중국 가계가 소비로 지출을 전환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는 사회복지 공백이 가계의 과도한 저축으로 이어진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려는 시도다.
UBS는 이번 초안이 전반적으로 시장 예상과 부합한다고 분석하면서도, 공급 측면 중심이었던 과거 계획에 비해 내수·수요 관리에 조금 더 무게를 둔 점을 주목했다. 세부 계량 목표와 업종별 지침은 내년 3월 전인대·정협(양회) 이후 단계적으로 확정·발표될 예정이다.
▶ 부동산 중심 성장에서 기술·제조 중심으로
중국은 이미 전(前) 5개년 계획부터 ‘집값·토지 매출’에 의존한 성장 모델을 수정해 왔다. 그러나 미·중 기술 분쟁 심화, 인구 고령화, 국내 부동산 조정 국면 등 외부·내부 리스크가 겹치면서, ‘더 어려운 외부 환경’ 속에서 기술·제조 주도 전략을 가속화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용어 해설
• 디플레이션(Deflation): 일반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경제 전반의 구매력이 상승하는 현상으로, 소비와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 R&D 지출 비중: 한 국가나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액이 GDP 또는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혁신 역량을 측정하는 대표 지표다.
• UBS: 1862년 설립된 스위스 소재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자산관리·투자은행·자기매매 등이 주력 사업이다.
이번 계획은 중국이 ‘큰 정부’의 재정·정책 여력을 활용해 생산성 향상, 기술 국산화, 내수 확장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장기 비전을 담고 있다. 향후 실제 집행 과정에서 자금 조달, 지방정부 부채, 국제무역 규제 등 현실적 제약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