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 중국의 공장 생산과 소매판매 증가율이 11월에도 추가로 둔화되며, 약 19조 달러 규모의 경제를 재균형하려는 정책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내수 약화는 주요 교역국들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까지 부각시키며 대외적 압력도 함께 증대시키고 있다.
2025년 12월 1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국가통계국(National Bureau of Statistics, NBS)은 11월 산업생산(Industrial output)이 전년 동기 대비 4.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0월의 4.9% 성장에서 소폭 둔화한 수치이며, 로이터가 집계한 설문조사에서 예상한 5.0% 증가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소매판매는 소비의 바로미터로 통용되는데, 1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에 그쳤다. 이는 10월의 2.9%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이며, 시장의 컨센서스였던 2.8% 증가 전망을 밑돌았다.
소비 심리가 취약한 징후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예컨대 승용차 판매는 11월에 전년 동기 대비 8.5% 급감했다고 발표됐는데, 이는 지난 10개월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이다. 승용차는 연말 두 달 동안 전통적으로 판매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업계의 연말 반등 기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또한 전자상거래 대형 플랫폼들이 올해 싱글스데이(광군제)를 매출 부양을 위해 5주간으로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반응을 크게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단기적인 판촉 활동만으로는 억눌린 소비를 회복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고정자산투자(Fixed asset investment)는 1월~11월 누계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1월~10월 누계의 1.7% 감소에서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흐름을 지속했다. 이 지표에 대한 시장 예상치는 2.3% 감소였다는 점에서 실제 감소폭은 다소 완화된 편이다.
정부 자문기구와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이 내년에도 연간 성장률 목표를 약 5%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향후 출발하는 새 5개년 계획(새로운 정책 주기)을 안정적으로 출발시키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만 세계은행(World Bank)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향후 성장 경로에 대해 보다 보수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장기화된 부동산 위기다. 주택 시장의 부진은 가계 자산 축소로 이어지며 소비 심리를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의 설문조사에서는 주택가격이 2026년까지 추가 하락한 뒤 2027년쯤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지난주 열린 내년 정책 기조를 논의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Central Economic Work Conference)에서는 지도부가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적극적’ 재정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공급 측의 강한 능력과 수요 측의 취약성 사이에 ‘뚜렷한’ 모순”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소비와 투자에 대한 병행적 강화라는 접근은 베이징이 아직 생산 중심의 경제 모델에서 가계 지출 중심 모델로 완전히 전환할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즉, 구조적 재편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신호다.
수출은 여전히 성장 목표 달성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고위 관리들은 올해 성장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명하고 있으며, 이는 대미 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예상보다 견조하게 유지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강점은 앞으로 더 큰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1조 달러대의 무역흑자(trillion-dollar trade surplus)는 유럽 등 주요 파트너들 사이에서 긴장을 초래하고 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 방문 중 관세 부과를 위협하며 ‘지속 불가능한’ 세계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멕시코는 최근 중국 및 몇몇 아시아 국가들로부터의 수입 품목에 대해 내년에 최대 50%까지 관세 인상을 승인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산 수출품에 대한 보호무역적 대응이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중국의 경제 발전은 여전히 수많은 장기적·새롭게 등장한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외부 도전에 대응할 내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중앙경제공작회의의 공식 요약에 포함된 문구로, 정책 당국이 직면한 대내외적 도전과 과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용어 설명
고정자산투자( Fixed asset investment )는 기업과 정부가 공장, 기계, 건물, 인프라 등에 투자한 총액을 의미하며 경기의 미래 생산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매판매( Retail sales )는 소비자 지출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로 소비 회복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변수다. 싱글스데이( Singles’ Day, 광군제 )는 중국에서 11월 11일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전자상거래 세일 행사로, 최근에는 행사 기간을 연장해 매출을 늘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무역흑자( trade surplus )는 수출액이 수입액을 초과하는 상태로, 큰 흑자는 주요 교역국들과의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책적 함의 및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내수 약화가 지속될 경우 물가상승 압력이 둔화되며, 이는 통화정책 측면에서 금리 인상 여지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상황은 정책 당국에게 보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구조적 경기부양책을 시행할 여지를 제공할 수 있다. 중앙 정부가 이미 밝힌 것처럼 적극적 재정정책과 투자 촉진이 단기 수요를 지지하는 핵심 수단이 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회복 여부가 가계의 자산효과와 소비 회복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주택가격이 2026년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는 가계의 실질자산 가치가 회복되기 전까지 소비 증가는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재정정책과 함께 사회안전망 강화, 소비 진작을 위한 세제·소득정책 등 보다 포괄적인 수요 측 처방이 필요하다.
대외 측면에서는 무역흑자를 둘러싼 국제적 마찰이 확대될 경우 수출 중심의 성장 전략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 조치의 확산은 중국 수출 기업들의 마진을 압박하고, 일부 품목의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중국의 성장률 방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종합하면, 현 시점에서 중국 경제는 수요 회복의 지연, 부동산 시장의 지속적 약화, 그리고 대외적 무역 마찰이라는 세 가지 핵심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정책 당국은 재정정책의 활성화와 함께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하며, 특히 가계 소득을 제고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방안에 보다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출 호조가 성장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으나,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내수 기반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