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7일 베이징 한 쇼핑몰 매장 전경. Pedro Pardo | AFP | Getty Images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10월 들어 다소 완화됐다.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두 달 연속 하락에서 벗어나 전년 대비 0.2% 상승으로 전환한 반면, 생산자물가지수(PPI)는 3년째 마이너스 구간을 이어갔다. 이는 세계 2위 경제가 부진한 내수와 수출 감소라는 이중의 역풍을 겪고 있음을 재확인시키는 신호다.
2025년 11월 9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발표한 10월 CPI는 전년 대비 0.2%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0.0%(보합)을 상회하는 결과다. 앞서 9월 CPI는 예상보다 큰 폭인 -0.3%를 기록했었다.
전월 대비로도 10월 CPI는 0.2% 상승해,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보합을 넘어섰다. 이는 명절 시즌 수요와 정책 효과가 단기적으로 가격을 지지했음을 시사한다.
생산자물가는 여전히 약했다. 10월 PPI는 전년 대비 -2.1%로, 로이터 설문 예상치인 -2.2%보다 약간 덜 하락하며 연속 3년 마이너스를 채웠다. 최근 중국 내 업종 전반에서 격렬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며 정부의 개입 필요성이 제기됐고, 산업 과잉설비도 가격 하방 압력을 키웠다. 다만 전월 대비로는 +0.1%의 소폭 상승을 보였다.
둥리쥔(董丽娟) 국가통계국 도시사 수석통계관은 “10월에는 내수 확대를 위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효과를 내는 가운데, 국경절과 중추절 연휴의 부양 효과가 겹쳤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가격 전쟁 억제와 수요 진작 조치가 점차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의 9월 산업이익은 전년 대비 21%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지방정부의 세수 의존 구조가 생산을 과도하게 지속하게 만들고, 그 결과 경쟁 심화와 과잉설비가 악순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구조적 조세개편이 수반되지 않으면 이러한 추세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물 경기는 여전히 경계가 필요하다. 10월 제조업 활동은 시장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둔화돼 6개월 내 최저 수준으로 수축했다고 10월 30일 발표된 공식 조사는 전했다. 생산, 신규주문, 원자재 재고, 고용 등 세부 지표가 모두 수축 폭을 키우며, 제조업 둔화와 수요 약화를 지목했다.
올해 들어 중국 생산업체들은 미국과의 무역 긴장으로 인한 대외 수요 불확실성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의 소비 심리 약화로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
10월 수출은 예상과 달리 감소를 나타냈다. 특히 대미(對美) 수출은 25% 급감하며 7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고, 목요일(현지 시각) 발표된 세관 통계는 밝혔다.
다만 수출 역풍은 향후 다소 약화될 여지도 있다. 10월 30일 한국에서 열린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 휴전에 합의하면서, 전면적 무역전쟁으로의 확전을 둘러싼 긴장이 완화됐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달 향후 5년 경제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내수 소비 부양을 약속했다. 회의 결과 요지는 ‘소비를 대대적으로 진작’하되, ‘효과적인 투자’와의 균형을 도모하고, 내수 확대의 전략적 방향을 견지한다는 것이다.
용어 해설 및 맥락전문가 참고
– CPI(소비자물가지수): 가계가 구입하는 재화·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다. 전년 대비(전년동월비) 상승은 생활물가가 1년 전보다 올랐음을 뜻한다. 전월 대비는 계절성과 단기 요인을 민감하게 반영한다.
– PPI(생산자물가지수): 기업 간 거래 단계의 가격 변동을 보여준다. PPI 하락은 기업 수익성과 가격 협상력 약화를 시사하며, 시간이 지나 소비자물가에도 하방 압력으로 전이될 수 있다.
– 디플레이션: 물가가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수요 위축과 성장 둔화를 동반할 위험이 크다. 중국의 10월 CPI 상승 전환은 디플레이션 우려 완화로 해석되지만, PPI의 장기 마이너스는 공급 측 과잉과 수요 부진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 가격 전쟁: 기업들이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경쟁이다. 단기적으로 소비자 혜택이 있으나, 장기적으로 마진 훼손과 투자 위축을 초래해 생산능력 조정이 지연될 수 있다.
분석: 무엇을 의미하나
10월 CPI의 플러스 전환은 정책 부양과 명절 수요가 맞물려 수요 측 지표가 회복되는 초기 신호를 제공한다. 그러나 PPI의 3년 연속 마이너스는 가격 전쟁과 과잉설비라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한다. 이는 기업 수익성과 투자 의지를 제약할 수 있으며, 소비자물가로의 상방 전이를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에서는 대미 수출 -25%라는 수치가 상징하듯, 대외수요 둔화의 충격이 뚜렷하다. 다만 트럼프-시진핑 간 무역 휴전이 단기 긴장을 완화시킨다면, 교역 환경 불확실성은 일부 완화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부동산 침체와 소비 심리 약화가 내수 회복을 제약하는 한, 정책은 지속적 내수 확대(소비쿠폰, 서비스소비 진작, 사회안전망 강화), 조세·재정 구조 개선(지방정부의 생산유인 완화), 산업 구조조정(과잉설비 해소) 간 균형이 요구된다.
정책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중국 지도부가 강조한 ‘소비 대대적 진작’과 ‘효과적 투자’의 균형은 현재의 가격 구조와 성장 제약을 고려할 때 합리적이다. 다만 PPI의 장기 마이너스가 이어지는 한, 기업의 가격결정력 회복과 고용 개선이 지연될 수 있어 전면적 경기 반등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향후 지표에서는 11월 쇼핑 시즌(광군제)의 소비 효과, 제조업 신규주문의 반등, 대미 수출의 기저효과 등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