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조2천억 위안 규모 티베트 초대형 수력발전소 착공… 수력 설비·자재주 주가 촉매 기대

중국 정부가 세계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야를룽창포(雅鲁藏布) 강 수력발전 프로젝트를 공식 착공하며, 관련 수력발전 설비·건설 자재 기업들이 금융시장에서 강력한 모멘텀을 얻고 있다.

2025년 7월 23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티베트 고원 동부 린즈(林芝) 지역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총 1조2천억 위안(약 1,678억 달러) 규모의 ‘야를룽창포 수력 프로젝트’ 첫 삽을 떴다. 해당 댐은 완공 시 연간 3,000억㎾h의 전기를 생산해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인 삼협댐(三峡大坝)의 3배에 달하는 발전량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2024년 중국 전체 수력발전량의 21%, 국가 총발전량의 약 2%를 단일 발전소가 담당하게 된다는 의미다. 시티(Citi) 아·태 유틸리티 리서치 총괄 피에르 라우는 ‘이번 초대형 프로젝트는 설비·자재 발주를 폭증시켜 관련 기업의 실적을 수년간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최대 수혜주 ‘둥팡전기(東方電氣)’

라우 총괄은 중국 최대 수력발전 설비 제조사 중 하나인 둥팡전기를 핵심 수혜주로 지목했다. 그는 ‘총 1조2천억 위안 중 약 10%인 1,200억 위안이 발전설비 입찰에 배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기존 수력터빈 시장점유율 45%를 보유한 둥팡전기가 최대 540억 위안의 신규 수주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회사가 2024년에 기록한 전체 매출의 77%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회계상 매출 인식은 최소 5년 뒤부터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둥팡전기는 기공식 이후 상하이 시장에서 3거래일 연속 상한가(10%)를 기록했고, 홍콩 H주도 월요일 65% 급등했다가 조정 국면을 보였다. 라우는 ‘둥팡이 티베트 린즈에 수력발전 연구·생산 기지를 보유해 고낙차(高落差) 지형에 특화된 맞춤형 설비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2010년 삼협댐 이후 최대 발주… 수력터빈, 발전기, 제어시스템 전 부문에서 국내 업체가 공급 우위를 차지할 것” — 피에르 라우, Citi


■ 전력망·울트라 하이 볼티지(UHV) 장비 수요 급팽창

발전된 전력을 중국 동부 연안공업지대로 보내기 위해서는 초고압 직류(UHV·Ultra-High Voltage Direct Current) 송전망 확충이 필수다. 라우는 시위안전기(思源電氣), 허난핑가오전기(河南平高電氣), XJ전기(XJ電氣) 등을 추천 종목으로 꼽았다. 해당 기업들은 변압기·개폐기·변전설비 핵심 부품을 공급하며, 대규모 네트워크 확충에 따른 직접 수혜가 예상된다.

UHV란 800kV 이상 초고압 전력을 장거리 손실 없이 송전하는 기술이다. 중국은 2010년대 초부터 국가전망공사(國家電網)를 통해 UHV망을 집중적으로 구축해 왔으며, 이번 프로젝트로 추가 노선이 승인될 경우 관련 장비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 시멘트·화약 등 기초소재 기업도 주목

프로젝트는 4,000만㎥ 이상의 콘크리트를 필요로 하며 이는 시멘트 1,600만t, 연간 100만t 규모다. CGS 인터내셔널은 티베트에 생산기지를 둔 시짱톈루(西藏天路)를 최대 수혜사로 제시했다. 맥쿼리 캐피털의 앨버트 먀오 연구원 역시 ‘톈루는 매출 전량이 티베트에서 발생해 타 업체 대비 영업 레버리지가 높다’고 분석했다.

티베트 현지 생산량이 부족할 경우 화신시멘트, 안후이콘치시멘트가 보충 공급에 참여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Morningstar의 왕카이 전략가는 ‘안후이콘치는 당국의 ‘반(反)인벌루션’ 정책¹으로 가격 경쟁 압력이 완화된 가운데, 이번 댐 수혜 기대까지 더해져 투자 매력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¹ 인벌루션(involution): 과잉 경쟁으로 인한 효율성 저하 현상을 가리키는 중국 신조어


티베트 민수용 화약 독점 ‘가오정(高争) 폭약’

댐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터널 굴착과 암반 절개에는 민수용 폭약 물량이 필수다. 맥쿼리는 티베트 민수폭약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한 가오정폭약이 대부분 물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았다. 타 지역 업체는 규제와 운송 비용 때문에 현장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증시 반응과 거시경제 효과

프로젝트 가시성이 높아지자 관련 종목은 급등세를 보였다. 예컨대, 저장진둔팬(Zhejiang Jindun Fans)은 월요일 11% 상승에 이어 화요일 20% 추가 급등하자, 회사 측은 ‘입찰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며 투자자에게 합리적 판단을 촉구하는 공시를 냈다.

노무라 증권 이코노미스트들은 단계별 완공까지 최대 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초기 2년 동안은 중국 GDP 성장률을 0.1%p 끌어올리는 ‘가장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전문가 진단 및 전망

시장 전략가들은 이번 초대형 프로젝트가 ‘녹색 전환·전력 안보·지역 개발’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상징적 사업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티베트 고원 지역의 자연자원을 활용해 탄소 배출을 억제하면서도, 동부 공업지대의 전력 수요를 충당함으로써 ‘서전동송(西电东送)’ 전략에 힘을 보태게 된다.

또한 UHV, 그린에너지 장비 국산화, 시멘트·폭약 등 내수 산업 연쇄 효과로 중국 내 공급망 강화와 기술 고도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규모 차입 부담, 생태계 파괴 논란, 인근 국가와의 수자원 분쟁 가능성 등은 중장기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된다.

※ 용어 풀이
고낙차(高落差): 상·하류 수면 차가 크다는 뜻으로, 수력발전 효율을 높이는 핵심 지형적 요소다.
민수폭약: 군사용이 아닌 산업·건설용 폭약을 일컫는다.
UHV: 500kV 이상 EHV(초고압)보다 한 단계 높은 송전 기술로, 중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결론적으로, 1조2천억 위안 규모의 티베트 야를룽창포 수력 프로젝트는 향후 10년간 중국 청정에너지·기초소재·전력망 산업 전반에 걸쳐 장기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설비·UHV·시멘트·폭약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수혜 폭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