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수출 제한, 글로벌 방위·첨단기술 생태계의 게임체인저
2025년 6월 10일, 런던에서 열린 미·중 무역 협상 현장에서 또다시 부각된 이슈는 바로 희토류(rare earth)였다. 양국 협상 테이블 위에서 희토류 광물과 첨단 기술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장기적 구조 재편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이 칼럼에서는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가 향후 1년을 넘어 다가오는 5~10년 동안 방위 산업과 첨단 기술 분야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심층 분석한다.
1. 배경과 현황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며, 정제 공정까지 포함하면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한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런던 회담에서 희토류 공급 정상화에 대한 잠정 합의문을 서명했으나,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중국 상무부는 4월 초 자동차·방위 산업용 자석을 포함한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허가를 제한했으며, 이는 향후 공급 병목 현상을 야기할 우려가 높다.
한편, 중국은 EU 계열사에 신속 허가 ‘그린 채널’을 제안하고, 북미 주요 자동차 업체에 우선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등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공급 차단을 정치·외교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린 조치로 해석된다.
2. 희토류의 전략적 가치
희토류는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양한 방위·첨단기술 분야에 필수적이다.
원소 | 주요 용도 | 대표 산업 |
---|---|---|
네오디뮴(Nd) | 영구자석, 풍력발전기 | 방위(미사일 유도), 풍력에너지 |
프라세오디뮴(Pr) | 고성능 자석, 레이저 | 항공우주, 통신 |
디스프로슘(Dy) | 고온자석 | 전기자동차(모터), 레이더 |
이테르븀(Yb) | 레이저, 원자로 제어봉 | 의학, 원자력 |
이처럼 희토류는 방위산업의 센서·유도체계부터 전기차 모터·배터리, 반도체 제조용 리소그래피 장비에 이르기까지 첨단기술과 국방 역량을 동시에 뒷받침한다.
3. 중국 수출 제한 조치의 경제·안보 파장
- 공급 병목 심화: 중국 정부의 수출 허가 제한으로 희토류 가격은 단기적으로 최대 30%까지 급등했으며, 비(非)중국 제조사는 핵심 소재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단일 의존 리스크: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외 대체 공급처 발굴을 서두르고 있으나, 호주·미국·브라질 등 신규 광산 개발까지는 3~5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 방위동맹 분열: 미국·NATO 동맹국 간 일부 기업만을 대상으로 공급 우선권을 부여하려는 중국의 전략은 거래 신뢰를 약화시켜 동맹 내부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4. 미국 및 동맹국의 대응 전략
공급 충격을 완화하고 자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이 추진 중이다.
- 국제 협력 체제 강화: AUKUS·쿼드(Quad) 등 안보 협의체를 통해 호주·인도·일본 광산 개발 프로젝트 공동 지원.
- IRA 등 인센티브 활용: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내 희토류 정제시설 투자 세제 혜택 확대.
- 비축 전략: 전략물자 비축 재고를 현행 6개월분에서 12개월분으로 증대.
- 기술 혁신 투자: 희토류 대체 자석 및 재활용 기술 R&D에 연간 20억 달러 투입.
5. 민간기업 및 투자 기회
지속되는 공급 제약과 정책적 지원 확대는 다음과 같은 투자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 희토류 개발사: Lynas, MP Materials 등 비(非)중국 광산·정제 기업의 주가 및 채권 투자 매력도 상승.
- 방위·국방업체: BAE, Lockheed Martin, Raytheon Technologies 등 희토류 기반 고성능 무기 체계 수요 증가 기대.
- 첨단 모빌리티: 전기차(EV)·재생에너지 기업의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 자원 Recycling 기업: Hydro, American Battery Technology Company 등 희토류 재활용·대체물질 R&D 스타트업 주목.
6. 장기 전망 및 결론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는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다. 글로벌 공급망의 다변화, 전략적 비축 확대, 기술 혁신 투자 등으로 완화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향후 5~10년은 기존 공급 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전환기다. 방위산업과 첨단기술 분야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
- 공급망 리스크 관리: 주요 원자재별 다국가 소싱 전략 수립.
- 전략 비축 및 재활용: 희토류 자산의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 위한 설비 투자.
- 대체 기술 개발: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는 합금·신자재 연구 가속화.
- 정책 수혜 활용: IRA 등 세제 혜택을 최대한 활용, 전략 광물 프로젝트 적극 참여.
“중국의 일방적 공급 제한은 향후 글로벌 방위력 균형과 첨단기술 경쟁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기업과 투자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희토류 위기는 단순한 공급 충격을 넘어, 글로벌 산업과 안보 체계의 재편을 촉발하는 게임체인저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