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세계 태양광 패널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의 중국 주요 생산업체들이 500억 위안(약 7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저급·과잉 설비 약 100만 톤을 인수ㆍ폐쇄하고, 업계 전반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2025년 7월 3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1위 폴리실리콘 기업 GCL 테크놀로지 홀딩스(이하 GCL)는 “생산량을 OPEC식으로 조절할 중앙위원회를 두고, 업체별 쿼터를 배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폴리실리콘(Polycrystalline Silicon)과 OPEC식 쿼터제란?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셀의 기초 재료로, 순도 99.999999% 이상이 요구된다. 가격 급락과 투자 과열로 최근 공급 과잉이 심화되자, 업계는 석유 카르텔인 OPEC(석유수출국기구)처럼 생산량 ‘공동 제한’을 통해 가격 안정과 수익 회복을 노리고 있다.
GCL 투자자 관계 책임자 주쥔(Jun Zhu)은 “과잉 설비 100만 톤 이상을 단계적으로 철수해도, 시장에는 약 200만 톤의 고품질 설비가 남게 될 것”이라며 “3분기 말 펀드를 설립하고 4분기부터 실제 인수ㆍ폐쇄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 조사기관 번로이터(Bernreuter)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중국 폴리실리콘 총 설비는 325만 톤으로, 이번 조정이 실행되면 약 30% 축소가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가장 강력한 시그널이며, 전기차·배터리 등 다른 산업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 업계 관계자
가격·정책 배경
중국 정부는 7월 초부터 ‘과잉설비 척결’이라는 고강도 메시지를 연이어 발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폴리실리콘 현물 가격은 7월 한 달 동안 약 70% 급등했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소규모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동시다발적으로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은 본격적인 공급 측 개혁을 예상하고 있다.
재원 조달·지방정부의 반발 가능성
다만, GCL·퉁웨이(Tongwei) 등 주요 업체가 올 상반기 적자를 냈다는 점에서 500억 위안이라는 거액의 조달처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UBS 증권 옌이슈(Yishu Yan) 애널리스트는 “대부분 업체가 고부채 상태여서 구체적인 인수 방식이 불투명하다”며 “지방정부는 고용·세수·성장률 지표를 이유로 공장 폐쇄에 반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쥔 GCL 이사는 “중앙위원회에는 생산기업·대출기관 외에 필요하다면 규제당국도 참여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등 정부 기관의 공식 입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
2024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의 95%를, 셀·모듈·웨이퍼 등 다른 태양광 밸류체인의 80% 이상을 생산한다. 이번 감산 조치가 현실화되면 단기적으로 글로벌 가격 반등 가능성이 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규제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 시각·향후 전망
① 공급 관리의 난제: OPEC도 회원국 일탈로 가격안정을 장담하지 못한다. 민간 주도가 많은 폴리실리콘 업계가 실효성 있는 쿼터제를 유지하려면 강한 행정력과 투명한 감시 시스템이 필수다.
② 글로벌 무역 갈등: 미국·EU가 ‘중국산 저가 공세’에 대해 반덤핑·보조금 규제를 예고한 상황에서, 중국 내 구조조정은 가격 방어와 대외 마찰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③ 친환경 투자와 기술 고도화: 과잉설비를 줄여 생긴 재원을 고효율 N형 셀이나 재활용 기술에 재투자한다면, 탄소중립 달성 속도를 가속할 수 있다는 평가다.
*환율: 1달러=7.15위안(기사 작성 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