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이터) — 중국 크루즈 선사들이 베이징-도쿄 간 외교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기항을 피하는 방안을 서둘러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 관광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관광·항만 대리점들의 증언과 로이터가 확인한 크루즈 운항 일정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고 전했다.
2025년 11월 21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신임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가 내놓은 발언을 계기로 촉발된 긴장이 중국 관광 수요를 일본에서 한국으로 전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카이치는 이달 초 일본 국회에서 “중국의 대만 공격이 일본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경우 군사적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 크루즈선 ‘아도라 매직 시티(Adora Magic City)’는 한국 제주도와 일본을 오가는 노선에서 12월 운항 일정을 변경해, 당초 들를 예정이던 일본 후쿠오카·사세보·나가사키 기항을 취소했다고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지에서 확인됐다.
공지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일본 기항 대신 제주에 31~57시간 머무를 예정이며, 이는 통상 약 9시간 체류하던 일정보다 대폭 늘어난 것이다. 장기 정박은 승객 하선·관광·승선 재정비뿐 아니라 보급·선박 정비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 경제 파급이 커질 수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해당 운항 일정 변경 요청을 선사로부터 접수했으나, 구체적 사유는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체 익명 원칙을 이유로 신원 공개를 거부하며 “
중·일 관계 때문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고 밝혔고, 이어 “
플랜 B를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 덧붙였다.
아도라 크루즈(Adora Cruises)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일본 관광업계는 이번 외교 분쟁의 비용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도쿄에 본사를 둔 이스트 재팬 인터내셔널 트래블 서비스(East Japan International Travel Service)는 이번 주 들어 연말까지 예약의 80%를 잃었다고 밝혔다.
한국의 항만 대리점 이스턴 쉬핑(Eastern Shipping)의 이용건 대표는 로이터에 다른 중국 크루즈 선사들도 노선 변경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
중·일 관계가 더 악화하고 중국이 일본의 제품·문화·관광을 배제한다면 한국이 그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고 본다
”고 말했다.
중국 톈진에서 출항하는 ‘드림(Dream)’ 크루즈의 운영사는 향후 2~3주 안에 일본 기항을 피하고 인천 또는 부산으로 노선을 바꾸길 원했지만, 여정 변경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그는 선사 측과의 논의를 인용해 이같이 설명했다.
톈진 오리엔트 인터내셔널 크루즈 라인(Tianjin Orient International Cruise Line)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외교 갈등으로 인해 일본을 건너뛰고 한국에 더 오래 머무르거나 그러한 방안을 검토하는 크루즈 업계 동향이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온라인 여행사 큐나(Qunar)의 데이터에 따르면, 11월 15~16일주말 동안 중국 여행객의 국제선 항공권 예약 물량 기준으로 한국이 최다 목적지로 부상했다.
또한 다수의 중국 항공사가 일본 노선에 대해 환불을 제공하면서, 항공 수요가 한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 임원은 중국인 관광객 증가를 기대하고 있으나, 아직 즉각적인 영향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요일, 중국인 방한 전문 국내 여행사 대표는 내년 초 애초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던 행사를 한국으로 이전할 수 있는지 묻는 고객 문의를 방금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
한국이 분쟁의 분명한 수혜를 볼 것
”이라면서도 “
현재로서는 관망 모드다
”라고 말했다. 사안의 민감성을 이유로 익명을 요청했다.
2013년에는 베이징과 도쿄의 도서 영유권 분쟁으로 인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50% 이상 급증한 바 있다.
베이징의 일본 여행 자제 권고는 일본 관광 관련주를 압박하는 한편, 한국 여행·리테일 관련주를 자극했다. 제주 카지노·호텔을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은 20% 이상 상승했고, 여행사 노랑풍선은 24%, 백화점 신세계는 6% 오르며 중국 관광 수요의 한국 전환 기대를 반영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 방문 중국인 증가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본다. 제주 기반 중국 크루즈 관광 전문 화칭그룹의 김설영 실무자는 “
분쟁이 불거진 지 며칠 되지 않아 당장 수치로 나타나긴 어렵겠지만, 증가세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사는 34세 루나 왕은 올해 다시 일본 방문을 고려했지만, 이제는 한국행을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
지금은 일본이 중국인이 여행하기에 안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나마 좋은 선택지는 한국인 것 같다
”고 했다. 청두의 모먼트 트래블 창업자 쑤수는 일본 여행에 대한 인식이 극적으로 바뀌었다며, “
지금은 일본에 가는 사람은 누구든 배신자라는 느낌이다
”라고 말했다.
용어·배경 설명
– 항만 대리점(Port Agent): 선박의 입출항 절차, 세관·검역, 도선·접안 및 보급을 대행하는 현지 파트너를 뜻한다. 크루즈사의 긴급 일정 변경 시 핵심 실행 주체다.
– 플랜 B대체항로: 지정학 리스크나 기상 악화 등으로 기항 취소가 발생할 때, 대체 항만으로 노선을 전환하는 비상 운항 계획을 의미한다.
– 큐나(Qunar): 중국의 온라인 여행 플랫폼으로, 항공권 예약량 지표를 통해 단기 수요 변화를 가늠하는 데 자주 활용된다.
산업·시장 영향 분석
이번 동향은 크루즈·항공·지상관광으로 이어지는 관광 밸류체인 전반에 즉각적 시그널을 보낸다. 운항 일정이 31~57시간 체류로 늘어나면, 숙박·식음료·쇼핑·카지노 지출이 확대되고, 승무원 지출까지 더해져 지역경제 파급이 커진다. 동시에 부두 슬롯·CIQ(세관·출입국·검역) 처리 능력과 교통수송(전세버스·택시) 수급 등의 수용능력(capacity) 점검이 요구된다.
항공 측면에서는 일본 노선 환불이 한국행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좌석 공급 확대에는 슬롯 배분·항공기 가용성, 계절 수요 등 제약이 따른다. 인바운드 여행사는 비자·단체 수배와 지방 분산 전략을 병행해 쇼크 흡수가 필요하다.
한국 증시에서는 제주 중심 리테일·레저주가 선반영되는 양상이다. 이는 과거(2013년) 유사한 지정학 변수 당시 중국인 관광 급증의 선례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정책 신호가 빠르게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변동성 관리는 여전히 중요하다.
리스크와 변수
– 외교 환경의 급변: 발언 수위·제재·여행권고가 단기간에 바뀔 수 있어, 예약 취소·변경 리스크가 상존한다.
– 항만·도시 수용력: 장기 정박이 늘면 검역·입국 심사 대기와 교통 혼잡이 심해질 수 있다. 관광 동선 관리와 안전이 핵심이다.
– 시즌 요인: 동절기 기상과 해상 컨디션은 운항 안정성에 영향을 미친다.
무엇을 주목할 것인가
① 크루즈 노선 공지: 12월 이후 일본 기항 취소·대체항 공지의 빈도와 폭. ② 항공권 데이터: 큐나 등 예약량 추이의 추가 변화. ③ 지방 도시 파급: 부산·인천·강원 등으로의 수요 분산 여부. ④ 소비심리: 중국 내 여론이 여행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의 지속성.
종합하면, 중국-일본 외교 갈등이 크루즈 기항지와 항공 수요를 신속히 재편하며, 한국은 제주·부산·인천을 중심으로 가시적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불확실성이 큰 만큼, 선사·항공사·지자체의 기민한 수용력 관리와 리스크 분산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