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완만한 랠리’, 투자자 신뢰 회복 조짐

싱가포르/상하이발 보도에 따르면,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중국 산업주를 선별적으로 매수하고 변동성이 큰 기술주를 유지하며, 2년째 이어진 주가 상승 흐름(랠리)이 경기 둔화 국면을 견딜 것이라는 베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매력안정적 수익률이 외국인 자금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본 기사에는 로이터의 Samuel Shen, Jiaxing Li, Rae Wee 기자가 참여했다.

2025년 12월 1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 CSI300 블루칩 지수는 연초 이후 약 16% 상승해 S&P 500과 보폭을 맞췄고, 홍콩의 항셍지수는 약 30% 급등해 2017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상승을 향하고 있다. 투자심리는 1년 전처럼 대규모 부양책이 촉발한 ‘흥분 국면’과는 거리가 있지만, 주가 변동성은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대형 개발업체 차이나반커(China Vanke)에 대한 압력이 부각되며, 중국의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하강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일깨우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 전문가들은 현 국면을 랠리의 숨 고르기로 해석하며, 전반적 패닉은 감지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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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막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재배분이 점진적으로 시작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믿는다.”

모건스탠리 중국 주식 수석전략가 라우라 왕(Laura Wang)은 이렇게 말하며, “올해 흐름만 놓고 봐도 점진적으로 인식을 바꿀 만큼 충분히 고무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들어 투자자들과의 대화에서 미·중 갈등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었다고 밝혔다.

중국 증시는 미·중 무역 마찰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정책 지원, 기업지배구조 개선, 그리고 딥시크(DeepSeek) 챗봇의 인상적 공개 이후 AI 연관주 급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유지했다. 아울러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흘러간 자금은 사상 최대홍콩달러(HK$) 1조3,800억(미화 1,770억 달러)에 달해, 홍콩 자본시장의 활력을 되살렸다.

다음 상승 구간은 펀더멘털 개선과 이익 성장이 이끌 것”

선전 룽즈(Shenzhen Rongzhi Investment)의 펀드매니저 샤 펑광(Xia Fengguang)은 이렇게 전망했다. 그는 베이징이 추진하는 산업 과잉생산 및 가격 인하 경쟁 억제, 즉 ‘안티 인벌루션(anti-involution)’ 기조가 기업 마진의 체질 개선을 돕는다는 점에 공감했다.


안티 인벌루션과 산업주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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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펀드매니저는 산업주의 밸류에이션 매력을 강조하며, 이는 신규 자금 유입을 자극한다고 평가한다. 펀드매니저 왕 안(Wang An)은 “경기민감주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어, 안티 인벌루션 정책이 점진적으로 뿌리내리는 구간에서 가격 약세에 분할 매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데이터예스(Datayes)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CSI 배터리 테마 지수 추종 ETF에는 1백35억 위안(약 19억1천만 달러)의 순유입이, CSI 화학 업종 세부지수 추종 펀드에는 1백12억 위안의 순유입이 각각 기록됐다. 반면, 테크 중심의 상하이 STAR 50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서는 동기간 3백11억 위안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원자재·에너지와 경기 순환을 중시하는 상하이의 위안쯔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Yuanzi Investment Management) 소속 펀드매니저 쉬 지에(Xu Jie)태양광, 제강, 석탄 등 종목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완만한 강세장은 내년에도 분명히 연장될 것”이라며, 외국인과 내국인 예금자의 잠재적 유입을 근거로 들었다.

현재 상하이종합지수항셍지수주가수익비율(PER)은 대략 12배 수준이다. 이에 비해 S&P 50028배, 일본의 니케이22521배, 유럽 FTSE 10021배로 집계됐다고 LSEG는 전했다. 상대가치 관점에서 중국·홍콩 증시의 가격 매력은 여전히 부각된다.

“밸류에이션과 유동성 중 무엇으로 보더라도, 우리는 강세장의 중반부에 있다.”

상하이 인트와이즈 캐피탈(Shanghai Intewise Capital)의 왕 웬디(Wang Wendi)는 이렇게 강조하며, 제강, 화학, 택배 업종 비중을 늘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국 운용사 제니스 & 제니엄 캐피탈(Zenith & Xenium Capital)태양광(PV), 정유, 화학 가공, 신에너지경기 순환주에 베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 차이나’의 부상과 외국인 자금

해외 투자자들은 그간 정책 리스크를 우려하며 중국 비중을 낮게 유지해 왔다. 여기에 미 증시 등 글로벌 자산의 상대적 초과수익이 겹치며 중국으로의 자금 회귀는 더뎠다. 10월 제조업 활동이 8개월 연속 둔화를 보인 점도 역풍으로 작용했다. DWS의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 빈첸초 베다(Vincenzo Vedda)는 “중국에 대해 유보적”이라며, 전면적 올인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더 이상 외국인 자금 유입의 실시간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중국 인민은행(PBOC)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외국인 보유액은 3조5천억 위안으로, 2021년 고점인 3조9천억 위안에는 못 미치지만 일정한 회복을 시사했다.

아문디(Amundi) 아시아 투자 책임자 플로리앙 네토(Florian Neto)는 중국에 대해 ‘중립’ 입장이지만, 수출·부동산 중심의 ‘올드 차이나’AI·바이오텍 중심의 ‘뉴 차이나’를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시장은 뉴 차이나, 즉 혁신기술과 신약이 주도하고 있다”며 “우리는 추가 편입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 성과 점검이 끝나는 2026년에 접어들면, 일부 투자자들은 매수자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욕의 맨 그룹(Man Group) 수석시장전략가 크리스티나 후퍼(Kristina Hooper)는 “올해 미국을 능가한 증시가 여럿”이라며 “이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늦어도 1월이면 대부분의 투자자가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팽창한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미국 외 지역에서 기회를 찾는 움직임이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어·지표 간단 해설참고

안티 인벌루션(Anti-involution): 중국 당국이 산업 과잉생산출혈적 가격경쟁을 억제해 기업 수익성을 정상화하려는 기조를 가리킨다. 산업 내 ‘소모적 경쟁’을 줄이고 효율·혁신을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CSI300/상하이종합/항셍: 각각 중국 대형주, 중국 본토 대표 지수, 홍콩 대표지수를 뜻한다. STAR 50은 상하이 과학기술혁신판(커촹반) 상위 50개로 구성된 테크 중심 지수다.

PER(주가수익비율): 주가가 해당 기업의 한 해 이익의 몇 배에 거래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저평가로 해석될 수 있으나, 성장률·리스크 등 맥락을 함께 봐야 한다.

순유입/순유출: 특정 펀드·ETF로 들어온 자금에서 빠져나간 자금을 뺀 값이다. 테마/업종 선호의 변화를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딥시크(DeepSeek) 챗봇: 공개 이후 AI 연관주의 강세를 촉발한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개별 성능·기업 영향은 종목별로 상이하다.


시장 함의와 체크포인트

첫째, 밸류에이션 격차는 중국·홍콩 증시의 상대매력을 높인다. PER 12배 전후의 본토·홍콩에 비해, 미국 28배·일본·유럽 21배는 밸류에이션 리스크를 의식한 자금 재배분 논리를 강화한다. 둘째, 유동성은 본토→홍콩으로 이미 HK$ 1.38조가 이동한 바 있어 후속 매수 여력이 변수다. 셋째, 정책은 ‘안티 인벌루션’을 통해 산업 구조조정을 가속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산업·화학·에너지 등 전통 섹터의 마진 회복 스토리와 결을 같이 한다. 넷째, 부동산은 여전히 핵심 리스크로, 차이나반커 사례는 섹터 변동성 상존을 시사한다. 다섯째, ‘뉴 차이나’의 AI·바이오 모멘텀은 성장 스토리를 제공하지만, STAR 50 순유출에서 보듯 섹터 로테이션 속도가 빠를 수 있다.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강세장의 중간 국면이라는 공통의 인식을 공유하면서도, 정책·부동산·글로벌 수요의 3대 변수에 대한 모니터링을 주문한다. 밸류에이션 매력유입 재개 신호는 우호적이지만, 매크로 노이즈가 확대되는 구간의 변동성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율 참고기사 말미 기준: 1달러 = 7.0744 위안, 1달러 = 7.7874 홍콩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