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상거래 3대 기업, 규제 위험에도 ‘즉시 리테일’ 가격 전쟁 지속

상하이·베이징발—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 징둥닷컴(JD.com), 메이투안이 ‘즉시 리테일(instant retail)’ 분야에서 벌이고 있는 초저가 경쟁이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 기업은 규제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향후 전자상거래의 생존 여부가 걸려 있다는 판단 아래 파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2025년 7월 2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세 회사는 최근 몇 달 사이 총 2,000억 위안(약 28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보조금을 쏟아부어 1시간 이내 배송을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음료 한 잔조차 사실상 ‘공짜’로 받아보는 소비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경쟁은 당장의 매출을 넘어 향후 5~10년 생존이 달린 문제다. 플랫폼들은 ‘사활’이 걸렸다고 인식한다”—에드 샌더(Tech Buzz China 애널리스트)

샌더 애널리스트는 인공지능 및 자동화 창고가 확산되면 즉시 리테일의 수익성이 기존 전자상거래를 잠식할 만큼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요 전략 및 사례
알리바바는 아침 식사 비용을 전액 상쇄하는 쿠폰을 제공하고, 메이투안은 무료 차(茶)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JD 테이크어웨이는 11위안 주문에 10위안 쿠폰을 얹어준다. 모두 30분~60분 만에 도착하는 상품을 대상으로 한다.


규제 당국의 우려와 ‘독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2주 연속 세 기업을 불러 “정부 기조에 부합하는 합리적 경쟁”을 주문했다. 국영 통신사 신화사는 23일 사설을 통해 “0위안 구매가 만들어내는 ‘버블 시장’은 승자가 없는 게임”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국의 19조 달러 규모 경제는 2025년 상반기 5.3% 성장했지만, 6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4.8%로 전월(6.4%) 대비 둔화됐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올해 CPI가 0.1%, PPI가 3% 각각 하락할 것으로 전망해 2009년 이후 첫 연간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격 전쟁은 거시경제적으로 가격 기대를 계속 낮추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발라 라마사미(중유럽국제경영대 교수)

라마사미 교수는 중국 내 경쟁 수준이 ‘비현실적이고 때론 독성(toxic)’이라며 공익 차원에서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즉시 리테일’이란 무엇인가?

즉시 리테일은 주문 후 30분~1시간 안에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 모델이다. 퀵커머스라고도 불리며, 소비자가 근거리 오프라인 매장 재고를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라이더가 즉시 픽업·배송하는 구조다. 중국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에 따르면 이 시장은 기존 전자상거래보다 약 2.5배 빠르게 성장 중이며, 2030년 매출이 2조 위안을 돌파할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 종사자들은 ‘치킨게임’식 가격 인하가 마진을 잠식한다고 토로한다. 일부 식당주들은 “배달 할인으로 오프라인 손님이 줄어들어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SNS에 불만을 표출했다.

당국의 차별적 시각

이 같은 관심은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가격 전쟁과는 결이 다르다. 규제 당국은 ‘공급과잉’ 우려가 존재하는 전기차와 달리, 배달 음식을 소비자가 먹지 않고 버리는 식품 폐기 문제를 특히 문제 삼았다. SAMR25일 회의에서 “무분별한 비용 소모가 장기적으로 소비 진작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샌더 애널리스트는 “규제 당국이 대규모 할인에 호의적이지 않다”며 “장기적 효과가 없는 소비자 할인에 막대한 돈을 태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업계·소비자 사이의 간극

소비자는 단기적으로 혜택을 누리지만, 상인과 배달 라이더는 낮은 수수료와 인센티브 감소로 고통을 겪는다. 업계 분석가 왕훙동(NCBD 설립자)은 “당국은 경쟁 자체보다는 ‘독점’을 더 경계한다”며 “배달 전쟁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다만 ‘홀 매출’ 감소 등 일부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부분적 규제가 도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망

알리바바, 징둥, 메이투안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거부했지만, 시장에선 ‘탈(脫)규제‧고성장’이란 과제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기술 혁신과 차별화된 소비 경험 제공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 관건은 AI 물류 자동화빅데이터 기반 주문 예측이 비용을 얼마나 빠르게 상쇄해 주느냐다.

한편 1달러=7.1533위안 환율 기준으로 볼 때, 삼사의 보조금 규모는 우리 돈 약 36조 원에 달해 "사상 최대 규모의 가격 전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론적으로, 규제 리스크와 디플레이션 우려가 상존하지만, 중국 전자상거래업계는 ‘즉시 리테일’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간주하며 가격 전쟁을 멈출 기색이 없다. 당국의 개입이 어느 선까지 이어질지가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