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발(北京) — 중국 과학기술부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운영 과정에서 지켜야 할 윤리 원칙을 최초로 공식 발간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알고리즘 투명성과 사용자 안전을 핵심 가치로 명시하며, 연구 결과 발표 시 허위 정보 유포를 금지하고 데이터 수집 범위를 운전 기능 구현에 꼭 필요한 수준으로 제한하도록 규정한다.
2025년 7월 23일, 로이터 통신 보도1에 따르면, 이번 지침은 윤리적 책임의 주체를 시스템 수준별로 구분해 명문화했다. 즉, 자율주행 단계(Level)가 높을수록 차량 시스템의 책임 비중이 커지며, 사람이 개입할 수 있는 단계에서는 인간 운전자에게 1차적 책임이 돌아간다.
가이드라인은 알고리즘·모델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알고리즘과 모델은 반드시 저장·기록하여 관련 기관이 열람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는 권한 있는 감독기관이 사고 발생 시 즉각적으로 원인 분석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또한 데이터 최소 수집 원칙을 구체화해 “주행 기능 달성을 위해 불가피한 범위 안에서만 데이터를 수집·처리해야 하며, 목적 외 사용은 엄격히 제한한다”는 조항을 포함했다. 이를 통해 사생활 침해와 데이터 남용 우려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배경 및 의미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레벨 4 이상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를 앞두고 경쟁적으로 시험 주행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고도화에 따른 사고 책임 불명확성, 데이터 프라이버시 위험이 동시에 커지면서 각국 규제 당국은 윤리·법적 안전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판매 시장이자, 전기차·자율주행 분야 스타트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윤리지침이 기술 표준화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에도 큰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전망한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정한 것은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 익명의 중국 자동차 전문 변호사
일례로, 레벨 3 단계 이하에서는 운전자가 시스템 모니터링 의무를 지속적으로 지며, 비상 상황 대응 책임도 운전자에게 귀속된다. 반면, 레벨 4 이상으로 분류되는 상시 무인운전 환경에서는 주행 시스템 자체가 주체가 되며, 제조사·운영사가 사고 배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설계돼 있다.
주요 내용 요약
① 사용자 안전 최우선 — 시스템 설계·업데이트 전 과정에서 안전 위험을 사전에 분석·통제해야 한다.
② 알고리즘·모델 기록 의무 — 인증·감독기관 요청 시 즉각 제공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③ 데이터 최소 수집 — 주행 기능 구현 목적 외 데이터 활용·전송 금지.
④ 허위 정보 유포 금지 — 연구 결과를 발표할 때 과장·허위 주장을 할 경우 제재 가능.
⑤ 책임소재 구체화 — 시스템 고도화 수준에 맞춰 인간·시스템·제조사의 책임을 단계별로 구분.
용어 설명
자율주행 단계(Level)란 국제자동차공학회(SAE)가 규정한 기술 완성도 체계를 의미하며, Level 0은 운전자 전담, Level 5는 완전 무인주행을 가리킨다. 주로 Level 3부터 조건부 자율주행으로 분류돼 시스템이 특정 상황에서 주행을 책임진다.
전문가 시각
가이드라인 전문에는 세부 기술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윤리·책임체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데이터 보안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기존 법률과 자율주행 산업 규제를 정합적으로 연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허위 정보 유포 금지 조항은 최근 일부 기술 스타트업의 성능 과장 마케팅 논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법 집행 단계에서 검증되지 않은 주행 영상·데모 공개가 제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산업 파급 효과
시장조사업체 다수는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국내외 자율주행 기업 경쟁 구도에 ‘규범 준수’라는 새로운 경쟁 요소를 추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및 기술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시험 주행 데이터를 확보할 때, 데이터 국외 반출 제한 등 추가적인 준법 체계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규제 대응 컨설팅, 알고리즘 감시 솔루션 등 리스크 관리 산업이 동반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 섹터별 분석도 나온다.
전망
전문가들은 중국식 ‘윤리 가이드라인’이 글로벌 규제 조화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본다. 향후 유럽연합(EU)·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규제안과 비교해 어떤 공통 규범이 도출될지가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이번 지침의 관건은 실효성 있는 집행에 있다. 실제 사고·결함 사례를 통해 책임 소재 배분이 얼마나 일관되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개발사-운영사-운전자 간 계약 관계에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향후 시장 신뢰도를 결정할 전망이다.
기술 기업으로서는 윤리 준수와 혁신 속도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규제 체계가 명확해질수록 초기 비용 부담은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 기반 시장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