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이버 규제 당국이 인간과 유사한 정서적 상호작용을 구현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에 대한 규제 초안을 공개했다. 이 규제안은 대중에게 제공되는 AI 서비스 가운데 인격 특성, 사고 패턴, 의사소통 방식을 모사하고 텍스트·이미지·오디오·비디오 등 다양한 수단으로 사용자와 정서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제품을 대상 범위로 규정한다.
2025년 12월 27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초안은 소비자 대상의 AI가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에서 안전성과 윤리성을 강화하려는 베이징의 노력을 반영한다. 규제 초안은 공청회·공개 의견수렴을 거치기 위해 발표됐으며, 규정이 확정되면 중국 내에서 공개적으로 제공되는 감정 상호작용형 AI 서비스에 대해 폭넓은 감독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주요 내용
초안은 다음과 같은 핵심 요건을 제시한다. 서비스 제공자는 과도한 이용을 경고해야 하며 사용자가 중독 징후를 보일 경우에는 적절한 개입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제품의 전 생애주기(lifecycle)에 걸쳐 안전 책임을 부담하며, 알고리즘 심사 시스템, 데이터 보안, 개인정보 보호 등 관련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서비스 제공자는 과도한 이용을 경고하고 사용자가 중독 징후를 보일 경우 개입해야 한다.
초안은 특히 심리적 위험을 규제의 중요한 대상으로 삼는다. 제공자는 사용자 상태를 식별하고 사용자의 감정 상태와 서비스 의존도를 평가해야 하며, 사용자가 극단적 감정 상태를 보이거나 중독적 행동을 보일 경우에는 필요한 개입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와 함께 콘텐츠와 행위에 대한 금지선(레드라인)도 설정돼 있으며, 규제안은 국가안보를 해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폭력·외설을 조장하는 콘텐츠는 생성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밝혔다.
용어 설명
이번 초안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몇몇 용어는 일반 독자에게 다소 낯설 수 있다. 여기서는 핵심 용어를 간단히 설명한다. ‘인격 특성(simulated human personality)’은 AI가 특정 성격·어조·응대 패턴을 모사하여 사용자에게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기능을 말한다. ‘알고리즘 심사’는 AI 모델의 의사결정 과정과 결과를 검토해 편향·오작동·유해 콘텐츠 생성 가능성을 평가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데이터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는 사용자 데이터의 저장·전송·처리 과정에서 무단 접근·유출을 방지하고 개인 식별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포함한다.
규제의 배경과 목적
중국 당국은 소비자 대상 AI 서비스가 사용자 정서에 직접 작용할 수 있는 점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챗봇·가상 인격·감정 응답형 AI 등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이 급증하면서, 잘못된 정보의 확산·심리적 의존·중독성 콘텐츠 생성 등의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이번 초안은 안전성·윤리성 확보와 사회적 위해(=harm) 방지를 규제 목표로 명시하고 있다.
기업과 시장에 미칠 영향
이번 규제 초안이 확정될 경우 AI 서비스 제공자, 특히 감정 상호작용을 표방하는 소비자용 AI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다음과 같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첫째, 규제 준수 비용 증가이다. 알고리즘 심사 체계 구축, 데이터 보안 강화, 중독 탐지 및 개입 시스템 마련 등은 추가적인 인력·기술·운영비를 요구한다. 둘째, 서비스 기능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 규정된 금지선과 개입 의무로 인해 서비스의 응답 방식이나 표현 자유가 제약되면 사용자 경험(UX)이 변경될 수 있다. 셋째, 스타트업과 소규모 사업자에 대한 진입장벽 상승이다. 대기업은 규제 비용을 흡수할 수 있으나, 자금과 인력을 갖추지 못한 소규모 사업자는 시장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 제고와 리스크 관리의 표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 보호 장치가 강화되면 AI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신뢰가 회복되어 건전한 시장 형성과 투자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규제가 명확해지면 기업들은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내부 통제와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
해외 및 투자 측면 분석
이번 규제는 중국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한 조치지만, 글로벌 AI 산업과 투자 흐름에도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 서비스·제품 설계시 중국 규제 기준을 반영할 가능성이 커지며, 외국 기업들은 중국 진출 시 추가 규제 대응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단기적 주가 변동성 확대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규제 도입은 일부 AI 플랫폼과 콘텐츠 생성 기업의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으나, 규제 준수를 선제적으로 준비한 기업은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기업·개발자의 실무적 권고
실무적으로 기업은 다음과 같은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제품 설계 단계부터 안전·윤리성 평가(Pbias·Safety by Design)를 도입해 알고리즘과 인터페이스가 규제 요건을 충족하도록 한다. 둘째, 이용자 행동과 감정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지표와 경고 체계를 구축해 과도 이용 시 경고·차단·상담 연계 등 개입 방안을 마련한다. 셋째,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보안 관련 기술·관리적 통제를 강화하고, 관련 문서(개인정보 처리방침 등)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전망
이번 초안은 AI의 소비자용 응용 분야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구체적 시행령과 집행 기준은 공청회 결과와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 확정 시점과 구체적 시행 방식에 따라 기업의 대응 전략과 시장 반응은 달라질 수 있으며, 투자자와 개발자 모두 규제 동향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규제 준수를 위한 기술적·조직적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