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바바 등 국산 AI 칩 적용한 초대형 데이터센터 공개…외산 의존 탈피 가속

베이징—중국 국영 이동통신사 차이나유니콤(China Unicom)알리바바Alibaba 그룹의 반도체 자회사 티-헤드(T-Head)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들의 인공지능(AI) 칩만을 이용해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2025년 9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데이터센터는 중국 서부 칭하이(青海)성의 수도 씨닝(西寧) 시에 위치하며 총사업비는 미화 3억9,000만 달러(약 2조7,700억 위안)에 달한다. 칭하이성 인민정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완공 시점의 연산 성능20,000 페타플롭스(petaflops)로 제시했다.

페타플롭스란?
1페타플롭스(PF)는 초당 1,000조(1015) 회의 부동소수점 연산을 의미한다. 이는 슈퍼컴퓨터나 대규모 AI 모델 학습에서 성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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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동 현황
국영 방송 CCTV가 공개한 화면에 따르면, 현재까지 설치된 국산 AI 칩은 총 22,927개로 집계됐으며, 이를 통해 3,579 PF의 연산 능력이 이미 확보된 상태다.


국산 칩 비중 및 공급사 구성

CCTV 보도 자료에서 티-헤드가 전체 칩 물량의 약 72%를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메타엑스(MetaX), 바이런테크(Biren Tech), 중하오신잉(中豪芯影·Zhonghao Xinying) 등이 담당했다.

또한 차이나유니콤은 추가 증설 단계에서 테코리진(無錫智東·Tecorigin Wuxi), 무어스레즈(Moore Threads), 엔플레임(Enflame)으로부터도 칩을 조달할 계획임을 밝혔다.

“알리바바 티-헤드가 설계한 PPU는 96GB 온칩 메모리와 HBM2e 인터페이스를 탑재해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 허용 최고 사양 제품인 H20과 대등한 수준을 구현한다.” — CCTV 비교표

HBM2e란?
HBM(High Bandwidth Memory) 2e는 기존 DRAM을 수직 적층한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로, GPU·AI 칩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핵심 부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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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환경 및 정책적 배경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AI 기술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가운데 공개됐다. 2025년 9월, 워싱턴과 베이징 양국 대표단이 마드리드에서 무역 협의를 진행하는 동안 미측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Nvidia 칩을 포함한 첨단 기술 제품의 대중(對中) 수출을 추가로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공공기관·빅테크·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안보 리스크 완화를 위해 외산 칩 사용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라”는 방침을 재차 강조해 왔다. 특히 엔비디아 GPU에 대한 사이버 보안 점검을 진행해 자국 기업에 경고장을 날린 데 이어, 최근에는 반독점 조사까지 개시했다. 9월 15일 베이징 국가시장감독총국은 “예비 조사 결과 엔비디아가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데이터센터가 “자주적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본다. 미국산 GPU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 병렬 연산 칩 생태계가 일정 수준 성숙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비교: 티-헤드 PPU vs. 엔비디아 H20

메모리 용량: PPU 96GB vs. H20 96GB

메모리 타입: 둘 다 HBM2e

이론 연산 성능: 구체치는 비공개이지만 CCTV는 “근접” 표현 사용

중국 내 사용 허가: PPU 제한 없음 vs. H20 수출 허가 품목


산업적 의미 및 전망

공급망 다변화 — 칩 제작사 다섯 곳 이상이 참여해 특정 업체 의존도를 낮췄다.
서부 내륙 데이터 허브 — 칭하이성은 비교적 낮은 평균 기온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 덕분에 대규모 서버 설비에 유리한 환경을 갖췄다.
그린 컴퓨팅 — 국산 칩 사용으로 물류·관세 부담이 감소하고, 냉각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설계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 소재 컨설팅업체 디지털차이나(Digital China)의 천웨이 연구원은 “20,000PF 규모는 세계 상위권 슈퍼컴퓨터급 성능”이라며, “국산화율을 100%에 가깝게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금융·제조 데이터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단, 업계 일각에서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개발자 생태계가 엔비디아 CUDA에 비해 아직 미흡하다”는 현실적 한계도 제기한다. 이에 대응해 알리바바 클라우드와 바이런테크, 엔플레임 등은 오픈소스 AI 개발 키트와 툴체인을 연내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기업별 공식 입장

로이터가 차이나유니콤, 알리바바, 바이런, 메타엑스, 엔플레임, 테코리진, 중하오신잉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공식 답변은 즉시 제공되지 않았다. 무어스레즈는 “논평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이번 칩 국산화 프로젝트가 단순히 한 기업의 사업이 아니라, 첨단 기술 자립을 위한 전 국가 차원의 전략적 과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14차 5개년 계획에서 제시한 ‘동수서산(東數西算)’ 정책—동부의 데이터 수요를 서부의 친환경 전력과 결합해 처리한다—의 대표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환율 및 재무적 파급 효과

환율 기준: 1달러 = 7.1071위안(2025년 9월 17일 중국 외환교역센터 고시 환율). 투자 규모 3억9,000만 달러는 위안화로 약 27억7,000만 위안에 해당한다.

증권가에서는 “칩, 서버, 냉각 설비를 포함한 CAPEX가 연내 2단계로 나뉘어 집행될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티-헤드메타엑스가 대규모 공급 계약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 소식이 전해진 직후, 상하이증시 반도체 섹터 지수는 전일 대비 2.8% 상승했고, 바이런테크·엔플레임 등 비상장사의 기업가치도 장외시장에서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향후 관전 포인트

정부 규제: 엔비디아 조사 결과와 제재 여부가 국산 칩 시장 점유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성능 검증: 20,000PF 목표 달성 시 톱500 슈퍼컴퓨터 순위 진입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프트웨어 호환성: 오픈소스 프레임워크 성숙도가 AI 서비스 상용화 속도를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 완공 후에는 칭하이성 일대에 AI 연구기관과 스타트업 클러스터가 조성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내륙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재 유입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