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감독총국, 듀폰 차이나 반독점 조사 ‘중단’ 발표

베이징—미‧중 무역갈등 속에서 촉발됐던 듀폰 차이나 그룹에 대한 중국 당국의 반독점 조사가 일단 멈춰 섰다.

2025년 7월 22일, 로이터(Reuters)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tate Administration for Market Regulation·SAMR)은 미국 화학기업 듀폰(DuPont) 산하 중국 법인 듀폰 차이나 그룹을 상대로 진행해 오던 반독점 조사를 중단(suspend)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SAMR이 “중국 반독점법(반(反)시장독점법)” 위반 혐의를 이유로 착수한 사안으로, 당시 당국은 듀폰 차이나가 중국 시장에서 부당한 지배력 행사 또는 가격 담합을 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건이 공개됐을 때는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던 시점이어서 글로벌 투자자와 산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무엇이 ‘조사 중단’ 의미하나

중국 반독점법상 ‘조사 중단’은 1) 증거 부족, 2) 심사 절차상의 정지, 3) 당사자의 시정조치 이행 여부 확인 등 복합적 요인을 내포한다. 중단이 곧 ‘무혐의’ 결론을 뜻하지는 않는다. SAMR은 성명에서 “조사 중단 사유와 향후 일정은 관련 법령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다”고만 설명해, 실제로 어떤 근거로 절차가 중단됐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행정적 ‘보류’와 ‘종결’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베이징 소재 국제통상전문 로펌인 징타이앤드파트너스장웨이 변호사

1samr 규정 32조에 따라 일정 기간 조사활동이 정지된 뒤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전쟁 맥락에서 본 듀폰 사건

듀폰은 1802년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창업된 글로벌 화학·소재 기업으로, 전기차 배터리용 필름, 반도체 재료, 건축용 고성능 수지 등을 중국 현지에서 생산‧공급한다. 2023년 매출 약 130억 달러 가운데 중국 비중이 15% 안팎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중단이 곧 듀폰의 중국 사업 리스크 해소로 직결되지는 않지만, 최소한 단기 가시적 제재 가능성은 낮춰 주는 신호”라고 평가한다.

특히 2018년 이후 지속된 미‧중 무역·기술 분쟁에서 중국이 ‘내국기업 보호’와 ‘외국기업 규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부터 대형 외국계 반도체, 소프트웨어, 반도체 장비업체를 상대로 데이터 보안·공정거래·가격 담합 조사를 병행해 왔다. 듀폰 차이나 사건은 이러한 기조 속에서 진행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중국 반독점법 간단 해설

2008년 8월 1일부터 시행된 중국 반독점법(反垄断法)독점협의 금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규제, 기업결합 심사를 3대 축으로 삼는다. 조사 대상 기업은 국내·외를 불문하며, 위반 시 연간 매출의 최대 10% 벌금 혹은 ‘시정조치 명령’이 부과될 수 있다. SAMR은 2018년 조직 개편으로 탄생한 국무원 직속 부처로, 반부패·소비자보호·가격감독권까지 가진 ‘초(超)규모 규제기관’이다.

한국에서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다만 중국 반독점법은 2국가안보·산업정책이라는 명시적 조항을 근거로, 외국 기업에 대한 조사 범위를 폭넓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자 반응

2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듀폰 주가전일 대비 0.4% 상승한 78.6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오전장 한때 1% 가까이 올랐으나, “조사 중단이 최종 면책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자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한 국제자산운용사는

“중국 규제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

이라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공급망 관점에서도 듀폰 차이나가 생산하는 엔지니어링 폴리머PBF(폴리부틸렌 프탈레이트) 수지는 전기차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 5G 기지국 부품 등에 쓰인다. 만일 조사가 재개돼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내년 전기차 생산량에 일부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향후 전망 및 체크포인트

첫째, SAMR이 ‘종결’ 여부를 언제 발표할지가 관건이다. 중국 법상 조사 중단은 최대 6개월 단위로 연장 가능하다. 둘째, 듀폰 차이나가 자발적 시정조치(behavioral remedies)에 합의했는지 여부가 추후 공표될 경우, 다른 외국 기업의 ‘선례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미 상무부가 중국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규제 수위를 높일 경우, 중국 당국이 다시 카드를 꺼내 들 여지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은 미국과 중국이 각각 자국 산업정책을 지렛대 삼아 ‘규제·보조금’ 맞불을 놓는 대립 구도가 계속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글로벌 기업이 직면한 규제 리스크는 단순한 가격 변동을 넘어, 장기 전략·R&D 투자, 현지 생산계획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