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발]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이 스마트 커넥티드 전기차(이하 스마트 EV)에 대한 감독·관리 강화를 위한 행정 지침(초안)을 발표하며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SAMR은 이번 초안을 통해 제조사가 차량 성능·보조주행 기능을 과장하거나 오인케 하는 광고를 일체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첨단 주행기술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 경고 시스템 장착을 의무화하며, 리콜 절차와 OTA(Over-the-Ai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감독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광고 과장 금지와 OTA 안전성 확보가 핵심”*
초안은 ▲보조주행(일명 ‘반자율주행’)·배터리 성능·주행거리 등 핵심 사양을 과장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문구를 사용할 수 없으며, ▲”완전자율주행”·”1회 충전 1000km 주행”처럼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표현도 금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광고물 철거·정정 명령과 함께 행정벌금 및 판매중지 조치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 용어 설명
OTA 업데이트란 무선 통신망을 통해 차량 소프트웨어를 원격으로 수정·배포하는 기술로, 제조사가 서비스센터 방문 없이도 기능 개선·버그 수정·안전 패치 등을 진행할 수 있다. 편의성이 높은 반면, 보안 취약점이나 예상치 못한 기능 오류가 발생할 경우 대량 리콜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독 강화 요구가 거셌다.
리콜 제도·사후 감독 체계
SAMR은 초안에서 “스마트 EV 특유의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결함 범주가 기계적 결함을 넘어 알고리즘·데이터 오류까지 확장됐다”며, 기존 기계부품 중심의 리콜 규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제조사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력·고장 코드·운행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제출해야 하며, 결함이 확인될 경우 즉시 리콜을 신청해야 한다.
주요 조항 요약
① 과장 광고 금지
② 경고·안전장치 의무화
③ 리콜 보고서 세분화
④ OTA 업데이트 사전 검증·사후 보고
⑤ 위반 시 행정처분·벌금·형사 고발 가능
업계 반응과 전망
초안이 공개되자 중국 현지 완성차·스타트업·부품사는 즉각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CTO는 “미·EU 수준의 사이버 보안·소프트웨어 책임 규제가 빠르게 도입되는 흐름“이라며, “소형 스타트업은 개발·검증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시장 신뢰를 높이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의 분석도 주목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광고 표현과 기술 용어를 지나치게 제한하면 혁신적인 기능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지만, 다수는 “소비자 보호가 선행돼야 산업이 지속 성장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제 비교
유럽연합(EU)은 이미 자동차 일반안전규정(GSR)을 통해 2022년부터 속도 제한 보조장치(ISA)·후방 충돌 경고 등을 의무화했으며,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레벨2 이상 자율주행 기능 사고 발생 시 24시간 이내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번 중국 규제가 시행되면 글로벌 3대 자동차 시장 모두가 ‘안전·투명성’ 중심의 규제 프레임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EV 광고 생태계 변화
전문가들은 “광고 문구에서 ‘자율주행’과 같은 미래 지향적 수식어를 쓰기 전에, 기술적 증명과 법적 검증을 먼저 제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아가 빅테크·소프트웨어 기업이 차량용 OS와 딥러닝 알고리즘을 공급하는 현 추세에서, 데이터 투명성·소스코드 관리 기준까지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소비자 실익
광고 현실화·경고장치 강화로 오인 운전 사고와 충전 효율 기대치 격차가 줄어들 전망이다. 리콜·OTA 감독 체계가 정비되면, 소프트웨어 오류로 인한 급가속·배터리 화재 등 대규모 사고 가능성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향후 절차
SAMR은 9월 중순까지 공청회(퍼블릭 코멘트)를 진행한 뒤,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해 최종안을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통상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26년 상반기부터 본격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세부 조항·벌칙 규정은 추가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전문가 견해
필자는 최근 5년간 중국·미국·유럽의 자율주행 규제 동향을 취재해왔다. OTA 업데이트가 ‘이동하는 스마트폰’이 된 자동차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 기계 산업과 IT 산업 규제 패러다임이 충돌하는 양상이 속출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혁신 촉진과 ‘소비자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제도적 시험대라 평가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투명한 데이터 관리와 실증 기반 광고 문화가 정착될 때, 스마트 EV 산업이 탄탄한 성장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 참고: 초안 원문은 SAMR 공식 홈페이지(중문)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원문 내용을 요약·재구성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관련 산업 전문가 의견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