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Inc.)의 주가가 17일(현지시간) 장전 거래(premarket)에서 약 14% 급락했다. 회사가 중국 수요 부진과 관세(타리프) 불확실성을 이유로 2025 회계연도 4분기(8~10월) 실적 가이던스를 시장 전망치보다 낮게 제시한 것이 발단이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4분기 매출을 67억 달러(±5억 달러)로 전망했다. 금융시장 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평균 예상치 73억 3,000만 달러를 크게 밑돈다. 회사가 제시한 예상 주당순이익(EPS)도 시장 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했다.
“정책 환경이 급변하면서 반도체 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 게리 디커슨(Gary Dickerson) 최고경영자(CEO)
디커슨 CEO는 실적 발표 후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 콜에서 단기적 가시성 저하와 불확실성 확대를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가 신규 장비 주문을 억누르고 있다며 정책 리스크를 강조했다.
중국은 7월 분기 기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하는 최대 단일 시장이다. 그러나 미·중 갈등 심화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들이 투자를 늦추면서 주문 공백이 발생했다. ASML 홀딩 역시 지난달 비슷한 관세·규제 리스크를 경고한 바 있어 업계 전반의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 시각1)
도이체방크 전략가들은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위험과 경기 변동성 탓에 핵심 이익 전망에 대한 가시성이 크게 흐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JP모건의 할런 서(Harlan Sur) 애널리스트는 “중국 수요 둔화와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의 변동성은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투자 타이밍 차이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3분기 실적은 예상 상회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2025 회계연도 3분기(5~7월) 매출은 7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해 시장 전망치(72억 2,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다만 견조한 3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4분기 전망이 부진해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주가 추이
올 들어 8월 14일 종가 기준 이 회사 주가는 15.7% 상승해 나스닥 100지수(+12.5%)와 S&P500지수(+9.9%) 상승률을 모두 웃돌았다. 그러나 장전 급락으로 해당 상승폭 대부분이 사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용어 풀이
프리마켓(premarket)은 정규장 개장 전 시간 외 거래를 뜻한다. 기업이 실적을 발표하면 투자자들은 정규장 시작 전 주가 반응을 먼저 확인할 수 있다. 타리프(tariff)는 정부가 특정 국가에서 수입되는 재화에 부과하는 관세로, 무역 전쟁 국면에서 기업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문 기자 해설2)
이번 가이던스 하향 조정은 클린룸·증착(CVD)·식각(Etch) 등 핵심 공정 장비 수요가 당분간 지연될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중국 내 로컬 파운드리의 28나노 이하 공정 투자에 제동이 걸리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미국 상무부의 추가 수출통제 조치 발표 일정과 중국 정부의 반격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
한편,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은 메모리 업황 회복과 고성능 연산(HPC)·인공지능(AI)용 칩 수요 증가 기대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투자 사이클을 왜곡한다는 점에서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장비 업체들의 수주 백로그(backlog)가 두터운 만큼 중장기 성장 스토리는 유효하나, 단기 방향성은 규제·관세 이슈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주: 1) 도이체방크, JP모건 코멘트는 원문에 포함된 문장을 그대로 번역했으며, 2) 해설은 기사 내용에 기반한 기자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