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굴지의 건설·중장비 제조업체인 Sany Heavy Industry(산이중공업)이 홍콩 증시 재상장을 통해 최대 159억 홍콩달러(미화 15억 9,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2025년 10월 1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산이중공업은 총 5억 8,040만 주를 주당 20.30~21.30홍콩달러 범위에서 공모한다. 이는 로이터가 올해 2월 ‘최대 15억 달러 조달 추진’이라고 최초 보도한 내용과 대체로 일치한다.
산이중공업은 이번 홍콩 상장에서 결정된 공모가를 10월 24일(금) 최종 확정할 예정이며, 주식은 10월 28일부터 홍콩거래소(HKEX)에서 거래를 시작한다. 회사가 발행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하이 상장 주가는 36.5% 상승해 중국 본토 시장 평균 상승률의 두 배를 넘어섰다.
① 공모 구조와 사용 목적
산이중공업은 이번 홍콩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의 약 45%를 글로벌 판매·서비스 네트워크 확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거점에서 영업력을 강화하고, 아시아 전역 및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25%는 연구·개발(R&D) 고도화에, 20%는 해외 제조 기지 추가 구축에 배정한다. 나머지 10%는 운영자금 및 기타 일반 기업 목적에 활용될 예정이다.
“해외 영업망과 생산 거점을 동시 확충해 글로벌 톱티어 중장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② 기업 개요 및 글로벌 생산 체제
1994년 설립된 산이중공업은 굴착기, 크레인, 도로 건설 장비, 항타(杭打) 장비 등 60여 개 제품군을 아우르는 종합 중장비 기업이다.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국·유럽·인도·브라질·독일에 생산·판매 법인을 두고 있으며, 중국에는 5개의 거대 제조 허브를 운영 중이다.
특히 유럽 생산 기지는 독일 작센주 및 베를린 인근에 위치해 현지 고객 맞춤형 장비를 단납기로 공급하고 있다. 중동에서는 ‘사우디 비전 2030’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수주를 겨냥해 판매 조직을 확대 중이다.
③ 주요 투자자 참여 내역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코너스톤 투자자1들은 전체 공모 물량 중 약 7억 5,900만 달러(미화 7억 5,900만 달러 상당)에 해당하는 주식을 사전 배정받았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이 7,500만 달러를 투자했고, 힐하우스·UBS 자산운용·블랙록·오크트리 등 글로벌 기관투자가도 참여했다.
1) 코너스톤 투자자란 IPO 직전에 대규모 지분을 미리 매입해 기업·시장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장기 성향의 기관투자가를 뜻한다.
④ 홍콩 IPO 시장 환경
미·중 갈등 심화로 미국 증시 상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기업들의 상장 무대는 빠르게 홍콩으로 이동하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LSEG(구 리피니티브)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홍콩은 IPO 및 세컨더리 상장 규모에서 전 세계 1위를 기록했고,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추월했다.
중국 토이 리테일 기업 미니소(Miniso)는 9월 말 자회사 ‘탑토이(Top Toy)’를 분할 상장하겠다고 밝혔으며,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멘타(Momenta) 또한 미국 대신 홍콩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⑤ 용어 설명 및 시장 영향
LSEG는 ‘London Stock Exchange Group’의 약자로, 세계 최대 금융 데이터·거래소 운영사다. IPO 데이터·시장 점유율 통계 등 다양한 금융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 산이중공업 공모 흥행 여부는 향후 중국 제조업체들의 해외 자본 조달 전략과 홍콩 증시 매력도에 대한 바로미터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금리 인상 국면 속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중장비 업종에는 ‘자본 부담’이 가장 큰 리스크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기자 해설
산이중공업은 이미 중국 본토 시장에서 견조한 실적과 주가 상승세를 보이며 성장성을 입증했다. 그럼에도 해외 투자자 기반을 넓히고 달러·홍콩달러 현금을 보유하려는 전략을 택한 것은 전 세계 인프라 투자 확대, 특히 중동·동남아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수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핵심 부품 현지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해외 제조 기지’ 투자를 확대한다고 밝힌 점은 최근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및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미국·유럽의 보호무역 압력과 중국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은 실적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번 홍콩 상장은 신규 성장 자금 확보뿐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 신뢰도 제고 효과까지 노려 ‘일석이조’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공모가가 밴드 상단(21.30HKD)에서 확정된다면 산이중공업의 시가총액은 약 1,900억 홍콩달러로 추정되며, 이는 동일 업종 글로벌 상장사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