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發 공급과잉, 세계 경제의 새 변수로 부상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중국의 산업 과잉설비(over-capacity)가 이제는 단순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요인을 넘어 지정학적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5년 7월 2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는 최근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발 가격 하락이 전 세계 물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특히 “글로벌 상품 인플레이션의 진짜 드라마는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 정책이 일부 상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음에도 중국의 가격 인하 압력이 훨씬 더 큰 파급력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 수출단가 1년 반 새 20% 급락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가격은 팬데믹 기간 최고치 대비 20% 이상 하락했으며, 이로 인해 선진국의 상품 가격이 평균 0.4%p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공장도가격(factory-gate price) 기준 소비재 내구재 가격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이는 생산성 향상 때문이 아니라,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치열한 가격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설명했다.
■ 용어 해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현상으로,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사라진 ‘디플레이션’과는 구별된다. 공장도가격은 제품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전, 공장에서 출하될 때의 가격을 의미하며 기업 간 거래 동향을 파악하는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
■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는 ‘과잉투자’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 정부가 ‘질서 없는 경쟁(Disorderly Competition)’ 종식을 추구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구조적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는 투자 중심 성장 모델을 유지하며 여전히 투자 비중이 GDP의 약 40%를 차지한다. 그 결과, 만성적 공급과잉·얇은 마진·투자수익률 저하가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 부진과 부동산 경기 하락이 겹치면서 국내 수요가 줄어들자, 남은 생산 능력이 해외 시장을 향해 범람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 제조업체의 최대 30%가 현재 적자 상태이며, 지방정부 보조금과 저금리 대출 덕분에 연명 중”이라는 별도 추정치를 인용했다.
■ 워싱턴·브뤼셀·도쿄·신흥국, 잇단 경보음
이 같은 상황은 미국 워싱턴뿐 아니라 EU 브뤼셀, 일본 도쿄 그리고 다수 신흥국에서도 무역·산업정책 차원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때 세계 성장을 견인했던 중국 제조업이 이제는 국가 간 마찰의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글로벌 성장을 이끌던 엔진이 급속히 지정학적 마찰의 진원지로 변모하고 있다”며 “중국의 현행 성장 모델이 세계 경제의 안정과 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기자 해설: 한국에 미칠 파장
한국 역시 전자·자동차·철강 등 대중(對中) 경쟁 품목이 많아, 중국산 저가 공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동시에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누그러질 수 있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 전문가 시사점 및 전망
첫째, 중국 내부에서 통제 불가능한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 구조개혁을 단행하지 않는 한, 가격 전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미국과 EU가 국가안보·공급망 안정 명분으로 무역장벽을 높이면, 글로벌 교역 구조가 더 세분·블록화될 수 있다. 셋째, 국내 기업들은 원가 절감 외에도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브랜드 프리미엄 전략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중국의 과잉 생산 체제가 조정되기 전까지 전 세계는 ‘저가격 공세’와 ‘보호무역 강화’라는 두 갈래 시나리오를 오가며 변동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