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홍콩 — 중국의 사모 리츠(Private REITs) 시장이 자금난에 직면한 개발사들에게 드문 호재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자들의 고배당 수익 수요가 높아지면서, 올해에만 120억 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모금 파이프라인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2025년 11월 20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2023년 출범한 중국의 사모 리츠 시장은 전문 투자자에 한정된 구조임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개발사들은 공모 리츠 대비 더 신속하고 완화된 심사라는 절차적 이점과, 경기 둔화 속에서도 임대수익 창출 자산을 재활성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이유로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공모 리츠가 주로 쇼핑몰 등 소비 중심 자산에 집중하는 반면, 사모 리츠는 오피스 타워와 호텔까지 범위를 넓혀 발행사와 투자자 모두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거래소 상장 형태의 공모 리츠에는 단일 오피스나 호텔을 편입할 수 없지만, 사모 리츠는 이러한 자산을 담을 수 있어 구성이 유연하다.
공개 자본시장 접근이 대부분의 개발사에게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사모 리츠는 대체 조달 창구로 기능하며 상업용 자산 보유자가 묶여 있던 가치를 해제하고 유동성 압박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UBS의 존 램(John Lam) 대중화권 부동산 리서치 총괄은 ‘사모 리츠는 발행사 관점에서 공모 리츠의 병목을 일부 돌파한다’며, 새로운 플랫폼이 부동산 기업의 사업모델과 밸류에이션을 재편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분석가들은 재정난에 빠진 주택 개발사들의 재무 건전성 회복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상당수 기업이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할 고품질 자산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 리츠 신청 급증은 2021년 시작된 유동성 위기 속에서 나타났다. 중국 부동산 부문 전반의 현금 경색은 다수 개발사의 채무 불이행과 주택 수요 급감으로 이어졌고, 그 대안으로 사모 리츠가 급부상하는 흐름이다.
중국의 사모 리츠는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부동산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일종으로, 비공개 채널을 통해 기관투자자에게 판매된다. 일반 공모·상장 절차를 거치지 않는 만큼 승인 속도가 빠르고 구조 설계의 유연성이 높다.
이들 상품은 보통 산업단지, 데이터센터, 리테일 몰 등 상업용 자산을 묶어 구성하며, 임대료에서 발생하는 정기수익을 배당 형태로 분배한다. 공모 리츠 대비 락업(의무보유) 기간이 길고 유동성이 낮은 대신,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로 투자자를 보상하는 구조다.
용어 설명: REIT(리츠)와 사모 리츠
REIT는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운영 수익을 배당 형태로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을 뜻한다. 중국의 공모 리츠는 거래소에 상장되어 일반 투자자도 접근 가능하지만, 사모 리츠는 전문 투자자에 한정되고 비상장·비공개로 유통된다. 기사 내 ‘배당수익률’은 연간 분배금이 투자금 대비 어느 정도인지를 의미하며, ‘락업’은 정해진 기간 동안 환매·매각이 제한되는 조건을 말한다.
PRIVATE REITS GAIN MOMENTUM
사모 리츠의 주요 상장 승인 창구인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올해 17건의 사모 리츠를 승인했으며, 예상 모금액은 430억 위안($59억)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건, 80억 위안 승인에서 대폭 늘어난 규모다.
신청도 급증했다. 올해 현재까지 40건이 접수되어 약 1,050억 위안을 조달할 수 있는 규모로 추산되며, 이는 2024년의 7건, 총 130억 위안에 비해 큰 폭의 증가다.
시장 참여자들에 따르면, 일부 예비 발행사는 로드쇼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다른 이들은 플랫폼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사모 리츠를 통한 자금조달은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싱가포르 ARA 애셋 매니지먼트 공동 창업자 존 림(John Lim)은 ‘지금 직접 매각하면 가격이 너무 낮고 매수자가 드물다. 리츠는 그 문제를 해결한다’며, 중국의 사모 리츠가 자산을 현금화하는 ‘영리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UBS의 램은 중국 사모 리츠의 평균 배당수익률이 약 5%로, 공모 상장 리츠의 3%~4% 대비 높다고 추정했다. 이는 낮은 유동성과 더 긴 락업을 감수하는 투자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성격이 있다.
8월에는 씨즌 그룹(Seazen Group)이 민간 개발사 최초로 사모 리츠 승인을 받았다. 상하이 외곽의 우웨 플라자(Wuyue Plaza) 쇼핑몰이 담보 자산으로 편입되며, 10억 6,000만 위안($1억 4,900만) 조달을 추진한다.
거래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해당 리츠의 내재 수익률은 6% 이상으로, 30년 만기 국채의 2.1% 수익률을 웃돈다. 모건스탠리는 11월 씨즌 주식을 비중확대(Overweight)로 상향하며, 대규모 쇼핑몰 포트폴리오에 대한 복수의 리츠 기반 자산 매각이 가치 잠금 해제를 촉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부실 개발사들은 아직 사모 리츠 발행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싱가포르의 캐피탈랜드(CapitaLand)와 홍콩의 가우 캐피털(Gaw Capital) 등 역외 기업들이 올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UBS의 램은 일부 민간 개발사들이 공모 리츠 시장에서 엄격한 자산 품질 요건과 자금 사용처 제한 때문에 반려되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사모 리츠가 실질적 대안으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역풍에도 불구하고, 보험사와 중국 증권사 자산운용 계열이 저금리 환경에서의 안정적 소득과 경쟁력 있는 수익률을 이유로 사모 리츠의 주요 투자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STABLE CASH FLOW
상하이에 본사를 둔 필즈 오브 골드 캐피털(Fields of Gold Capital)의 천 샤오어우(Xiao’ou Chen) 회장은 사모 리츠가 수개월 내 승인을 받을 수 있는 반면, 공모 리츠는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이 고성장 국면일 때 개발사들은 주택을 짓고 팔기에 집중했다. 이제 증가분 성장이 사라지자, 관심은 기존 재고의 재활성화— 장기 가치를 지닌 수익 창출 자산 —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모 리츠는 공모 리츠를 보완하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모 리츠는 불과 4년 만에 가치 기준 2,000억 위안을 넘어섰으며, 성숙한 경제권의 트렌드를 감안하면 사모 시장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는 게 분석가들의 시각이다.
UBS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총자산가치(GAV) 기준 공모 대 사모 리츠 비율이 1.25 대 1이다. 또한 미국과 호주에서는 리츠가 부동산 업종 총 시가총액의 각각 약 90%와 95%를 차지하는 반면, 중국의 리츠 비중은 모건스탠리 분석에 따르면 1.4%에 불과하다.
다만 시장의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발행사 입장에서는 고품질의 임대수익 자산을 확보하는 데 구조적 제약이 존재한다. 핵심 1선 도시의 프라임 오피스와 물류 자산에서 공실률 상승이 나타나며, 임대료를 낮춰 점유율 유지를 도모해야 하는 압력도 커지고 있다.
아시아퍼시픽 부동산자산협회(APREA)의 시그리드 지알치타(Sigrid Zialcita) 대표는 ‘1선 도시의 핵심 오피스와 물류 자산은 현재 높은 공실에 직면해 있으며, 임대료 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2027년 이전에 반전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심층 분석: 시장·정책·투자 포인트
– 사업모델 전환: 사모 리츠는 개발사의 분양 중심 모델을 보유·운영 중심으로 재구성할 유인을 제공한다. 자산을 리츠에 셀다운하고 운영수수료를 확보하는 방식은 현금흐름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 비용과 수익률: 공모 대비 심사 속도와 구조 유연성이 높지만, 유동성 할인을 상쇄하기 위해 높은 배당이 요구된다. 이는 금리 환경과 자산 품질에 민감하다.
– 자산 선별 리스크: 공실률·임대료 변수에 따라 현금흐름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임차인 구성, 계약 만기 분산, 캡엑스 계획 등의 정교한 실사와 공시가 관건이다.
– 감독·규제 이슈: 공모 대비 완화된 요건은 접근성을 높이지만, 투명성·거버넌스 장치를 병행하지 않으면 평가 왜곡과 잠재 리스크가 누적될 수 있다.
환율 참고: $1 = 7.1159 위안**기사 말미 고시 환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