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동산 부진이 연말을 앞둔 글로벌 시장의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한 해의 마지막 완전 거래 주간을 시작하면서 리스크 이벤트가 빽빽한 캘린더와 마주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G10 중앙은행의 결정만도 다섯 건이 예정돼 있고, 미국에서 연기된 주요 경제지표들도 대거 발표될 예정이다.
2025년 12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통화정책 일정 가운데 일본은행(BOJ)은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상해 0.75%로 높일 것으로 예상되고, 영국중앙은행(BoE)은 같은 폭의 인하를 단행해 3.75%로 낮출 가능성이 점쳐진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웨덴 리크스방크(Riksbank), 노르웨이 중앙은행(Norges Bank)은 금리 동결이 예측된다. 이처럼 주요국 통화정책의 방향이 엇갈리는 가운데 시장은 정책 차별화에 따른 자본흐름과 통화·채권·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완커(China Vanke) 관련 소식이다. 완커는 채권 연장 승인에 실패한 뒤 오늘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의 상환 연장(1년)을 놓고 채권자 승인을 얻지 못해 두 번째 채권자 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해당 채권은 영업일 기준 5일의 유예 기간(grace period)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완커의 주가는 선전(Shenzhen)과 홍콩(HK:2202)에서 급락했다.
완커 사태는 국가 지원을 받는 개발업체의 디폴트 위험을 키우며 이미 위기에 처한 부동산 섹터에 대한 불안감을 재점화시켰다. 중국 정부는 그간 부동산 시장 안정을 표방해왔으나, 최신 공식 통계는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중국의 신규 주택 가격은 11월에도 하락을 이어갔다고 발표돼 수요 회복이 미흡함을 보여줬다.
같은 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경기 둔화를 더 분명히 했다. 11월 제조업 생산과 소매판매 지표가 추가로 둔화되자 중국 위안화는 1년여 만에 가장 강세를 기록했다. 통상 경기 둔화 시 통화가 약세를 보이지만, 이번 달 위안화 강세는 자본 유입이나 정부의 환율정책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되며 경기 둔화 신호와 함께 복합적인 시장 반응을 야기했다.
아시아 장 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뚜렷했다. MSCI의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1.2% 하락했고, 특히 올해 우수한 수익률을 보였던 한국 주식은 최대 2.7%까지 급락했다. 시장의 전반적 분위기는 ‘산타 랠리’가 아닌 ‘석탄덩어리’에 더 가깝다고 평가되며, 연말을 맞아 차익실현·포지션 축소가 진행되고 있다.
반면 유럽 초반 선물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판-리전(지역 전체) 선물은 0.4% 상승, 독일 DAX 선물은 0.4% 상승, FTSE 선물은 0.3% 상승을 기록했다. 다만 아시아에서의 리스크 오프 흐름이 지속될 경우 유럽과 미국시장에도 전이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당일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일정으로는 유로존의 10월 산업생산(Industrial Production) 지표와 프랑스의 단기 국채 입찰(1개월·3개월·7개월·1년물 국채)이 예정돼 있다. 단기 국채 입찰은 정책금리와 시장 유동성, 은행 간 자금 수급에 대한 즉각적 신호를 준다.
용어 설명(투자자 참고)
G10 중앙은행이란 미국, 영국, 일본, 독일(유로존 대표), 프랑스 등 주요 10개국의 중앙은행을 통칭하는 용어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Grace period(유예 기간)는 채무자가 원래 만기일에 상환하지 못했을 때 일정 기간 동안 연체 상태를 면제하거나 연장 받을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MSCI 지수는 특정 지역·국가의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지수로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벤치마크로 널리 사용된다.
선물(futures)은 미래 시점에 특정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하기로 한 계약으로, 지수 선물은 현물 지수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 영향 전망 및 분석
완커의 채권 연장 불승인과 추가 채권자 회의는 단기적으로 중국 부동산 섹터 전반에 대한 신뢰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업체의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손실 확대, 지방정부의 재정·토지수입 압박 심화, 건설 관련 업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중국 내수 위축으로 연결되어 글로벌 상품수요(원자재·에너지 등)를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통화정책의 지역별 엇박자는 단기 환율·채권시장 변동성을 키울 전망이다. BOJ의 금리 인상(예상치)은 엔화 강세 및 일본 국채 수익률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반대로 BoE의 금리 인하는 파운드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정책 차별화는 자금의 이동성을 높여 신흥시장 통화와 채권에도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 경기 둔화 우려와 맞물려 외국인 자금의 신흥시장 이탈 움직임이 강화될 경우 아시아 주식·채권 시장의 추가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
금융시장 관점에서 단기 시나리오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완커 채권자 회의가 연장 불가·상환 불이행 쪽으로 결론 날 경우 부동산 업계 전반의 신용경색이 확대되어 아시아 증시·원자재 가격 압박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회의가 연장으로 결론 나거나 정부·금융당국의 구제 의지가 명확히 노출될 경우 단기 충격은 완화되나 신뢰 회복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셋째, 중앙은행들의 결정(BOJ 인상, BoE 인하, ECB 동결 등)과 미국의 연기된 경제지표 결과는 연말 포지셔닝을 재조정하는 트리거가 될 것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특히 향후 48~72시간 동안 발표될 완커의 추가 공시, 중국의 소비·제조업 지표, 그리고 G10 중앙은행의 금리결정을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들 이벤트가 금융시장 리스크 프리미엄을 재설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종합
연말을 맞아 투자심리가 예민해진 가운데, 중국 부동산 부진과 정책 방향의 지역별 불일치가 맞물리며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회피 성향이 우세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며칠간의 정책·기업·경제지표 발표 결과에 따라 연말 시장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투자자는 채권·외환·주식 간 상호 연동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점검과 함께, 주요 이벤트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