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영 지원 건설사인 반커(China Vanke)가 20억 위안(약 2.84억 달러) 규모의 채권 보유자들과 두 번째 협의를 개시했다. 이 회사는 채권 보유자와 은행을 상대로 부채 상환 연장 합의를 모색하며 채무불이행(default)을 피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25년 12월 1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선전(Shenzhen)에 본사를 둔 반커는 앞서 제출한 제안이 지난주에 부결된 뒤 채권 보유자들에게 상환 기한을 1년 연장하고 유예 기간(grace period)을 거래일 기준 30일로 늘리는 조건의 개선된(달콤해진) 제안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두 번째 회의를 시작했다. 해당 채권은 2025년 12월 15일에 만기가 도래했다.
반커는 또한 2025년 12월 28일 만기인 37억 위안 규모의 온쇼어(onshore) 노트에 대해서도 유사한 제안(원금 및 이자 지급을 1년 연기하고 유예기간을 거래일 기준 30일로 연장)을 제출한 것으로 12월 17일(수요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반커는 채권 보유자들이 제안에 충분한 찬성 표를 주지 않을 경우 5거래일 유예 기간이 만료되는 다음 월요일(2025년 12월 22일)에 채무불이행 위험에 직면할 수 있으며, 그 경우 회사는 사실상 모든 부채에 대해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일 채권 보유자들이 자체 제안을 표결에 부칠 경우, 그 내용에는 반커의 최대 주주인 선전 지하철(Shenzhen Metro) 또는 기타 국영기업의 신용 보강(credit enhancements)이 포함될 수 있다.
반커의 대응 행보로는 채권 보유자들과의 협의 외에 상업은행과 보험사들과의 협의도 포함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반커가 최소 한 곳의 은행에 대해 대출 이자 지급을 1년간 늦추는 것을 수용해 달라고 선전에서 열린 회의에서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별도 공시에서는 베이징 소재 화샤은행(Hua Xia Bank)이 반커 계열사에 대한 2억 위안의 미상환 대출을 1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Fitch(피치) 평가
피치(Pitch) 신용평가기관은 12월 17일(수) 반커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가 아닌 두 단계 하향해 기존의 CCC-에서 C로 강등시켰다. 피치는 반커가 12월 15일 만기 채권의 상환 유예기간에 진입한 것을 근거로 추가적인 하향 가능성을 경고하며, 만약 원래 유예기간이 치료되지 못한 채 만료되거나 어떠한 채무 불이행 상황이 발생하면 반커를 제한적 채무불이행(Restricted Default)으로 재분류하겠다고 밝혔다.
배경 및 맥락
지난 수년간 중국의 부동산 섹터는 장기 침체를 겪어왔고, 다수의 주요 개발사들이 채무불이행을 경험했다. 민영 개발사인 컨트리 가든(Country Garden) 등도 최근 몇 년 사이 채무불이행이 발생했으나, 그간의 디폴트들은 헝다(Evergrande) 사태처럼 전면적 시장 붕괴를 초래하지는 않았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반커의 경우 중국의 1선 도시(상위권 도시)에 사업 집중도가 높다는 점에서, 만약 반커가 채무불이행을 맞는다면 해당 도시들의 주택구매 심리에 보다 큰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2025년 들어 일부 1선 도시들의 부동산 시장은 안정화 기미를 보인 바 있다.
용어 설명(독자를 위한 부연)
유예 기간(grace period)은 채무자가 만기일에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했을 때 채권자 측이 추가로 지급을 기다려 주는 기간을 의미한다. 통상 유예기간이 끝나면 공식적인 연체나 디폴트 절차가 가속화된다. 온쇼어(onshore) 노트는 중국 내 법·제도와 시장에서 발행된 채권을 의미하며, 외국에서 발행된 오프쇼어(onshore 대비 off‑shore) 채권과 구분된다. 신용 보강(credit enhancement)은 본래 채무자 대신 제3자가 지급 의무를 보증하거나 담보를 제공해 채권의 안전성을 높이는 방법을 말한다.
시장·경제적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 반커의 채무 재조정 시도와 공시들은 채권시장과 부동산 관련 금융기관의 리스크 평가를 재조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피치의 등급 하향은 투자자들의 위험 인식을 높여 반커의 차주(借主)로서의 차입 비용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 만약 채권 보유자들이 제안에 동의하지 못하고 공식적인 채무불이행으로 귀결되면, 신용 경색으로 이어져 은행권의 대출 태도 및 보험사들의 손실 충당 여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 반커의 디폴트 가능성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지리적 불균형을 부각시킬 수 있다. 반커가 주력하는 1선 도시에서의 주택신뢰도가 약화되면, 해당 지역의 거래 침체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지역별 건설 활동 축소, 관련 중소 건설사 및 협력업체의 자금흐름 악화, 그리고 지방정부의 토지 매각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적 대응 여지도 관건이다. 정부는 시스템적 리스크 확대를 막기 위해 국유 자금의 지원, 국영기업을 통한 신용 보강, 금융기관과의 협의를 통한 채권 재조정 유도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 다만 반커가 국영 지원을 받는 개발사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지방정부의 직접적 개입 여부와 범위는 사안의 파급력과 정치·경제적 고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채권 보유자 표결 결과다. 보유자들이 반커의 연장 제안에 찬성하면 즉각적인 채무불이행 위험은 완화된다. 둘째, 반커의 주요 주주(선전 지하철 등)나 다른 국영기업의 신용 보강 제안 여부 및 그 규모다. 셋째, 은행·보험사 등 금융권의 대출 재협상 동향과 추가적인 연장·유예 합의 체결 여부다. 넷째, 신용평가기관의 추가 등급조정과 그에 따른 시장 반응이다.
마지막으로 환율·유동성 환경을 고려하면, 달러·위안 환율과 국제 자금 흐름도 투자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참고로 보도에는 $1 = 7.0424 중국 위안(인민폐)라는 환율표기(원문 기준)가 적시되어 있다.
요약
반커는 20억 위안 만기 채권 보유자들과 두 번째 협의를 개시했으며, 만기(2025년 12월 15일)와 관련해 상환 연장과 유예기간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회사는 또한 37억 위안의 온쇼어 채권에 대해 유사한 연장을 제안했고, 일부 은행과는 대출 연장에 합의하는 등 금융권과의 협의를 진행 중이다. 피치 신용평가는 반커의 등급을 CCC-에서 C로 하향 조정했으며, 추가적인 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제한적 채무불이행으로 재분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커의 향후 표결 결과와 금융권의 추가 합의 여부가 채무불이행 리스크의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