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장비 국산화 의무화…신규 증설에 장비 50% 국내산 규정 도입

중국이 반도체 생산시설을 새로 짓거나 증설할 때 사용되는 장비의 최소 50%를 국내 제조 장비로 채워야 한다는 규정을 비공식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조치는 베이징이 반도체 공급망의 자급자족 능력을 강화하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최근 몇 달간 관련 업계와 정부 승인 절차에서 실무로 전달되고 있다.

2025년 12월 30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이 규정은 공식 문서로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설비를 확장하거나 신설하려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당국에 국가 승인을 신청할 때 납품 입찰을 통해 장비의 최소 절반이 중국산임을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아왔다.

이 같은 50% 국산 장비 의무화는 특히 2023년 미국의 기술 수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중국이 외국 기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가장 중요한 조치 중 하나로 평가된다. 2023년의 미국 규제는 중국에 대한 고급 AI 칩과 반도체 장비의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했으며, 이로 인해 중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장비업체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국내 공급망에 눈을 돌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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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들은 당국이 신청서가 이 기준에 미달하면 통상적으로 승인을 거부한다고 전했다. 다만 공급 제약이 있는 경우에는 융통성을 인정해 주는 사례도 있으며, 첨단 공정 라인처럼 국내 장비가 아직 완전히 확보되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요구 수준을 완화해 준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 비율이 50%보다 훨씬 높길 바란다. 궁극적으로는 공장이 100% 국내 장비를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산업부)는 이 사안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보도에 응한 소식통들은 이 조치가 공개된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전국적(whole nation)’ 동원 방식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수천 명의 엔지니어와 과학자가 기업과 연구소 전반에 걸쳐 참여하는 ‘전국 동원’ 방식으로 완전한 국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촉구해 왔다. 이 노력은 설계부터 제조, 장비, 소재에 이르는 공급망 전반에 걸쳐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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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의 추가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과학자들이 최첨단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기계의 프로토타입을 연구 중인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미국이 수년간 차단하려 했던 성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과거와의 변화로, 한 현지 장비업체인 나우라(Naura) 전직 직원은 “과거에는 SMIC(중국 반도체 제조사)가 미국 장비를 선호했고 중국 업체에게 기회를 잘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2023년 이후 미국의 수출 규제로 중국 파운드리들이 국내 공급업체와 협력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해당 인사는 덧붙였다.


실적 및 수주 현황

공개 조달 자료에 따르면, 국영 계열 기관들은 올해 국내 리소그래피(노광) 장비와 부품에 대해 기록적인 421건의 주문을 냈으며, 총 주문액은 약 8억5천만 위안에 이른다. 이는 현지 기술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형 펀드(이하 ‘빅 펀드’)에 수천억 위안을 투입했다. 이 빅 펀드는 2024년에 제3기를 출범시켰고, 총 3,440억 위안(약 490억 달러)의 자본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혜자와 도전 과제

이 정책은 이미 식각(etching) 등 핵심 공정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식각은 실리콘 웨이퍼에서 물질을 제거해 트랜지스터 패턴을 새기는 공정으로, 미세 공정 역량을 좌우하는 중요한 단계다.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 그룹인 나우라(Naura)는 SMIC의 최첨단 7나노미터(7nm) 생산 라인에서 식각 장비를 시험 가동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이는 나우라가 최근 14nm 장비를 성공적으로 배치한 데 이어 이룬 초기 성과로, 국내 공급업체들의 기술 진전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 다른 국내 장비업체인 AMEC(Advanced Micro-Fabrication Equipment) 역시 경쟁자로 거론되며, 이전까지 중국 내 고급 식각 장비는 주로 미국의 램리서치(Lam Research)와 일본의 도쿄일렉트론(Tokyo Electron)이 공급했다. 이제는 이들 외국산 장비가 나우라와 AMEC 등으로 일부 대체되고 있다.

나우라는 또한 메모리 칩업체들을 위한 고층(300층 이상) 장비 공급에서 중요한 파트너로 부상했다. 이 회사는 2023년 수출 규제로 인해 더 이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된 램리서치 장비의 마모 부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정전척(electrostatic chuck)을 개발해 공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우라, AMEC, YTMC, SMIC, Lam Research, Tokyo Electron 등 관련 기업들은 보도에 대한 공식 답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특허와 실적

특허 출원과 재무 실적에서도 현지 업체들의 약진이 나타난다. 특허 데이터베이스인 Anaqua의 AcclaimIP 집계에 따르면, 나우라는 2025년에 779건의 특허를 출원해 2020년과 2021년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AMEC는 같은 기간 259건을 출원했다. 로이터가 이 수치를 교차 검증했다.

재무 실적도 강세를 보인다. 나우라의 2025년 상반기 매출은 16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고, AMEC의 상반기 매출은 50억 위안으로 44% 증가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중국이 포토레지스트 제거 및 세정 장비 분야에서 약 50% 수준의 자급률을 달성했다고 추정한다. 이 시장은 과거 일본 업체들이 우세했으나 현재는 나우라 중심의 국산화가 진행 중이다.


용어 설명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해 주요 용어를 정리하면, 리소그래피(리소그래피 또는 노광)는 광원을 이용해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공정이다. 식각(etching)은 그 패턴에 따라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하는 공정이며, 반도체 미세화의 핵심 단계다. 정전척(electrostatic chuck)은 웨이퍼를 공정 중 고정하는 장치로, 정밀도와 공정 신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는 리소그래피 과정에서 패턴을 형성하는 감광성 물질로, 이를 제거·세정하는 장비는 공정 품질 유지에 필수적이다.


정책의 시사점과 경제적 영향(분석)

이번 비공식 규정은 단기적으로는 중국 내 반도체 제조사들의 장비 조달 패턴을 빠르게 국산화 쪽으로 전환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그 결과 외국 장비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과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공급망 다변화와 현지화 압박이 증가하면서 미국·일본·한국·유럽의 장비업체들은 중국 이외의 고객 확보와 기술 고도화를 통한 차별화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적으로는 국내 장비업체들의 기술 향상과 경쟁력 확보가 가속화될 수 있다. 실제로 나우라와 AMEC의 특허 출원 증가와 매출 증가는 이러한 움직임을 반영한다. 그러나 첨단 공정(예: 극자외선(EUV) 단계의 리소그래피 등)에서 국내 장비가 아직 충분치 않은 분야에서는 생산 차질이나 설비 취득 지연, 비용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 당국이 특정 상황에서 요구 수준을 완화해 준다고 하나, 전체적인 장비 공급망의 조정 비용은 불가피하다.

금융 및 투자 측면에서는 국산 장비업체들에 대한 정책적 우대와 수요 확대가 이어지면 관련 기업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외국 장비업체들은 중국 매출 감소에 따른 단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 관점에서는 기술력 이전과 경쟁 구도가 재편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공급망의 복원력(resilience)은 높아질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공급 제약과 투자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향후 전망으로, 당국이 목표로 제시한 바와 같이 장기적으로는 공장 내 장비의 완전한 국산화(100%)를 지향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는 기술적 장벽과 글로벌 공급망 현실을 고려할 때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첨단 공정에 대한 예외조항 또는 유예가 계속될 여지가 크다. 국내 장비업체들이 얼마나 빠르게 고급 공정용 장비를 상용화하고 신뢰성을 입증하느냐가 향후 중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향상 속도를 좌우할 것이다.

참고로 환율 기준으로 보도에는 1달러 = 7.0053 위안이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