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형 코냑 업체에 EU 브랜디 반덤핑 관세 면제… 최소가격 조건 부과

중국 상무부가 5년간 최대 34.9%에 달하는 EU산 브랜디(대부분 프랑스산 코냑) 반덤핑 관세를 확정하면서도, Pernod Ricard, LVMH(헤네시), Rémy Cointreau(레미 마르탱) 등 주요 프랑스 제조사에는 최소판매가격(MIP) 준수를 조건으로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2025년 7월 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브뤼셀‧베이징 간 무역 갈등이 전기차(EV) 관세 문제로 격화되는 가운데 드물게 관세 완화가 이뤄진 사례로 평가된다. 중국은 지난해 1월 EU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는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예고한 데 대한 보복 성격으로 해석돼 왔다.

코냑(Cognac)이란?
코냑은 프랑스 남서부 코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포도 증류주로, 엄격한 원산지 통제명칭(AOC)을 적용받는다. 숙성 기간과 블렌딩 기술에 따라 가격이 수십 달러에서 수천 달러까지 다양하다.

반덤핑(Anti-Dumping)은 특정 국가나 기업이 자국 시장에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수출해 자국 산업을 잠식한다고 판단될 때 부과되는 보호 관세를 의미한다.


중국 시장은 코냑 부문 글로벌 매출액 기준 최대 규모” — 프랑스 코냑업계 단체 BNIC

상무부는 구체적인 최소가격 수준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MIP를 이행하는 업체에는 잠정 관세(2024년 10월 부과)를 전액 환급하기로 했다. 중소 생산자에게 상대적으로 무거운 부담이었던 예치금 반환이 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다고 업계 소식통들은 전했다.

프랑스 코냑 제조사들의 연간 수출 규모는 30억 달러에 이르며, 고가 숙성 제품은 병당 수백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관세 변수로 인해 중국행 월간 수출량이 최대 70% 급감했다고 프랑스 코냑산업국(BNIC) 통계는 밝힌다.

Rémy Cointreau는 성명을 통해 “MIP 합의는 훨씬 덜 가혹한 대안”이라며 “중국 내 투자 확대를 가능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Pernod Ricard 역시 “운영비 상승은 유감이지만, 영구 관세가 유지될 경우와 비교하면 부담이 대폭 경감됐다”고 밝혔다. LVMH와 Campari는 즉각적인 논평을 내지 않았다.

반면 EU 집행위원회는 해당 관세를 “부당하고 근거 없다”고 비판했다. 올로프 길 대변인은 “공정 무역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무역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번 주 유럽을 순방 중이다. 그는 7월 말 예정된 EU-중국 정상회담 사전 정지 작업 차원에서 프랑스 외무장관과 회동할 예정이지만, 회담 일정이 이틀에서 하루로 단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4일 파리 증시에서 Rémy Cointreau 주가는 0.54% 상승한 반면 Pernod Ricard는 0.3% 하락, LVMH는 1.5% 내렸다. Citi 애널리스트들은 “관세 면제로 실적 추정치 상향 가능성”을 언급했다. Rémy Cointreau는 매출의 70%를 코냑에서 올리며, 7월 25일 분기 실적 발표 시 연간 가이던스를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한편, 유럽 업체들은 미국에서도 인플레이션으로 고가 주류 소비가 둔화돼 이중 부담을 겪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EU산 주류 관세를 재차 언급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가격 영향
업계 고위 관계자는 “MIP 이행으로 소폭 가격 인상 가능성이 있지만, 매대가격에 미칠 영향은 아직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BNIC는 성명에서 “MIP 합의는 관세보다는 덜 불리하지만, 조사 이전 상태보다 여전히 불리하다”며 “프랑스 정부와 EU 집행위가 중국과 정치적 합의를 도출해 완전한 관세 철회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 시각
무역법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협상 여지가 남아 있는 보복 관세”의 전형으로 본다. EU-중국 전기차 갈등이 향후 완화될 경우, 주류·농축산·명품 등 소비재 분야에서도 유사한 합의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MIP 방식은 브랜드 가치·가격 포지셔닝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중국 정부 체면을 살리는 절충안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