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asey Hall
상하이(上海)발 — 중국 지도부는 기업들의 과도한 가격 인하 경쟁을 종식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규제 당국은 이러한 가격 인하가 과잉경쟁을 부추겨 경제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25년 9월 14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반(反) 인벌루션(anti-involution) 캠페인’은 과거 경기부양 정책의 결과로 축적된 제조업 과잉설비(overcapacity)와 재고 소진·소비 촉진을 위한 가격 인하가 배경이다. 이러한 할인 경쟁은 산업 전반으로 번져 디플레이션 고착화 우려를 키우며 19조 달러 규모 중국 경제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인벌루션(involution)”이란 무엇인지, 경쟁이 왜 문제로 인식되는지, 그리고 전기차, 태양광, 음식 배달 등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1. 인벌루션(內卷·Neijuan)이란 무엇인가?
‘네이쥬안(內卷)’은 2020년 중국 SNS를 달구며 유행어가 됐다. 젊은 세대는 이를 통해 전통적 성공 지표를 향한 극단적 경쟁과 자기소모를 풍자했다. 예컨대,
“명문대에 들어가도 결국 IT 회사에서 996(오전 9시~오후 9시, 주 6일)로 일해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와 같은 회의감이 대표적이다.
영어권에서 자주 쓰이지 않는 involution은 라틴어 ‘안쪽으로 감기다’에서 파생됐으며, 문화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Clifford Geertz)가 1960년대 자바 농업 연구에서 복잡성 증대에도 경제·문화가 정체되는 현상을 설명하며 확산시켰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과잉 투자에도 수익이 늘지 않는 ‘밑 빠진 독’식 산업 경쟁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부동산 중심 성장에서 제조업 확장으로 전환하면서 세계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게 됐지만, 수익성 개선은 동반되지 않았다.
2. 경쟁이 왜 문제인가?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다른 나라 정부는 독점 방지에 개입하지만, 중국 정부는 과잉경쟁 억제에 개입한다”는 농담이 회자된다. 이는 경쟁이 임계점을 넘어 수익 급감과 경제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풍자한다.
최근 중국은 디플레이션 압력을 겪고 있다. 소비 패턴 변화가 가격 하락 압력을 추가로 누적시키면서 물가 하락 고착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고용·성장 둔화를 초래할 수 있어 정책 당국의 고민이 깊다.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하며 제조업 이익률까지 압박받는 상황이다.
베이징 당국은 고용을 사회 안정의 핵심으로 본다. 그러나 수출 기업과 국유기업조차 감원·임금 삭감에 나서고 있고, 청년 실업률은 17.8%에 달한다.
3.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산업은?
전기차(EV)·태양광·리튬 배터리·철강·시멘트·음식 배달 등 다수 산업에서 과잉경쟁으로 인한 이익률 축소가 두드러진다.
EV 부문에서는 2023년 BYD, 테슬라 등 수십 개 브랜드가 가격 전쟁을 벌였다. 2024년 LSEG가 집계한 중국 본사 상장 완성차 업체 33곳의 중간 순이익률이 2019년 2.7%에서 0.83%로 급락했다. 이에 규제 당국은 5월 추가 가격 인하 중단을 명령했다.
태양광 산업은 과잉설비가 더욱 심각하다. Trina Solar의 가오지판(高紀凡) 회장은 2023년 포토볼타익(value chain) 손실액이 400억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분석가들은 2024년 중국의 웨이퍼·셀·모듈 생산능력만으로 2032년까지의 글로벌 연간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음식 배달·즉시 소비(instant retail) 시장도 알리바바·징둥닷컴·메이투안이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무라는 2분기 업계 전체 현금 소각(cash burn)이 4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추산했다.
4. 용어 해설 및 전문가 시각
• 과잉설비(Overcapacity): 특정 산업의 생산능력이 수요를 현저히 초과해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는 현상
• 디플레이션(Deflation): 일반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소비·투자를 위축시키는 경제 상황
전문가들은 ‘반 인벌루션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가격 안정과 기업 수익성 개선을 도울 수 있지만, 정부 개입이 시장 메커니즘을 왜곡할 위험도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과거 철강·석탄 감산 정책처럼 효과를 내려면 퇴출·재편·내수 촉진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중국 특유의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공급망 지배력은 여전히 세계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외국 기업은 중국발 가격 인하 압력과 자국 보호무역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
5. 전망
정부가 과잉설비 해소를 위해 M&A 장려, 산업 업그레이드, 내수 촉진 정책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글로벌 수요 부진과 무역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네이쥬안’ 압력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중국 경제의 향방은 고부가가치 전환과 국내 소비 진작의 속도, 그리고 국제 무역 환경이 좌우할 것이며, 과잉경쟁을 넘어 ‘질적 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