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고 지원 데이터센터에 외산 AI 칩 사용 전면 금지 지침…공정 30% 미만은 전량 교체 명령

중국 정부가 국가 자금이 투입된 신규 데이터센터 사업에 대해 국산 인공지능(AI) 칩만 사용하도록 하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이 전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미·중 간 무역 공방이 소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중요 기반시설에서 외국산 기술을 배제하고 AI 칩 자급을 앞당기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2025년 11월 5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 규제 당국은 국가 재정이 일부라도 투입된 데이터센터공정률이 30% 미만인 프로젝트에 대해 이미 설치된 외산 칩을 모두 제거하거나, 향후 구매 계획을 취소하라고 최근 수주 내에 명령했다. 공정이 더 진척된 사업은 개별 심사를 통해 사안별로 처리할 방침이라는 설명이다.

소식통들은 이번 지침이 전국적으로 일괄 적용되는지, 특정 성(省)이나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지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어떤 규제 기관이 해당 조치를 발령했는지 역시 확인되지 않았으며, 사안의 민감성을 이유로 익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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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패권 맥락과 파장

이번 조치는 미국과 중국이 고성능 컴퓨팅과 AI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중국이 핵심 인프라에서 외국산 의존도를 줄이는 가장 공격적인 단계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Nvidia(엔비디아)선진 AI 칩에 대한 중국의 접근성이 그간 최대 갈등 요인이었으며, 이는 고성능 데이터센터 역량과 직결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이후 방영된 일요일 인터뷰에서, 워싱턴이 “그들(중국)이 엔비디아를 상대하도록 두되, 가장 첨단 칩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중국에 대한 최첨단 칩 공급 제한 기조를 재확인했다.

“워싱턴은 중국이 엔비디아를 ‘상대’하도록 두겠지만, 가장 첨단 칩과 관련해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베이징의 이번 결정은 엔비디아의 중국 내 점유율 회복 기대를 크게 꺾을 가능성이 크며, 동시에 화웨이(Huawei)를 비롯한 국내 경쟁사들에게 추가 판매 기회를 열어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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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산 칩 업체로는 엔비디아 외에도 AMD인텔(Intel)이 중국 데이터센터용 칩을 판매해 왔다. 중국인터넷정보판공실(CAC)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엔비디아와 AMD도 답변하지 않았다. 인텔은 논평을 거부했다.


엔비디아, 최대 피해 가능성

로이터가 집계한 정부 입찰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는 2021년 이후 1,000억 달러 이상국가 자금이 투입됐다. 중국 내 대다수 데이터센터가 어떤 형태로든 공적 자금 지원을 받은 만큼, 이번 지침의 직접 대상이 되는 사업 수는 즉각 파악되지는 않지만 영향권은 넓을 수밖에 없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지침의 여파로 착공 전 단계에서 이미 일부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특히 중국 북서부의 한 성에서 엔비디아 칩을 도입할 계획이던 시설이 대표적 사례로, 국가 자금을 수령한 민간 기술기업이 추진하던 이 사업은 보류된 상태다.

베이징은 그간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통제에 강한 불만을 표하며, 미국 기술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내놨다. 미국은 중국군이 관련 칩을 역량 강화에 활용할 수 있다는 안보 우려를 근거로 제한을 정당화해 왔다.

중국 당국은 올해 들어 보안상 우려를 이유로 국내 빅테크 기업들의 첨단 엔비디아 칩 구매 자제를 유도하는 한편, 전적으로 국산 AI 칩만으로 구동되는 신규 데이터센터를 공개했다. 또 2023년에는 마이크론(Micron) 제품을 중요 기반시설에서 사용 금지했고, 그余파로 올해 미국 최대 메모리 칩 업체인 마이크론이 중국 서버 칩 시장에서 철수하는 결정이 나왔다고 로이터는 지난달 보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트럼프 대통령과 내각을 상대로 중국에 더 많은 AI 칩 판매를 허용해 달라고 반복적으로 로비해 왔다. 그는 중국의 AI 산업을 미국 하드웨어에 의존하게 두는 것이 오히려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해 왔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자사의 중국 AI 칩 시장 점유율은 현재 0%로, 2022년의 95%와 대비된다. 설령 미·중 간 첨단 칩 판매 재개에 일부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대형 국책 프로젝트에서 외산을 배제하면 중국 내 매출 상당 부분이 사라질 수 있다.

소식통들은 이번 데이터센터 지침이 엔비디아의 H20(미국 규제 범위 내 중국 판매 허용 최고 사양)을 포함해, 보다 강력한 B200H200 같은 프로세서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B200과 H200은 미국 수출통제로 중국 직배송이 금지되었지만, 중국 내 그레이마켓(비공식 유통) 경로를 통해 여전히 널리 유통되고 있다.


국산 기업에 기회, 그리고 리스크

이번 조치로 중국 정부는 국내 AI 칩 업체의 점유율추가로 확대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에는 화웨이를 정점으로,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캄브리콘(Cambricon), 그리고 스타트업MetaX, Moore Threads, Enflame 등 다양한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 제품은 일부 영역에서 엔비디아와 경쟁 가능한 성능을 보여왔지만, 개발자 생태계소프트웨어 스택 측면에서 검증된 엔비디아 생태계를 대체하는 데는 여전히 과제가 많았다.

국산 칩 판매에는 단기 호재가 예상되지만, 동시에 미·중 간 AI 연산 격차오히려 벌어질 위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픈AI 등 미국 빅테크는 수천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에 집행·배정해 왔다. 반면, SMIC 등 중국 주요 파운드리는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미국 제재 탓에 첨단 공정 생산능력의 병목을 겪고 있다.


용어와 맥락 설명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서버와 저장장치를 수용해 AI 학습·추론,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시설을 뜻한다. AI 칩은 이러한 연산을 가속하는 GPU·가속기 계열의 프로세서를 말한다. 그레이마켓은 정식 유통 허가를 우회한 비공식·중고·우회 수입 거래망을 의미한다. 국가 자금중앙·지방정부의 보조금, 출자, 정책성 펀드 등 공공 재원을 포괄한다. H20/B200/H200은 엔비디아가 서버용 AI 가속 영역에 공급하는 제품군으로, 미국 수출통제 체계에 따라 사양별 대중국 판매 허용 범위가 다르다.


전문가적 시각: 정책·시장 함의

첫째, 이번 지침은 공공 재원과 결부된 컴퓨팅 인프라에서 사실상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공식화·가속하는 효과가 있다. 민간 주도의 비보조 데이터센터가 향후 어떤 기준을 적용받을지는 불분명하지만, 국가 자금이 촉발하는 조달 기준시장 전반의 표준으로 파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연쇄적 수요 이동이 예상된다.

둘째, 공정률 30% 미만 사업에 대한 전면 교체·취소진행형 사업의 개별 심사라는 투트랙은, 비용·지연 리스크를 관리하면서도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전환관리 접근으로 읽힌다.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재설계소프트웨어 포팅에 따른 시간·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셋째,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국가 프로젝트 배제만으로도 주소가능 시장(AMS)이 크게 축소된다. 설사 일부 칩 판매 재개가 허용된다 해도, 대형 국책 수요지속적 소외가격·공급 우선순위 설정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넷째, 중국 내 국산 생태계정부 조달을 테코노믹스의 지렛대로 활용해 표준화·호환성을 빠르게 끌어올릴 유인이 커졌다. 다만 개발도구, 프레임워크, 드라이버 안정성 등 소프트웨어 스택의 성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규모 AI 학습·배포에서 생산성 격차가 누적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 빅테크의 대규모 설비투자중국 제조 생태계의 장비 제약 간 괴리는 연산력 격차를 구조화할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정책 유인내수 조달을 축으로 한 수요의 내재화는 중국 칩 업체들에게 스케일 확보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성능·비용·에너지 효율 간 균형점을 선점하는 기업이 차세대 데이터센터 표준을 주도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