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 중국의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인 광군제(싱글스데이·11월 11일)가 한 달이 넘는 대형 판촉 기간을 마무리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쇼핑 이벤트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대중적 소비 열기를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한 채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잠잠’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 11월 1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장기화한 부동산 침체와 소득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소비 위축을 부추기며 지갑을 여는 일을 어느 때보다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소매업체들은 연중 할인 상시화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고, 수십억 위안 규모의 소비자 보조금과 쿠폰을 내걸며, 세일 이벤트 기간을 대폭 연장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다수 플랫폼은 올해 광군제(11.11) 행사를 10월 상반기부터 시작해 역대 최장 기간으로 운영했다. 판촉이 길어진 만큼 행사 집중도가 분산되는 부작용도 관측된다.
중국 내 다수 글로벌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는 쿵푸데이터(Kung Fu Data)의 조시 가드너(Josh Gardner) 최고경영자는 이번 시즌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결과는 엇갈렸다. 올 광군제 기간의 심리와 매출을 표현하기에 ‘잠잠하다(muted)’는 표현이 적절할 수 있다.”
그는 이어 “일부 브랜드는 기대를 크게 웃돌 만큼 매우 잘했다”면서도, “다른 브랜드들은 전년 대비 보합권이거나 소폭 상승 또는 하락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중국에서 ‘더블 11(Double 11)’로도 불리는 역대 최장 행사 기간 동안의 판매 실적은 1조 4,400억 위안(미화 2,020억 달러)에 달했다고 데이터 제공업체 신튼(Syntun)자료는 전했다.
한때 주요 플랫폼들은 해마다 ‘신기록’ 판매를 알리는 갈라를 열었으나, 알리바바와 징둥닷컴(JD.com)을 포함해 여러 기업이 몇 년째 광군제 총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집계 비공개가 보편화되면서 플랫폼들은 다른 지표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징둥닷컴은 수요일 보도자료에서 “거래액(turnover)이 ‘신고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주문을 넣은 이용자 수는 40%, 주문 건수는 약 60% 증가했다고 했다. 같은 기간, JD 플랫폼에서 호주의 벨라미 오가닉(Bellamy Organic) 유아용 제품, 미국의 인스팅트(Instinct) 펫푸드, 프랑스의 아벤느(Avène) 스킨케어 판매는 전년 대비 150% 이상 늘었다고 회사는 전했다.
알리바바의 티몰(Tmall)과 타오바오(Taobao)는 11월 14일까지 더블 11 특가를 이어가지만, 회사는 11월 11일 종료 시점까지의 실적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정보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행사 초반 첫 1시간 동안 나이키(Nike), 로레알(L’Oréal), 안타(Anta), 프로야(Proya) 등 35개 브랜드가 각 1억 위안 이상 판매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드너는 과거만큼의 ‘급등하는 매출 스파이크’는 약해졌지만, 그가 관리하는 브랜드의 연간 매출에서 10월과 11월이 여전히 30%~40%가량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광군제가 비수기-성수기 분절 구조 속에서도 연말 수요를 견인하는 데 의미가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베이징에 거주하는 45세 주부 리옌(Li Yan)은 올해 결제 태도 변화를 이렇게 전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광군제를 미리 준비해 구매 리스트를 만들었지만, 올해는 그러지 않았다. 요즘은 언제든 쉽게 살 수 있어서, 이번 쇼핑축제 동안 고가 제품은 따로 사지 않았다.”
‘큰손’ 고객 유치를 위한 시도로, 알리바바는 10월 자사 88VIP 멤버 5,300만 명을 대상으로 500억 위안 규모 보조금을 약속했다. 지난주에는 축제 기간 동안 해당 멤버의 일간 활성 구매자가 전년 대비 39% 늘었다고 밝혔다. WPIC 마케팅+테크놀로지스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제이컵 쿡(Jacob Cooke)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판매자 관점에서 88VIP 소비자 공략은 중요하다. 이들은 고액·고빈도 소비층이어서, 상단 시장의 소비를 지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구간의 소비는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올해 타오바오는 20개국 이상에서 광군제 관련 프로모션을 전개했다. 이는 중국 이커머스 업계 전반의 해외 확장 추진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베인앤드컴퍼니(Bain)는 10월 말 보고서에서 국내 소비 심리가 식어가는 만큼 글로벌 성장 동력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런던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가 팝마트(Pop Mart) 피규어를 내세운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했고, 앱 시청자를 대상으로 1만 개 선물 판매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용어 설명 및 맥락
광군제(싱글스데이·11.11)는 숫자 ‘1’이 겹치는 11월 11일을 기념일로 만든 중국의 대규모 온라인 쇼핑 축제로, 중국 내에서는 ‘더블 11(Double 11)’로도 불린다. 본문에서처럼 행사기간이 앞당겨지고 길어지는 경향이 최근 두드러진다.
88VIP는 알리바바의 멤버십 고객군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기사에서는 해당 그룹 규모(5,300만 명)와 보조금(500억 위안) 약정, 그리고 일간 활성 구매자 39% 증가가 언급되었다.
거래액(턴오버·turnover)은 특정 기간 동안 발생한 총 거래 규모를 의미한다. 징둥닷컴은 이번 행사에서 자사 거래액이 ‘신고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기자 해설
올해 광군제의 핵심 신호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소비심리의 약화가 뚜렷하게 관찰된다는 점이다. 현지 부동산 침체와 소득 불안은 고가 내구재 등 큰 결정을 동반하는 소비를 미루게 만든다. 둘째, 할인과 보조금의 상시화가 ‘특정일 폭발’ 효과를 희석하고 있다. 소비자가 “언제든 싸게 살 수 있다”는 학습을 하게 되면, 행사 당일 집중 구매보다 분산 구매로 전환되는 경향이 강화된다.
플랫폼 관점에서는 총거래액 비공개 흐름이 다양한 성과지표를 병행 강조하는 전략 전환으로 읽힌다. 활성 사용자, 주문 수, 멤버십 타깃 성과 등 다층 지표를 통해 충성고객군의 탄력을 부각하는 방식이다. 반면, 브랜드 입장에서는 판촉의 장기화와 고강도 보조금 경쟁 속에서 성과의 ‘양극화’가 커질 수 있다. 기사에서처럼 어떤 브랜드는 기대 초과, 다른 일부는 보합 또는 소폭 등락으로 나타나는 차별화가 그 징후다.
끝으로, 해외 확장은 중국 내 수요 둔화 국면에서 성장 옵션으로 더욱 중요해지는 흐름이다. 타오바오의 20개국 이상 프로모션과 알리익스프레스의 런던 라이브커머스 사례는 로컬화된 캠페인과 실시간 판매를 결합해 해외 고객군을 직접 공략하는 전형을 보여준다. 다만, 핵심은 상시 할인과 행사 집중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올해 데이터와 현장 발언들이 가리키는 바는, 단일 이벤트의 ‘스파이크’는 약해지고 대신 분기 전체의 런레이트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전략이 재조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