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과잉생산 해소 의지에 베팅하는 시장… 원자재·태양광·철강 가격 동반 급등

루이스 잭슨(Lewis Jackson), 리자싱(Jiaxing Li), 에이미 뤼(Amy Lv) 기자 | 로이터 통신 공동 취재

2025년 7월 24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이 베이징 당국의 ‘과잉생산(Over-capacity) 해소’ 시그널에 발 빠르게 반응하면서 철강·석탄·폴리실리콘·알루미나·탄산리튬9개 산업용 원자재 가격이 7월 들어 최대 68%까지 폭등했다.

이번 가격 반등은 7월 1일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 회의(정치국 회의)가 “무질서한 가격 경쟁을 바로잡겠다”고 공개 천명한 직후 나타났다. 이는 중국 내부의 만성적 디플레이션 압력과 해외 교역 상대국의 무역 장벽을 동시에 부르는 과잉공급 구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 원자재 급등세의 구체적 수치

• 폴리실리콘 가격 68% 상승
• 석탄·철강·알루미나·탄산리튬 등 10%~40% 구간 급등
• 상장지수 CSI 300을 웃도는 태양광·친환경·철강주 주가 랠리

“투자자들을 짓눌렀던 ‘마진 압박’ 공포를 당국이 직접 해소하겠다고 밝힌 것이 시장 심리를 반전시켰다.” — 타이 후이(Tai Hui) JP모간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수석 시장전략가

타이 후이는 전통 산업(석탄·철강)신산업(태양광·전기차)이 모두 과잉생산·가격 폭락에 빨려들어 간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메시지는 사실상 ‘생존 경쟁의 룰’을 새로 짜겠다는 선언”이라고 진단했다.

2. 베이징, 이번엔 다를까?

중국은 10여 년 전에도 시멘트·유리·석탄 등에서 공급 측 구조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다만 당시와 달리, 민간 자본 비중 확대, 지방정부·중앙정부 간 이해관계 충돌, 흡수할 고용 대안 부족이라는 삼중 난제가 이번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모건스탠리 홍콩지점의 로라 왕(Laura Wang) 중국 주식 담당 수석 전략가는 “지도부가 ‘명확하고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지만 실제 산업 설비 폐쇄를 확인하려면 최대 1~2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왕 전략가는 “앞으로 3~6개월 동안은 실질적인 가동 중단 규모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3. 부처·지방정부의 신속한 후속 조치

• 7월 3일 — 산업정보화부(MIIT), 태양광 부문의 가격 전쟁 중단 지시 → 중국 PV(태양광) 지수 11% 상승
• 7월 8일 — 국내 2대 폴리실리콘 기업, 중소 경쟁사 인수 추진 보도 → 폴리실리콘 68% 급등
• 7월 15일 — 중서부 리튬광산 ‘비규격 채굴’ 이유로 일시 폐쇄 → 추가 셧다운 베팅 확산
• 7월 22~24일 — 국가에너지국(NEA), 석탄·코크스 광산 초과 생산 점검 명령 → 코킹석탄 가격 3거래일 연속 상한가

이처럼 각종 후속 명령·점검·조사가 “정치국 신호→부처 실행→가격 반응”이라는 구조로 빠르게 이어지면서 시장은 당국의 ‘눈에 보이는 행동’을 확인하고 있다.


4. 핵심 용어 해설

• 과잉생산(Over-capacity) — 공급 능력이 국내외 수요를 초과해 상품 가격·기업 이익·고용이 동반 압박을 받는 상태.
• 인벌루션(Involution·內卷) — 경쟁이 지나쳐 ‘파이’를 키우지 못하고 모두가 소모전에 빠지는 중국적 표현.
• 폴리실리콘 — 태양광 패널·반도체 웨이퍼의 핵심 원재료.
• 코킹석탄 — 제철용 원료탄, 철강 생산의 필수 요소.


5. 기자의 시각·전문적 통찰

첫째, 이번 정책 드라이브의 속도가 과거 대비 훨씬 빠르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과거에는 정치국 발표 이후 지방정부의 ‘시간 끌기’가 반복됐지만, 올해는 공장 단속·M&A(업계 통폐합)까지 3주 이내에 실행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 민간기업 비중이 높아진 신에너지·배터리·전기차 분야가 정면 타깃이 된 것은 향후 ‘산업 체질 개선’이 단순한 국유기업 구조조정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덤핑 논란을 완화해 EU·미국의 무역규제 리스크를 줄이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원자재 가격 급등이 일시적 투기인지, 아니면 구조적 전환의 신호탄인지는 앞으로 나올 실제 감산 규모·실업대책·지방정부 보조금 폐지 여부로 판가름 날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정책·수급·가격의 ‘세 박자’가 맞아떨어지는지 면밀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달라진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단, 행동의 깊이가 어느 수준까지 닿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중국 정부가 과잉생산 감축을 통해 디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하고, 국제사회와의 통상 갈등을 완화하려면 중앙·지방 간 인센티브 재조정, 고용 흡수, 민간·국유기업 균형이라는 세 갈래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시장은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기대와 ‘실제 폐쇄율 미달’이라는 현실 사이의 간극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