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장 자동화 시장, 기술 도약으로 글로벌 지형 재편
중국 기업들이 공장 자동화(Factory Automation, FA) 분야에서 급격히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Bernstein)은 최근 메모를 통해 “기술 격차가 좁혀진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라며 2020년 이후 그 변화가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2025년 9월 1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번스타인은 다수의 FA 세그먼트에서 중국 로컬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해당 기술 수준과 거의 비례해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즉 ‘기술이 좋아지면 곧바로 판매가 늘어나는’ 구조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서보 모션(Servo Motion) 기술은 그 대표적 사례다. 번스타인은 “현재 중국의 서보 모션은 90% 이상의 적용 사례에서 글로벌 경쟁사와 구별되지 않을 정도의 성능”을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성능 평준화 덕분에 해당 분야의 중국 기업 점유율은 50%를 넘어섰다.
“기술을 따라잡는 순간, 판매 곡선도 함께 튀어 오른다.” ― 번스타인 리서치 노트 중
반면 고급 센싱(Advanced Sensing)과 CNC 공작기계(CNC Machine Tools)는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CNC는 Computer Numerical Control의 약자로, 정밀 가공을 위해 컴퓨터 명령으로 공작기계를 제어하는 기술을 뜻한다.
산업용 로봇, ‘불가역적 점유율 이동’ 가속
번스타인은 산업용 로봇을 ‘격차가 상당 부분 해소되어 점유율 이동이 멈추기 어려운’ 중간 단계에 위치한다고 규정했다. 특히 6축 로봇에서 중국 업체들은 속도·반복정밀도 등 사양(Specification)을 대폭 향상시키며 수입 대체 속도를 끌어올렸다.
기술 격차 해소, 3단계 로드맵
번스타인이 제시한 단계별 구분은 다음과 같다:1)
① ‘종이 위의 사양’(예: CNC 가공의 위치 정확도)
② ‘사용 중 사양’(예: 로봇의 경로 정확도·가공 부품의 표면 거칠기)
③ ‘신뢰성(Reliability)’ ― 모든 격차가 좁혀진 뒤에도 마지막까지 남는 난제.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는 바로 이 ‘신뢰성’이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번스타인은 “중국 6축 로봇 업체들이 2022년 이후 MTBF(Mean Time Between Failures, 평균 고장 간격)의 의미 있는 차이를 거의 해소한 것이 시장 점유율 상승에 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MTBF란? MTBF는 ‘두 번의 고장 사이에 기계가 정상 가동한 평균 시간’을 뜻한다. 값이 높을수록 장비가 자주 멈추지 않으며, 유지·보수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신뢰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통한다.
그러나 CNC 공작기계 부문에서는 아직도 MTBF와 가공 정확도 유지에서 큰 격차가 남아 있다. 번스타인은 이를 ‘고급 수입 제품을 완전히 대체하기 위한 마지막 장애물’로 평가하며, 단기적으로는 완전한 국산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 진단 및 함의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리쇼어링(Reshoring)’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중국 FA 기업의 기술 자립도는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보·로봇 등 중간 단계 장비의 국산화가 가속화되면, 국내외 부품·소재 업체에도 가격 경쟁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고부가 CNC·센서 시장 집중 △서비스·소프트웨어 통합 솔루션 강화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단순 하드웨어 경쟁이 아닌, ‘전체 공정 최적화’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용어 설명
서보 모션(Servo Motion): 모터·엑추에이터를 정밀 제어해 위치·속도·토크를 정확히 구현하는 기술.
6축 로봇: 6개의 회전 관절을 가진 산업용 로봇으로, 자유도가 높아 복잡한 궤적을 구현할 수 있다.
CNC 공작기계: 컴퓨터 수치 제어를 통해 금속·플라스틱 부품을 고정밀 절삭·가공하는 기기.
Advanced Sensing: 레이더·LiDAR·이미지 센서 등을 활용해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는 기술.
결론
결국 중국 기업들의 공장 자동화 진입 장벽은 ‘기술 격차’라는 마지막 보루가 약해지면서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번스타인의 분석처럼 ‘사양→사용→신뢰성’ 3단계를 거쳐 완성되는 국산화 곡선이 앞으로도 계속될 경우, 글로벌 FA 패권의 무게추가 더욱 동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