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업정보화부, 태양광 업계에 ‘저가 출혈 경쟁’ 자제 촉구

중국 정부가 태양광 산업 내부의 과도한 가격 경쟁을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공업정보화부(工業信息化部·MIIT)는 20일 베이징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업계 대표들을 불러 “무질서한 저가 경쟁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문했다.

2025년 8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MIIT 관계자들은 “노후 설비의 질서 있는 퇴출(orderly exit of outdated capacity)”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구형 라인을 단계적으로 폐쇄해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겠다는 의미다.

MIIT는 “단기적 점유율 경쟁을 위해 납품 단가를 덤핑 수준으로 내리는 행위는 산업 생태계를 훼손한다”고 경고했다. 태양광 모듈·웨이퍼·잉곳 가격은 올 들어 수차례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으며, 일부 기업은 적자 판매를 통해서라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태양광 산업은 중국의 전략적 신흥산업이지만, 산업 전반이 ‘저수익 덫’에 빠질 경우 장기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 — MIIT 관계자

이번 간담회에는 중국태양에너지산업협회를 포함한 주요 업계 단체와 셀·모듈·폴리실리콘 생산기업 경영진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MIIT는 구체적인 참석 기업 명단이나 발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용어 해설¹“질서 있는 퇴출(orderly exit)”은 경영 효율이 낮거나 환경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구형 설비를 일정 기간 내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정책적 프로세스를 가리킨다. 중국 정부는 2010년대 후반부터 철강·석탄·시멘트 업종에서 동일한 방식을 적용해왔다.

업계 파장 및 전망

중국은 세계 태양광 모듈의 약 80%를 생산한다. 공장 가동률이 60% 아래로 떨어진 기업이 다수인 가운데, 공급 과잉·판가 하락·수익성 붕괴가 동시다발로 나타나고 있다. MIIT의 이번 조치는 ▲공급량 축소(감산) ▲설비 교체 ▲중소업체 구조조정을 촉진해 ‘가격 바닥’을 만들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PV인포링크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중국 내 M10(182㎜) 태양광 웨이퍼 평균 가격은 장당 0.56위안까지 하락했다. 이는 전년 대비 60% 이상 급락한 수준이며, 다수 생산업체의 현금 생산원가(breakeven cost)를 밑돈다. “이익이 사라진 산업에는 신제품 투자도, 연구개발도 없다”는 업계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전문가 분석

베이징 소재 싱크탱크 에너지전환연구소 왕밍 연구원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가격 질서’를 언급한 것은 2017년 철강산업 구조조정 이후 처음”이라며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환경·품질·안전 기준 점검과 연계된 사실상 행정지도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왕 연구원은 이어 “광학·소재·장비 국산화율이 이미 90%를 넘는 태양광 산업은 중국의 ‘탄소중립(碳中和)’ 전략 핵심”이라면서 “이번 조치는 가격 정상화뿐 아니라 탄소 저감 효과까지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경·맥락

중국 정부는 2030년 이전 탄소배출 정점, 206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태양광 설비 보급 확대는 목표 달성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무분별하게 늘어난 신규 공장과 해외 수요 둔화가 맞물리면서 공급 과잉이 심화됐다. MIIT가 ‘산업 전 과정(全链)’에 걸쳐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MIIT가 추후 “핵심 공정 단계별 최저 가이드라인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다만 정부가 직접적인 가격 통제에 나설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규범과 충돌할 위험이 있어 ‘권장·지도’ 방식에 머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향후 일정

MIIT는 올 4분기 중 태양광 업계 점검 결과를 토대로 ‘2026~2030년 태양광 산업 고도화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드맵에는 ▲에너지 소비 강도 목표 ▲국가표준 인증 강화 ▲친환경 설비 투자 인센티브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¹ 편집자 주: 용어 해설 부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MIIT 공식 발표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