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발 중국 경제계 전문가들이 지방정부의 향후 5개년 성장 전략에서 소비 부문을 핵심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는 미·중 무역 갈등 심화로 수출이 둔화되고 기존 성장 모델의 취약성이 드러나는 가운데 나온 제언이다.
2025년 7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대학교 관리학부(광화관리학원) 학장 류치아오(劉橋) 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성(省)들은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나 소비 확대를 성장의 핵심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성장 접근법을 시험해볼 때”라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인프라 투자와 토지 매각이 지방 성장의 양대 축이었으나, 부채 부담과 토지 수익 감소로 해당 모델이 한계에 직면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 한파가 지속되면서 토지 매각 수입이 급감해, 지방 재정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이에 따라 소비 진작은 새로운 활로로 부상하고 있다.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 장관은 7월 18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5년간 복합적 대내외 환경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상품 소비를 촉진하고 서비스 소비 잠재력을 해방하기 위한 맞춤형 조치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25년 말 중국의 연간 소매판매액이 50조 위안(약 6조9,700억 달러)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책 배경 및 전망
중국 정부는 현재 2026~2030년 15차 5개년 계획(5YP) 수립을 위해 각계 제안을 수렴 중이다.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최종안이 채택될 예정이다. 정부 고문단은 가계 부문의 경제 기여도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세계 2위 규모인 중국 경제는 2025년 상반기 5.3% 성장률을 기록하며 미 관세 압박에도 나름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지속되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새로운 도전 과제로 부상했다. 베이징대학교 경제정책연구소 옌쓰(嚴賜) 부소장은 “단기적으로 중국 경제와 정책 당국이 직면한 최대 과제는 디플레이션 위험”이라고 평가했다.
디플레이션이란?용어 해설
디플레이션은 일반적인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소비자들이 가격 하락을 기대해 지출을 미루면 기업 매출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임금 및 고용 축소로 이어져 경기 위축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일본이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대표적 사례다.
옌 부소장은 “통화 정책은 신속한 처방이 될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국민 생활 여건 개선이 관건”이라며 “임금 인상과 실업보험 강화가 디플레이션 완화뿐 아니라 중국 경제를 제조업 중심 성장에서 질적 생산성 중심 성장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의 실업보험 급여 수준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 경제학자들은 사회안전망 강화가 소비 심리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자 관전 포인트 및 전망
본지 취재 결과, 지방정부들이 기존 토지 재정 의존도를 급격히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광둥·장쑤·저장 등 경제 선도 지역을 중심으로 소비 진작형 인센티브를 포함한 지방판 5개년 계획 초안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 협업한 지역 소비축제가 확대되고, 전자상거래·라이브커머스 인프라가 지방 중소도시로 확산되면 소비 중심 성장 전략은 보다 현실성을 확보할 전망이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와 노년층 인구 비중 확대라는 구조적 제약도 상존해, 관련 정책이 실질적 소득 증대와 복지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환율 정보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 달러-위안 환율은 1달러당 7.1772위안 수준으로, 위안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수입 물가 및 내수 가격에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중국 지방정부가 소비 확대를 성장 해법으로 삼으려면 가처분소득 제고, 사회안전망 강화, 서비스산업 고도화 등 ‘3대 과제’가 병행 추진돼야 한다. 이러한 정책 조합이 제대로 작동할 경우 향후 5년간 내수 중심의 질적 성장 모델로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