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약화되고 있음에도 주가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향후 시장 기대를 결정지을 세 가지 거시경제 촉매를 제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회담 가능성, ▲중국 공산당 제20기 4중전회, ▲수요·공급 지표 간 격차 확대가 그것이다.
2025년 9월 2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BoA는 “이들 세 가지 이벤트가 투자자들의 중국 경기 전망을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착화된 경기 둔화 지표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는 8월에 전년 대비 6.4% 감소하며 제조업·인프라·부동산 전 부문에서 두 달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달 소매판매 증가율은 3% 초반으로 둔화됐고, 상반기 호조를 이끌었던 수출도 “프런트로딩※에 대한 부정적 반작용”으로 동반 하락했다.
BoA는 “실물 지표의 악화에도 중국 증시는 부정적 뉴스를 대체로 흘려보내며 랠리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이는 정책 기대, 기술주 강세, 현지 유동성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첫 번째 촉매: 시진핑-트럼프 회담 성사 여부
가장 이목이 쏠린 이벤트는 10월 31일~11월 1일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의 시진핑-트럼프 회동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시 주석과의 전화 통화 후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중국 정부는 공식 확인을 내놓지 않았다.
BoA는 “만일 회담이 성사될 경우 경제·무역·안보 등 핵심 현안에서 양국 간 입장 차이를 좁히는 실질적 진전을 뜻한다”고 진단했다. 회담 시점이 11월 10일 관세 유예 시한 직전이라는 점도 ‘스몰 딜’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회담이 무산될 경우 “양국 간 불신이 뿌리 깊음을 방증하며, 시장은 불확실성 장기화를 가격에 재반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번째 촉매: 10월 공산당 4중전회
4중전회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1년에 한 차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다. 올해 회의는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을 윤곽 짓는 자리로, ‘소비 진작’과 ‘사회보장 확충’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전임 부주임 류스진(刘世锦)은
“농촌 기초연금을 2025~2028년 600위안에서 2030년 1,000위안으로 단계적 인상해 도시 수준과 맞추자”
고 제안했다. BoA는 “복지 개선 청사진이 투자자에게 장기 소비 성장 기대를 불어넣을 수 있지만, 단기 경기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성장률 목표와 관련해 “‘약 5%’라는 구체적 숫자가 언급된다면 시장 기대 대비 소폭 긍정적 재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세 번째 촉매: 수요-공급 지표 격차 확대
BoA는 “중국 실질 GDP 성장률이 3분기 4.5%, 4분기 4%yoy로 둔화돼 상반기(5.3%)보다 느려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투자·소비 등 수요 측 지표가 추가 악화될 반면, 산업생산 같은 공급 측 지표는 비교적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란 가정에 근거한다.
결과적으로 “수요-공급 불균형이 심화되면 재고가 쌓여 구조적 디플레이션 압력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이는 ‘안티 인벌루션(anti-involution)’ 캠페인※의 효과를 시장이 재평가하게 만드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용어 해설 및 추가 정보
4중전회(四中全会)는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의 약칭으로, 통상 5년 임기 내 네 번째 전체회의를 가리킨다. 여기서 경제·사회 정책의 중장기 로드맵이 결정돼 시장 참가자에게는 정책 방향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된다.
또한 프런트로딩(front-loading)은 ‘수출선적 시기를 앞당겨 선(先)계약 물량을 일시에 처리하는 행위’를 뜻하며, 이후 기간의 수출 실적을 잠식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안티 인벌루션(anti-involution)’은 과도한 경쟁과 과로 문화를 개선하자는 중국 정부의 사회·경제적 캠페인이다. BoA는 해당 정책이 소비 여력과 노동 생산성에 미칠 영향을 여전히 변수로 보고 있다.
※주석
※ 프런트로딩(front-loading)과 안티 인벌루션(anti-involution)은 원문 용어 표기를 병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