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시장 동향】 중국의 7월 경제활동 지표 부진과 구리 선물 가격 19.4% 폭락이 겹치며 31일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동결, 미·한 무역 합의, 일본은행(BOJ)의 물가전망 상향 조정 등 굵직한 이벤트가 잇따라 투자 심리에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MSCI가 집계하는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 주가지수는 전장 대비 0.7% 하락하며 4개월 연속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홍콩·중국 시장이 주도적으로 빠지면서 지수 낙폭을 키웠다.
【일본은행 결정과 엔화 반응】
BOJ는 이날 만장일치로 단기정책금리를 현행 0.5%로 유지했다. 그러나 2025 회계연도(2025.4~2026.3)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상향하면서 시장에 ‘조기 금리인상’ 기대를 불러왔다.
“물가전망 상향 조정은 연내, 빠르면 10월 인상 가능성을 높여준다” — 데이비드 차오 인베스코 아시아·태평양 시장전략가
발표 직후 엔/달러 환율은 0.4% 내린 1달러=148.62엔까지 떨어졌다. 일본 2년물 국채수익률도 하락폭을 일부 반납하며 2bp 내려앉았다. 반면 닛케이225 지수는 변동성 없이 0.9% 상승을 이어갔다.
【미·한 무역 합의 및 트럼프발 관세 공세】
24시간 사이 또 다른 이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간 무역 합의였다.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 에너지 제품 구매를 약속했고, 미국은 한국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 소식에 원화는 달러 대비 0.3% 절상됐으나, 시장 전반에는 ‘트럼프 관세 폭탄’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8월 1일 관세 발효 시한을 앞두고 말레이시아·태국·인도 등도 잇따라 미국 측 관세율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링깃은 0.2% 약세. 인도의 SENSEX 지수는 0.4% 하락했다. 태국 바트는 보합권에 머물렀다.
【원자재 시장: 구리 가격 19.4% 폭락】
구리 선물은 트럼프 대통령이 구리 배관·배선에 50% 관세를 예고한 직후 하루 만에 19.4% 급락했다. 산업용 비철금속이 ‘경기 선행지표’로 통하는 만큼, 이번 급락은 글로벌 제조업 둔화 우려를 재부각시켰다.
참고* : 구리 선물은 런던금속거래소(LME)·시카고상품거래소(COMEX) 등에서 거래되며, 배관·건설·전선·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수요처를 가진 대표적 경기 민감 자산이다.
【미국 증시 선물 및 빅테크 실적】
그러나 S&P500·나스닥 선물은 각각 0.8%, 1.3% 상승하며 상반된 흐름을 연출했다. 전일 장 마감 후 공개된 마이크로소프트(MSFT)·메타플랫폼(META)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 유럽 Stoxx50 선물도 0.17% 올랐다.
【중국·홍콩 시장 하락: PMI 부진】
중국 본토·홍콩 증시는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모두 예상치 하회한 여파로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리오프닝’ 이후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에 실망했다.
【미 연준 동결… 달러 강세 지속】
연준은 전날 9대2로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연속 동결했다. 파월 의장이 9월 인하 기대를 일축하면서, 달러인덱스는 98.812로 이틀 연속 두 달 만의 고점 근처를 유지했다. 연준 위원 두 명의 동의없는 반대 표결은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경기 지표는 둔화하지만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위험도 남아 있다” — 마누샤 사마라위라, 캐피털그룹 채권투자 디렉터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세부 항목은 트럼프발 무역 불확실성으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제유가·원유시장】
브렌트유 9월물은 만기일을 앞두고 배럴당 73.10달러로 0.19% 내렸고, WTI 9월물은 70.01달러에서 보합세를 기록했다. 더 활발히 거래되는 브렌트 10월물은 72.37달러로 0.14% 소폭 하락했다.
【용어 설명: PMI란 무엇인가?】
PMI(구매관리자지수)는 기업 구매담당자를 대상으로 신규주문·생산·고용·재고 등을 조사해 50 이상이면 경기확장, 50 미만이면 경기위축을 의미한다. 중국의 공식 PM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 세계 최대 공업국인 중국의 수요 둔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간주된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관전 포인트】
기자는 세 가지 리스크 요인을 주목한다. 첫째, BOJ의 예상보다 빠른 긴축 전환 가능성이다. 엔화 강세가 가시화될 경우,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이 글로벌 위험자산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세’가 2018~2019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와 유사하게 공급망 불안을 증폭시켜 원자재·제조업 전방위 타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셋째, 중국 내수 둔화가 구리·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에 추가 하락 압력을 가중시킬 경우, 호주·칠레·페루 등 자원 수출국 통화에도 연쇄적 약세가 불가피하다.
향후 투자 전략 측면에서, 구리 가격 급락으로 인해 관련 ETF·선물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위험관리 차원의 헤지 포지션 구축이 요구된다. 동시에 달러 강세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신흥국 통화 약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결론】
종합하면, 이날 아시아 시장을 뒤흔든 핵심 변수는 중국 경기 둔화, BOJ 물가전망 상향,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 구리 가격 폭락 네 가지다. 불확실성이 겹겹이 중첩된 만큼, 투자자들은 이벤트 드리븐(event-driven) 변동성 확대 국면을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 방어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