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국(middle powers)이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일방적 정책에 실질적인 제약을 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2026년 1월 27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서구에서 미국 우위가 부활하고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는 세계적 초강대국들의 일방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중견국들에 주목하고 있다. 캐나다의 총리 마크 카니(Mark Carney)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중견국들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강대국의 하드파워 부상, 유엔(UN)과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다자기구의 분열, 더 협력적이고 평화로운 세계를 구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대국들은 당분간 단독으로 행동할 여력이 있다. 시장 규모, 군사 능력, 협상력으로 조건을 좌우할 수 있다. 중견국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견국들은 함께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테이블에 없으면 우리는 메뉴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if we’re not at the table, we’re on the menu)”라고 경고했다.
기사 초반 사진 설명에는 2025년 11월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나스크렉(Nasrec)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본회의 세션 중 가족사진 행사에 참석한 인물들이 소개되어 있다. 왼쪽부터 호주의 앤서니 알바니시(Anthony Albanese) 총리,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Luiz Inacio Lula da Silva) 대통령,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대통령, 앙골라 대통령이자 아프리카연합(AU) 의장인 주앙 로렌소(Joao Lourenco),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 등이 사진에 등장했다.
중견국의 정의와 특징
일반적으로 초강대국(superpowers)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중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 미국)으로 정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세계정치에서 영향력이 큰 초강대국은 중국과 미국이라고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중견국(middle powers)은 경제적, 외교적 또는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나 지정학적 위계에서 ‘2차 그룹’으로 간주되는 국가들을 일컫는 용어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백서 “Shaping Cooperation in a Fragmenting World“에 따르면 G20의 다수 국가가 중견국 범주에 속하며, 글로벌 북반구에서는 호주, 캐나다, 한국 등이, 남반구에서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이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중견국의 반발: 실사례와 맥락
카니의 연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미국이 파트너들을 압박하기 위해 관세를 널리 위협·사용한 사례들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으로 해석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파트너국들을 미국에 유리한 교역 조건으로 유도하기 위한 압력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평가가 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덴마크의 반(半)자치령인 그린란드를 군사력으로 장악할 수 있다고 위협했으며,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정권과 관련한 미군의 조치로 보이는 사건들(기사에서는 ‘마두로의 포획’ 관련 사안)을 둘러싼 국제법 준수 문제도 제기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은 서방 동맹국들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다보스에서 카니의 연설은 참석자들의 정서를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많은 참석자는 트럼프의 적대적 태도와 장기적 동맹에 대한 경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카니는 ‘중견국의 전진’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이 같은 움직임이 탄력을 받는다면, 중견국들이 미국을 배제하거나 미국의 영향력을 완화하기 위한 양자 간 지정학적·통상적 딜을 체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기사에서는 예로 인도와 유럽연합(EU) 간의 무역협정이 화요일에 발표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는 미국을 배제하거나 적어도 관세·위협의 충격을 완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전문가 평가와 제약
카네기 워싱턴 분석가 스튜어트 패트릭(Stewart Patrick)은 다보스 이후의 분석에서 카니의 연설을 두고 “가까운 미국 동맹국의 지도자가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일갈할 용기를 보인 최초의 사례”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카니가 워싱턴의 정책이 세계질서에 미치는 파국적 영향을 공개적으로 제시했으며, 적어도 한 동맹국이 예측 불가능하고 약탈적(predatory)인 미국에 대해 헤지(hedge)하거나 필요하면 균형자(balance) 역할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즉각 반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보스에서 카니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캐나다는 미국 덕분에 존재한다(Remember that, Mark)”고 말해 양국 관계의 긴장을 노출시켰다.
클라크 대학교(Clark University) 정치학과장 마이클 버틀러(Michael Butler)는 이메일 코멘트에서 “미국의 최측근 동맹국들이 이제는 미국의 신뢰성뿐 아니라 동기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동맹은 상호적이며, 미국 외교정책이 온건해질 경우에도 캐나다와 유럽이 즉시 예전 관계로 복귀할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중견국의 한계와 전망
패트릭은 “중견국의 행동주의는 주목할 만하나, 국제협력과 과거의 세계질서를 되살릴 수 있다는 낙관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 가지 주요 제약을 제시했다. 첫째, 다극화는 불가피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이며 국제정치의 구조는 여전히 중국과 미국의 양극적(bipolar) 지배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둘째, 오늘날의 중견국들은 이질적이며 각국의 이해관계, 가치관, 세계관이 달라 연대에 제약이 있다고 진단했다. 셋째, 중견국들을 이상화해서는 안 되며, 이들 중 일부는 국제협력에 기여할 만한 의지나 역량이 부족하거나 다자주의 지지라 하더라도 궁극적 동기는 각국의 계몽된(self-interested but enlightened) 이익이라는 점이다.
용어 설명
규범 기반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는 국가 간에 합의된 규칙, 제도, 관습을 통해 상호작용을 규제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이는 무역, 안보, 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자기구(예: 유엔, WTO 등)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미들파워(middle powers)는 핵보유국이나 초강대국 수준의 군사력을 갖추진 않았지만 외교적 영향력과 경제력을 통해 다자무대에서 중재·연대·규범 수호에 기여할 수 있는 국가들을 지칭한다.
정책·경제적 함의와 향후 시나리오
정치적 측면에서 중견국들의 연대 강화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동맹체계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안보·외교 분야에서 기존의 정보공유 체계, 군사운영 협조에 긴장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견국들이 자체적인 미니멀(multilateral) 혹은 양자 협정(minilateral, bilateral)을 확대하면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s)은 재편될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영향이 예상된다. 첫째, 중견국 간의 무역협정 확장과 공급망 다변화는 특정 산업(예: 첨단제조업, 반도체, 에너지)에서 장기적으로 투자 흐름을 재조정할 수 있다. 둘째, 미국의 관세 위협이 약화되거나 중견국의 공동 대처가 현실화되면 일부 수입품의 가격 변동성(volatility)은 감소할 수 있으나, 초기에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험프리미엄 상승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통화·자본 흐름 측면에서 안전자산 선호의 변화, 리스크 재평가에 따라 환율과 채권금리에 단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정책적 권고로서는 중견국 간 협력은 명확한 공동 의제 설정, 신뢰 구축 메커니즘, 그리고 경제적 상호의존을 심화시켜 상호 비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지속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러한 협력이 성공하려면 참여국 간 이해관계 조정과 내부 일관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결론
중견국들은 국제무대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의 다보스 연설은 이러한 추세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그러나 중견국의 단합은 구조적 한계와 이질적 이해관계로 인해 쉽지 않다. 향후 국제정치의 흐름은 여전히 미국과 중국의 힘 경쟁이 중심이 되겠으나, 중견국들의 전략적 선택과 연대는 지역·글로벌 수준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