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가격이 다소 내려오고 모기지 금리도 하향 조정되면서 전반적인 주택 구매 여건은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첫 주택 구매자에게는 여전히 다운페이먼트(계약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장벽으로 남아 있다.
2025년 12월 30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전국 주택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사실상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Parcl Labs의 일일 주택가격 조사에 따르면 이달 초에는 연간 기준으로 소폭 마이너스 구간으로 진입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전년 대비 겨우 0.3% 상승한 수준이다.
최신의 S&P 코탈리티 케이스-실러(S&P Cotality Case-Shiller) 주택가격지수(10월 기준)는 주요 광역시(메트로폴리탄) 간의 격차가 상당함을 보여준다. 상위 20개 시장 중 시카고, 뉴욕, 클리블랜드가 가장 큰 상승을 기록했으며, 반면 8개 도시는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플로리다주 탬파, 애리조나주 피닉스, 텍사스주 댈러스가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니콜라스 고덱(Nicholas Godec), S&P 다우존스 지수의 fixed income tradables and commodities 책임자는 성명에서 “전국 주택가격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계속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시로 집계된 미국 재무부의 CPI(소비자물가지수) 기준으로 10월 CPI가 약 3.1%로 추정되며 이는 최근 주택가치 상승률보다 대략 1.8%포인트 높아 실질(인플레이션 조정) 기준으로는 지난 1년간 주택 가치가 소폭 하락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모기지 금리도 하락세에 진입했다. Mortgage News Daily에 따르면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현재 6.19%다. 올해 초 7% 초반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이 금리 하락은 실수요자의 월간 상환 부담을 줄여 구매 여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전국 중간값에 근접한 $410,000 주택에 20% 계약금을 내는 구매자의 경우, 현재 월별 원리금 상환액은 작년보다 평균 $200가량 줄어든다. 약간의 가격 약세와 금리 하락이 결합되면서 첫 주택 구매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주택 가격 범위이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여전히 계약금을 모으는 시간이다. Realtor.com의 조사에 따르면 전형적인(typical) 주택 구매자가 계약금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현재 7년이다. 이는 2022년의 피크였던 12년에서 개선된 수치이나,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이러한 장기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는 2020년 대비 개인 저축률이 크게 낮아진 점이 지목된다.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주택소유율(주택 보유 비율)은 65%로 하락했으며 이는 201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계약금 부담은 주택 소유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매물 공급 측면에서는 개선 신호가 관찰된다. Realtor.com 통계에 따르면 활성 매물(active listings)은 전년 대비 약 12% 증가했지만, 팬데믹 직전 수준보다는 여전히 약 6% 낮다. 공급이 늘어나면서 구매자 선택지는 확대되고 있다.
실제 매매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도 개선됐다. 기존주택에 대한 계약서(서명된 매매계약)를 집계하는 대기중인 주택 판매(pending home sales)는 11월에 예상치를 웃돌며 전월 대비 3.3% 증가했고, 2024년 11월보다 2.6% 상승했다. 이는 거의 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의 발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로렌스 윤(Lawrence Yun),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성명에서 “모기지 금리 하락과 임금 상승이 주택가격 상승률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주택 구매 여건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보다 더 많은 재고가 있어 구매자들이 시장을 시험해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어 설명
다운페이먼트(Down payment, 계약금)은 주택 구입 시 집값의 일부를 최초 현금으로 지불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20%를 권장하지만, 대출 조건에 따라 3%~20% 등 다양한 비율이 활용되기도 한다.
30년 고정 금리(30-year fixed mortgage)는 대출 기간 30년 동안 이자율이 변하지 않는 모기지 상품을 뜻하며, 미국 주택구입자 가운데 가장 보편적으로 선택되는 형태다.
Pending home sales(대기중인 주택 판매)는 매매계약서에 서명은 했으나 아직 최종 거래(클로징)가 완료되지 않은 거래를 집계한 지표로, 시장 활동의 향후 흐름을 보여주는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
전망 및 시사점
현재의 데이터는 주택 시장이 과거의 고점에서 안정화되는 과정에 있음을 시사한다. 금리 하락과 매물 증가가 맞물리면서 단기적으로는 구매자들에게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계약금을 마련하는 데 평균 7년이 소요되는 구조적 제약은 젊은 층과 첫 주택 구매자의 시장 진입을 여전히 제한한다. 결과적으로 주택 수요는 완만하게 회복될 가능성이 크나, 수요 회복이 급격하게 진행될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다시 가격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향후 시나리오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금리가 추가 하락할 경우 구매 여건은 더 개선되어 수요가 더 빠르게 회복될 수 있고, 매물 소진 속도가 빨라지면 가격 반등 가능성이 커진다. 둘째,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개인 저축률이 낮은 상태가 유지되면 계약금 장벽 때문에 수요 회복은 제한적일 수 있다. 셋째, 지역별 공급·수요 불균형이 존재하므로 전역적 현상보다는 특정 도시(예: 시카고, 뉴욕 등 상승지역과 탬파, 피닉스, 댈러스 등 하락지역)의 상이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금융적 시사점: 금융권과 정책 입안자는 첫 주택 구매자의 계약금 마련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저축 장려 정책, 소액 계약금 대출 상품, 또는 주택 구입 보조 프로그램 등은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동시에 금리 변수에 따른 시장 민감도를 고려한 리스크 관리와 지역별 맞춤형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요약 : 금리 하락과 일부 가격 약세로 주택구매의 실질적 부담은 완화되고 있으나, 계약금 마련에 필요한 평균 시간이 여전히 길어 첫 주택 구매자 진입을 제약하고 있다. 매물 증가와 거래 지표 개선은 시장 회복 신호지만, 향후 흐름은 금리 움직임과 지역별 수급 균형에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