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자문사들, 와이즈의 미국 주 상장 이전 계획에 잇단 반대 목소리

런던발(Reuters) 영국 핀테크 기업 와이즈(Wise Plc)가 런던에서 미국으로 1차 상장(primary listing)을 이전하려는 계획을 놓고, 주요 주주 자문사들이 잇따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025년 7월 23일, 로이터 통신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이중의결권 주식(dual-class share structure) 연장 방안을 포함한 상장 이전 제안에 대해 “보통주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새 보고서를 내고 의문을 제기했다. 동시에 영국 자문사 PIRC(Pensions & Investment Research Consultants) 역시 해당 계획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 핵심 쟁점: 이중의결권 주식 구조 연장

이중의결권 주식이란 동일한 회사 지분이라도 의결권이 다르게 부여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대주주나 창업자에게는 1주당 여러 개의 표가 주어지고, 일반 주주에게는 1주 1표만 허용돼 지배력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구조는 미국 기술기업에서 자주 채택되지만, 영국의 코퍼릿 거버넌스 코드에 비추어 볼 때 논란의 대상이 된다.

와이즈 2대 주주인 스카알라 인베스트먼츠(Skaala Investments)는 7월 22일 성명을 내고 “이중의결권 구조 연장은 CEO를 포함한 소수 인물에게 과도한 권한(disproportionate power)을 고착화한다”며 모든 주주에게 반대표를 행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 글래스 루이스의 수정 보고서

글래스 루이스는 7월 23일(현지시간) 발표한 수정 보고서에서 “불평등한 의결권 구조는 통상적으로 보통주 주주에게 최선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다만 “지배구조 이슈만으로 상장 이전 자체를 반대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전체적인 계획에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유지했다.

“이중의결권 구조는 투자 초기 혁신을 보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주 민주주의를 훼손할 위험이 크다.” — 글래스 루이스 보고서 중


• PIRC: “영국 거버넌스 기준 약화 우려”

PIRC는 7월 15일 발간한 자체 보고서에서 이미 반대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영국 상장 체계는 강력한 주주 보호 장치와 정보공개 의무, 이사회 책임성을 제공한다”며 “감독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미국 시장으로 이동할 경우 이러한 보호 장치가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와이즈 대변인은 “PIRC의 공식 입장을 7월 23일이 돼서야 인지했다”며 “ISS·글래스 루이스·PIRC 등 주요 자문사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밝힌 종전 입장은 수정이 필요하겠지만, 여전히 대다수 주주가 상장 이전에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 향후 일정 및 주주 의결

회사 측에 따르면 주주는 7월 28일(월)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EGM) 전까지 전자투표를 통해 찬반 의사를 등록할 수 있다. 이날 표대결 결과에 따라 와이즈는 런던증권거래소(LSE) 프라이머리 상장을 폐지하고 뉴욕증권거래소(NYSE)나스닥(Nasdaq)으로 본거지를 옮길지 여부를 확정하게 된다.


• 배경 분석: 왜 미국 상장인가?

영국 증시 탈(脫)런던 현상은 2023~2025년 유럽 테크 기업 전반에 걸쳐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자본 접근성, 높은 밸류에이션, 유동성 등을 이유로 미국행을 택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반면, 영국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상장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을 추진해 왔다.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 이동이 단기적으로 주가 재평가(리레이팅)를 유도할 수 있지만, 관심도가 낮아지는 영국 기관투자가의 이탈높은 규제‧소송 위험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한다.


• 용어 설명 및 독자 가이드

1 이중의결권 주식은 창업자나 경영진이 지분율 대비 압도적인 지배력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주식 구조다. 미국 빅테크 (예: 메타, 알파벳)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영국·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2 의결권 자문사(Proxy Advisor)는 기관투자가를 대신해 주주총회 의안에 대한 분석과 투표 권고를 제공하는 독립 기관이다. ISS, 글래스 루이스, PIRC 등이 대표적이다.


• 기자 전문 의견

와이즈의 사례는 ‘새로운 자본을 찾아 미국으로 이동하려는 유럽 스타트업의 전략’과 ‘주주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영국 거버넌스 모델’이 충돌하는 대표적 장면이다.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확대와 주가 부양이 기대되지만, 장기적 기업가치에 있어서는 이중의결권 구조에 대한 투자자 신뢰 저하가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ISS 등 남은 주요 자문사의 최종 권고가 주주 표심을 좌우할 전망이다.

영국 정부와 금융당국은 비슷한 사례가 잇따를 경우 ‘런던증시 경쟁력’을 위한 추가 규제 완화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임시주총 결과는 향후 유럽 테크 기업의 상장 전략에 중요한 선례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